포카라의 골프장과 베그니스호수
카트만두에 사는 몇몇이 주말을 이용해서 포카라로 놀러 갔다. 금요일 오전근무를 마치고 출발했기 때문에 포카라에는 저녁 늦게나 도착할 수 있었다. 저녁을 먹고 호텔에 합류한 시간을 보니 중간에 길을 헤맨 가족도 있어 밤 11시가 다 되었다.
당초 계획은 다음 날 새벽 사랑꼿에 올라 일출을 보는 것이었는데, 카트만두-포카라간 육로여행이 너무 힘들어(거리로는 200km 정도인데, 6시간 이상 걸린다) 다 포기하고 잠을 충분히 자기로 했다.
우리가 묵은 호텔은 레이크사이드에 있는 2층짜리 건물인데, 유감스럽게도 설산의 모습을 관찰하기에 적당하지 않았다.
가족과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은 데리고 간 아이들에게 패러글라이딩을 시켜주고 어른들은 포카라를 관통해 흐르는 Bijayapur Khola<포카라 시내에서 가장 큰 강은 Seti River다. 페와호수에서 대비스 폭포로 떨어져내린 물은 굽테스와르 동굴을 거쳐 세티강에 합류하며, 이 비자야푸르 강도 골프장을 지나자마자 세티 강에 합류하게 된다>를 끼고 만들어진 히말라야 골프클럽에 운동을 하러 갔다. 제대로 된 안내판을 찾지 못해 여기저기 헤매다가 포카라 국제공항 건설현장 남동쪽에 있는 골프장을 찾았다. 포카라에는 이 골프장 말고, 세티 강변에 조성된 풀바리 리조트의 9홀짜리 골프장이 더 있다.
리조트를 건설하다가 자금난에 빠져 공사가 중단된 주거시설을 지나 허름한 클럽하우스에 도착했는데, 장엄한 안나푸르나 산군이 우리 눈을 즐겁게 해 준다. 골프코스가 어디에 있는 가 봤더니, 아뿔사 저 아래 강변에 그린들이 보인다. 이 곳을 굳이 묘사하자면 '포카라의 그랜드캐년'이라 할 만하다.
이게 뭔고 하니 소수력발전소에서 나오는 물이다.
주변 경관은 엄청 아름다운데, 골프장 관리수준은 한마디로 형편없다. 페어웨이와 그린이 모두 수준 이하다.
우리가 티샷을 하려 하는데, 그 앞에서는 버팔로며 염소들이 풀을 뜯고 있고 근처에서는 마을 주민들이 목욕도 하고 빨래도 한다(절벽 아래에서 물이 솟아나는 곳이 여러군데 있는데, 비교적 따듯하기 때문에 목욕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골프코스는 클럽하우스 앞 평지에서 두홀을 돈 다음(마지막 17~18번 홀은 1~2번홀에서 한번 더 플레이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즉 이 골프장은 18홀짜리가 아니라 16홀짜리다), 3번홀은 저 아래 강쪽으로 내려치도록 되어 있고 이후에 강가로 내려와서 서너홀을 더 치고 강을 건너가서 또 몇홀, 다시 건너와서 몇홀 이런식으로 이어지는데 9홀을 마치더라도 이른바 간단한 요기를 할 수 있는 그늘집이 없기 때문에 음식을 싸가지고 가야한다. 16번홀은 강가에서 언덕위로 올라와 절벽을 넘어 샷을 하도록 되어 있다.
더구나 지형상 골프백을 끌고 다닐 수 있는 트롤리를 사용할 수 없어서 캐디가 하루종일 백을 메고 따라다니도록 되어 있는데, 여기서는 여자캐디도 있기 때문에 가능한한 캐디백의 무게를 줄여서 가면 누이좋고 매부 좋은 셈이 될 것이다. 우리는 클럽하우스의 매니저가 조언해 준대로 팀마다 볼보이를 한명씩 고용해서 어느 방향으로 샷을 해야할지, 그리고 우리의 공이 어느지점에 떨어졌는지 확인하는 임무를 주었다(400루피를 준 이 볼보이 덕분에 그다지 많은 공을 잃어버리지 않았다).
강 건너편(동쪽)에서 우리가 운동하는 모습을 구경하는 주민들도 꽤 눈에 띈다. 가만히 보자하니 저쪽에서 이 골프장을 관찰하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식?
이 골프장 안으로 데이트를 즐기러 온 주민들도 있다.
다음 날 아침도 모두 피곤하다는 이유로 일출 구경을 하러 가질 않았다. 아침 일찍 포카라 거리를 걸어본다.
우리가 묵었던 호텔<Temple Tree>은 '낮술'옆 골목을 따라 들어가면 된다.
호텔 옥상에서 바라본 설산의 모습
그런데 지붕은 이렇게 이었다.
어제 저녁을 먹으면서 더 이상의 골프는 어렵겠다는 생각에 오늘 일정을 조정했다. 마침 카트만두에 있는 일식집 코테츠에서 이른바 'Happy Hour'를 한다는 정보가 있어 저녁은 그 곳에서 먹기로 하고 아침을 먹은 후 카트만두로 돌아가는 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베그니스 호수'로 갔다.
이 호수에서도 설산이 아름답게 보인다, 특히 호수물에 비친 설산의 모습을 구경할 수도 있다.
여기서도 아이들은 배를 타고 호수를 한바퀴 돌도록 하고, 어른들은 물가 카페에서 차를 한잔씩 마시며 휴식을 취했다.
물막이 댐 아레에는 물고기 양식장이 있다. 그리고 수없이 많은 새들이 근처에서 왔다갔다 한다.
치열한 자리다툼을 벌이던 염소 두마리.
에구에구다.
둠레에 이르기 전 휴게소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이내 카트만두로 출발한다.
오후 5시반경, 저녁을 먹기로 한 장소에 잘 도착했다. 그런데 나는 몸살기운이 있어 맛있는 회/각종 일본 요리를 입에도 대지 못하고 숙소로 돌아와야 했다.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