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을 떠나며 2/3(성인식 파티)
언제 어디서나 마찬가지겠지만, 귀국할 시간이 다가올 수록 마음이 급해지기 마련인데, 일의 마무리가 잘 안되니 점점 더 답답한 생각이 많이 든다. NRB측에 대해서는 내가 1년만에 후임자 없이 한국으로 돌아가더라도 두 기관간의 협력관계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총재서한을 준비해 달라고 했는데 총재가 외국출장중이라서 그런지 똑부러지는 대답을 아직 듣지 못했다. 마침 나하고는 격의없이 지내던 과장(경제학박사다)이 조사국에서 비서실로 옮겨간 뒤라 그에게 전후사정을 잘 설명하고 처리를 부탁해 놓은 상태인데, 일이 이렇게 진행된 줄을 몰랐다고 하면서 최선을 다해주겠노라 한다<그럼 누가 이런 결정을 주도했으며 회의를 여러번 했다는데, 그 때 참석한 사람들이 누군지 정말 답답했다>.
이런 와중에 이 곳 영자신문인 'The Rising Nepal'의 Executive Editor Arun Ranjit(편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네팔인이다)으로부터 자기 조카의 성인식 파티에 참석해 달라는 초청장이 도착했다. 지난 1월말, 조사국 과장 아들 성인식 파티에 가지 못했음을 생각하고 이번에는 꼭 참석하겠노라 약속을 했다. 집 사람은 낼모레 비행기 타고 귀국할 사람이 매일 저녁 밖으로만 나돈다고 뭐하 한다
그런데 장소가 육군본부<신왕궁에서 남쪽으로 네 블럭정도 내려온 곳에 위치>내에 있는 클럽이다.
이런 자리에 갈 때는 약간의 돈을 봉투에 넣어 주거나 다른 선물을 해도 된다고 들었기에, 2000루피를 봉투에 넣어 갔다. 주인공은 엄마와 나란히 앉아 있다가 하객이 오면 일어나 인사를 한다. 그런데 왜 조카의 성인식을 삼촌이 준비했을까? 당사자로부터는 답을 듣지 못했지만, 추정컨대 아마도 현재 아버지가 국내에 없거나, 아님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고 한다.
나를 초대한 당사자 Arun Ranjit과 함께.
성인식 파티는 위 사진처럼 주인공과 가족들이 하객을 맞이하고 인사를 마친 하객들은 준비된 자리에 편하게 앉아 제각기 웨이터들이 날라다 주는 간단한 음식과 음료/술 등을 먹으면서 다른 참석자들과 담소를 하면 된다(본격적인 식사는 조금 뒤에 제공한다).
이 자리에는 타멜에서 한국음식점 '빌라 에베레스트'를 운영하는 '앙 도르제 세르파'도 참석했다<사진에서 왼쪽. 내가 이 음식점에서 오늘의 파티초청자를 불러 같이 식사한 적도 있다>. 내가 다음 주 월요일에 한국으로 돌아간다 하니 못내 아쉬워 하면서 금요일(3.1절)이 한국의 공휴일이니 같이 골프를 했으면 좋겠다고 하길래 그러자고 했다.
중앙무대에서는 벌써 음악소리에 맞춰 사람들이 춤을 추고 있다.
한시간쯤 밖에서 위스키를 마시면서 안면이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저녁을 먹으로 홀안으로 들어갔다.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무대 안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춤을 추며 놀고 있었다.
한인사회에서 조금 늦었지만 나를 위해 또 다른 파티를 준비했다고 하길래 이 쯤해서 자리를 떴다. 부디 행복하기를...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네팔에서는 법적 결혼연령(남 21세, 여 18세 이상 - 확실하진 않다)에도 불구하고 성인식을 마친 이후부터는 결혼이 가능하다고 한다. 실제로 인구통계(2011년 센서스)를 보면 여성의 평균결혼연령이 20세 이하이고, 10세 이전에 결혼했다는 사람들도 꽤 많은 것으로 조사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