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베트남-캄보디아

2006년 베트남-캄보디아(5/6)

무애행 2014. 1. 4. 11:40

 

12. 씨엠립 2일차(앙코르왓 일출, 유적 서너군데 그리고 일몰 930)

 

기사에게 내일 아침 앙코르왓에서 일출을 보자고 했더니 새벽 430분에 나를 피컵하겠다 한다. 사실 5시 정도라면 알람없이도 그냥 일어날 수도 있는데 4시는 조금 부담스러운 시간이어서 호텔 프론트에서 새벽 4시 모닝콜을 부탁하니 리셉셔니스트가 선선히 약속을 한다. 그런데 방에는 전화기가 없는데, '나를 어떻게 깨울까?' 하면서 막 잠에 들려 하는데 번개가 번쩍 하더니 요란한 천둥소리가 들리고 이어서 소나기가 창문을 두드린다.

 

내일 일출 구경은 틀렸구나 하고 뒤척이다가 방문을 두들기는 소리(직접 방까지 올라온 거다)에 잠에서 깨어 하늘을 바라보니 별이 총총하다발가락을 조금이라도 보호하려고 양말을 신고 어제 산 빵과 생수, 맥주, 우산 등을 배낭에 넣은 다음 1층으로 내려왔더니 리셥셔니스트가 장의자에 누어 있다가 문을 열어준다. 아마도 이 호텔 투숙객중 나 혼자만 일출을 보러 가는 것 같다. 호텔 마당에는 툭툭기사가 벌써 도착해 있었다.

 

어둠을 뚫고 앙코르왓 입구에 다 도착했는데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하늘이 맑은지 확인하려고 2층 로비에 나갔다가 다시 방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는 과정에서 짧은 바지에 넣어 둔 지갑을 챙기지 못했고, 심지어 문도 잠그지 않은 사실을 그 때서야 알게 된 거다. 할 수 없이 기사에게 호텔로 전화를 해서 방을 잘 챙겨달라는 부탁을 했다. 가슴이 철렁했지만, 다행히도 유적지 출입증은 들고 온 배낭에 들어 있었다.

 

5시가 되어 카메라만 들고 해자위에 놓인 다리를 건너 앙코르 왓으로 입장하는데, 어둠 속에서 후레쉬도 없어 감각에 의존해 걷다가 결국 양말이 물에 젖고 말았다. 일출과 일몰 구경을 하려면 후레쉬가 필요할 거라는 생각을 못했던 거다(그러나 밤에 비가 오지 않았으면 그리고 나처럼 샌들에 양말차림이 아니라면 필요없음). 단체관광객인 듯한 사람들이 왼쪽 연못방향(연못에 비치는 탑과 태양의 모습이 아주 환상적인 곳이라고 책에 써 있음)으로 갔지만 나를 포함한 일부 독립군 여행객(?)들은 중앙통로에 그냥 머물러 있었다그러고 보니 연못 건너편에는 요사채와 기념품 판매점이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맑았던 동남쪽 하늘에 점점 구름이 많아지면서 이내 하늘 전체를 덮어버린다. 결국 당초 기대했던 화려한 일출은 볼 수 없었지만 아쉬운대로 동쪽 하늘의 구름 뒤편으로 밝아지는 하늘을 비경으로 앙코르왓 전경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05:45).

어두워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1층 회랑은 그냥 지나치고, 2층 십자회랑을 돌아다니다가 6시쯤 3층 중앙성소에 도착했는데(서측 중앙계단 이용), 역시 계단의 경사는 정말 급했다(그래도 이 곳이 3층으로 올라가는 총 12개의 계단중 경사가 가장 완만한 곳이라고).

 

  

 

2층 십자회랑의 정중앙부분에서 2층 정원으로의 통행은 금지되어 있고, 3층의 서북쪽에는 보수공사를 위한 구조물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내가 지금 그 유명하다는 앙코르왓 한가운데 들어와 있다는 생각밖에 하지 못했다. 사암으로 만들어진 3층 회랑의 일부 기둥들은 하단의 부식이 심해 그대로 두었다가는 하중을 견디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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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의 전경과 더불어 주로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는 기둥 등에 새겨진 각종 문양, 부조 등을 살펴보고 있었는데, 날이 제법 밝아질 때쯤 3층 회랑에서 한국인 모녀를 만났다. 그들과 함께 3층의 이곳 저곳 둘러보다가 남측 중앙계단(관광객들이 잡고 오르내릴 수 있도록 쇠로 만든 난간이 설치되어 있음)을 통해 2층으로 내려와 압사라 무희 등의 부조를 구경한 후 1층 회랑의 부조가 시작되는 곳까지 같이 내려 왔는데(07:00), 따님은 사전에 공부한 것이 많은지 한 손에는 책을 들고 내게도 병사들이 입고 있는 옷 무늬가 다르다는 점 등을 설명해 주었다. 그런데 그녀의 어머니는 벌써 지친 표정이 역력하다. 딸은 오늘 하루종일 앙코르왓을 보려고 계획했는데 잘 될지 모르겠다며 걱정을 한다.

 

나는 서남쪽 회랑과 서남쪽 모서리를 거쳐 남쪽 제1회랑까지 갔다가 카메라 배터리가 떨어지는 바람에 모녀와 헤어져 밖으로 나왔다. 가방도 없이 예비배터리를 1개만 갖고 들어간 데다 어둠 속에서 후레쉬를 너무 많이 터뜨린 것이 원인인 것 같다.

어차피 아침 요기도 할 때가 되었으므로 밖으로 걸어 나오면서 앙코르왓을 되돌아 본다. 이 때쯤에는 입장하는 관광객이 거의 없어 완벽한(사진에 사람이 없다는 뜻) 앙코르왓 전경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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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서남쪽 회랑(들어가면서 오른쪽 벽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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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푸라를 지나 해자위 다리를 보았더니 다리의 절반(북쪽)을 막고 보수공사를 하고 있었다(들어갈 때는 어두워서 보질 못했다). 해자 건너편에 있는 해자벽(앙코르왓에서 앙코르톰 방향)에도 무너져 내린 석재가 그대로 보이는데, 다리 남쪽(앙코르왓 입구에서 시내방향)으로는 잘 정비되어 있는 모습과 대조적이다. 툭툭에 앉아 기사와 함께 빵으로 요기를 하는데 빗줄기가 제법 굵어진다.

 

 

 

 

이제는 비옷을 입은 관람객들이 제법 눈에 많이 띈다. 여분의 배터리를 챙겨 우산을 쓰고 재입장(08:20)하여 고푸라를 지나니 오른편에 있는 도서관 뜰에 안장을 얹은 말 한마리가 나무에 매여 있었다. 십자형 나가(Naga) 테라스를 지나 1층 회랑으로 올라가는 테라스 바로 앞에 흡연금지 등의 경고문이 있었지만, 현지 관리인인 듯한 사람들은 대놓고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외국인이 피웠다가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1층 회랑의 서남쪽 부조부터 안내책자를 참고하면서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한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두 팀이나 나를 지나친다. 특정 지점에서 간략한 설명을 마친 뒤에는 빨리 이동하세요하는 가이드의 말이 나왔고, 단체관광객들은 남쪽 제1 회랑을 거쳐 동쪽의 유명한 우유바다 젓기 방향으로 서둘러 걸어간다. 사실 사전에 공부를 하고 갔어도, 부조가 3단으로 조각되어 있는 데다가, 그 양이 방대하여 쉽게 이해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한국관광객들이 한 말중 '여기가 거기고 다 비슷하네, 빨리 가자'라는 말이 뇌리에 남는다.

 

그들이 사라지고 난 남쪽 회랑은 아주 조용해 졌다. 나는 아주 천천이 걸어가면서 사람들의 손때가 묻어 반질반질해진 부분을 중심으로 카메라에 담았다. 그런데 이렇게 손때를 계속 묻히면 보존에는 별 문제가 없는지, 아니면 오히려 더 잘 보존이 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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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동쪽 회랑의 중간부분에 도착했을 때, 비는 완전히 그쳤다. 1층 회랑을 돌다 보니 북동쪽 모서리에는 슬리퍼를 신고 회랑 문턱에 거쳐 앉아 있는 관리인인 듯한 사람들이 있었는데, 뭘 관리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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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동쪽-> 북쪽-> 서북쪽 회랑을 차례대로 살펴본 후 다시 2층 십자회랑으로 올라갔지만(09:50), 십자회랑 북쪽에 있는 메아리홀에서 가슴을 치는 행위는 하지 않았다. 행여나 건물이 무너지면 어떻게 하지? 그렇지 않아도 계단 밑에는 ‘Warning!!! Climbing At Your Risk’라는 경고문이 있었거든. 아마도 자기들은 계단을 오르내리다 다쳐도 일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십자 회랑에는 모두 4개의 연못(또는 목욕장소로 알려진 곳 - 계단을 통해 약 1미터 정도 내려갈 수 있게 되어 있음)이 있지만, 어떻게 그 곳에 물을 채우고 또 배수를 했는지 도대체 상상이 가질 않는다. 십자회랑의 남쪽에는 머리나 손 등이 잘려나간 불상이 꽤 많이 남아 있다.

 

 

 

 

 

 

 

 

 

 

 

 

 

2층 회랑 안쪽의 기둥과 벽에는 아름다운 압사라 무희들이 많이 부조되어 있다. 그런데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곳에 있는 무희들의 가슴과 배 부분은 1층 부조와 마찬가지로 손때가 묻어 반질반질하다. 새벽에 들어왔을 때 어두움 때문에 보지 못한 곳을 죽 둘러 보고 회랑도 시계 반대방향으로 한바퀴 돈다. 안내책자에는 2층 회랑에 장식이나 조각이 거의 없는 것이 아마도 이 곳이 승려들이 수행을 하던 곳이어서 그러지 않았겠냐 하는 기술이 있던데, 내가 살펴보니 오히려 지붕이 없는 바닥은 비교적 고르게 되어 있는 반면 비를 가릴 수 있는 회랑안은 울퉁불퉁한 것이 거주공간으로 쓰였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번에는 서쪽 좌측 계단을 이용해 중앙성소로 올라갔다(10:40). 아까 새벽에 올라갔던 서쪽 중앙계단보다 경사가 더 가파른 것 같다. 그런데 북서쪽 탑 아래 문 양옆에 무언가가 달려 있어서 자세히 보니 나무로 만든 문이었다. 네 방향 모두에 나무문이 달렸던 흔적이 있다(문의 크기는 약 1/3 정도만 남아 있음). 다른 탑 아래에서는 보지 못한 것이라서 사진에 담아 왔다.

3층 성소에도 연못 혹은 목욕장소인 것 같은 움푹 패인 곳이 4개 있다. 여기에도 지금은 물이 없는데, 그 당시에 물을 채우는 것이 과연 가능했었는지 의심이 남는다. 그리고 앙코르왓 안에서는 음식 공급장소와 배설장소도 찾을 수 없었는데 이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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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3층 회랑을 한바퀴 도는데 남동쪽 탑속이 무척 시끄러워 가만히 올려다 보니 박쥐가 사는 것 같다. 동북쪽도 마찬가지였다. 사방에서 한번씩은 3층에 올라 보고 싶어 동쪽 계단으로 2층에 내려갔다가 북쪽 계단으로 다시 한번 3층 회랑에 올라갔다. 안내책자에 보니까 왕코르왓은 동쪽으로도 해자를 건너 나가는 길이 있던데, 나는 기사가 서쪽 주출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출발점으로 돌아왔다.

 

11시에 씨엠립으로 철수하는데, 어제 밤과 오늘 오전에 내린 비 때문에 아스팔트 위에는 황토흙이 많이 묻어 있었다. 날씨가 개면서 자동차가 툭툭을 추월해 지나갈 때마다 황토먼지가 풀풀 일어나 할 수 없이 마스크를 써야 했다. 사실 마스크는 베트남에서 쓰려고 준비해 간 것인데, 캄보디아에서 유용하게 썼다. 자세히 보니 씨엠립은 물론 앙코르왓 주변 지역의 흙이 모두 황토다.

 

 

 

 

 

시내와 유적지를 잇는 도로 근처에는 각종 공사들이 한창 진행중인데, 그 중에는 상당히 큰 규모의 건축물 공사도 보인다. 한편 도로 양 옆으로는 제법 넓은 배수로가 설치되어 있다. 호텔에 돌아와 우선 새벽에 입었던 바지를 찾아 지갑이 그대로 있는지 확인한 다음 호텔 근처에 있는 럭키키친레스토랑에 가서 해물요리를 시켜 점심을 먹는데, 잠시 후 들어 온 한국처자들이 인사를 한다. 어제 아침 바욘사원 3층에서 만났던 3인조 아가씨들이네.

 

점심을 먹고 호텔 바로 건너편에 있는 절에 들어갔더니 마침 휴식시간이어서 그런지 대웅전 안이 누어있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스님들은 해먹에 누워 있고 일반인들은 바닥에 누워 쉬고 있다. 한낮의 거리는 한산하다. 나도 방으로 들어가 카메라 배터리를 충전하고 오후 관광을 위해 휴식을 취했다.

 

 

 

 

 

 

240분 호텔을 출발하여 어제 오후에 본 반띠아이 끄데이 외곽을 지나 3시에 따 프롬에 도착했는데, 이 곳은 동쪽 출입구부터 예사롭지 않다. 곧 무너져 내릴 것 같은 구조물을 통과하자마자 통로 양 옆은 늪처럼 물이 가득하고 길 가까운 곳에서는 어린아이들이 뭔가를 잡으려 물 속에 들어 가 있다돌아서서 출입구를 보니 위험해 보이는 유적에 해먹을 걸고 누워있는 사람도 보인다.

 

 

 

 

 

 

한참 걸어 가는데 저만큼 앞에서 갑자기 음악을 연주하는 소리가 들린다(여기서는 관광객이 나타나야 연주를 시작하는 것으로 보임). 지나가면서 보았더니 지뢰피해자들이 적선을 바란다는 안내문이 영어와 더불어 한국어로 붙어 있었다.

 

* 뭐 어려운 사람 돕자는 데 그 이유를 일일이 따질 필요까지야 없겠지만, 하필이면 왜 한국어로 지뢰피해자를 도와주세요하는 글이 있는지 의아한 생각이 든다. 베트남에서야 자유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우리 한국군인들이 전투에 참여한 적이 있어 전쟁피해자들에 대하여 일말의 책임이라도 있다지만, 캄보디아에서는 그런 적이 없지 않은가? 자기들 내전 때문에 생긴 상처를 관광객 그것도 왜 한국인을 찍어서 도와 달라고 하는지 모르겠다(다른 곳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또 하나 태국에서 육로로 입국할 때 유독 한국인에게만 공식 비자수수료 정해진 $20이 아니라 태국화 1,000바트($25 상당를 내라 한다는데, 수많은 한국인들이 캄보디아를 방문함으로써 그들의 주된 관광수입원이 되고 있으면서도 거기에 더해 바가지 내지는 부정한 요금 징수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 정말 이상하다.

 

따 프롬은 중앙부분으로 들어갈수록 나무에 의한 훼손정도가 심하다. 어느 담장은 10미터도 더 되는 뿌리가 담장 맨 윗부분을 덮고 있으며, 무너져 내린 돌 때문에 요리조리 돌아 나가야 하는 곳도 있다. 여기야말로 인간이 만든 건축물이 더 이상 인간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할 경우 어떻게 밀림속에서 무너져 내리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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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으로 나가는 길에 젊은 서양처자들이 모여서 큰 나무밑을 보고 사진을 찍고 있길래 무언가 하고 보았더니 나무뿌리에 난 구멍에다 얼굴을 내밀고 있는 동료들의 사진을 찍고 있는 것이었다(전 그녀들의 커다란 등판과 궁둥이 사진만 찍었다). 서쪽 출입구 부분은 복구공사가 한창인데, 따 프롬은 인도의 지원으로 복구공사를 한다고 되어 있었고 다음에 가 본 차우 사이 떼보다에는 중국의 자금지원으로 복구공사를 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우리나라도 이런 곳에 쓸 공적 원조자금이 있을까?

 

 

 

 

 

 

 

4시경 부조가 거의 없어 미완성 사원으로 불리는 따 께우에 갔더니 어제 반띠아이 끄데이에서 만났던 부산아가씨 일행이 관람을 마치고 남쪽 출입구로 내려오며 반갑게 저를 맞는다. 언제 어떻게 씨엠립을 떠나는가 물었더니 마침 나와 같은 비행기라고 해서, 내일 비행장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이 곳은 부조가 없는 대신 훼손정도도 적어서 크메르식 사원건축의 한 단면을 살펴볼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먼저 돌을 이용해 기단과 탑을 만들고 그 다음에 조각가를 동원하여 각종 부조를 만드는 순서로 각종 사원이 만들어진 것이 분명하다. 1층과 2, 그리고 2층과 3층과의 간격이 매우 좁은 대신 역시 급경사 계단을 통해 올라가야 하는 3층은 비교적 넓은 편이다(남쪽 입구에서 1층으로 올라가는 계단도 급경사). 그리고 3층 북서쪽 기단석에서 작은 구멍이 많이 발견되는데 무엇을 하려고 그랬는지 모르겠다. 여기는 관광객이 거의 없어서 차분하게 주위를 둘러볼 수 있는 좋은 곳이다.

 

 

 

 

 

  

 

 

 

 

 

 

 

20분간의 관람을 마치고 서쪽 출구로 내려와 씨엠립강을 건너 4시 반쯤 톰 마논 차우 사이 떼보다 살짝 살펴보고 일몰경치가 좋다는 프놈 바켕으로 향한다. 책에서 보니 톰 마논은 한차례의 복구공사가 끝났고 차우 사이 떼보다는 복구공사가 한창인데, 붉은 색 라테라이트로 만들어진 담장 등의 훼손이 심하다(그냥 무너져 내린 것이 아니라 벽돌의 형태가 완전히 부서져 흙으로 돌아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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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톰 동문으로 들어가서 코끼리테라스를 지나 남문을 통과하여 5시 직전에 프놈 바켕 입구에 도착하였다. 정상까지 곧바로 오르는 길은 훼손이 심하여 막아 놓고 동-> -> -> 남 방향으로 산을 돌아 비스듬히 올라가게끔 길을 만들어 놓았다(오르는데 한 10분 정도 소요). 프놈 바켕 입구 오른쪽에서는 코끼리 트레킹을 할 수 있는데, 요금은 $15 정도인 것 같았다.

 

내가 걸어서 정상부근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남서쪽 하늘 즉 톤레샵 호수가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나도 그들 틈새에 끼어 앉아있다가 아무래도 정상부근을 한번 둘러 보아야 하겠다는 생각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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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앙부위에 있는 탑(?) 북쪽에는 좌우 각 2열로 노란꽃을 심어 놓았다 

 

다시 적당한 자리를 잡고 일몰을 기다리는데 여기저기서 한국말로 '야 오늘 일몰 구경은 틀렸다. 구름 몰려오는 것 봐라.' 하더니 사람들이 우르르 내려가기 시작한다. 정말 호수쪽으로 구름이 짙게 껴서 장엄한 일몰을 기대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어 탑 위로 연출사진 몇장 만들고는 540분경 하산하였는데, 내가 내려올 때쯤 이미 어둑어둑해 졌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인 단체여행객들은 꾸준히 올라오고 있었다. 아마도 일몰을 보기에는 늦었지만, 그 곳에 가지 않았다가는 가이드가 매 맞을 것 같은 분위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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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을 기다리는 프놈바켕 입구 주차장은 대단히 혼잡하다. 많은 인파와 버스 그리고 툭툭이 한꺼번에 서로서로를 찾는 광경도 볼만 했다. 나는 다행히도 툭툭기사를 빨리 만났지만 주차장을 빠져 나오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앙코르왓의 러시아워를 씨엠립 시내가 아니라 이곳 프톰 바켕에서 겪는구나 하면서 호텔로 복귀했다. 시내의 포장된 도로의 품질도 좋지는 않았다. 군데군데 황토물이 고여 있는가 하면, 큰 길에서 들어가는 골목은 황토길 그 자체다.

 

기사가 내일 아침 일출 다시 보러 갈거냐 하기에, 3일차 아침에는 바욘사원을 집중 탐구하기로 하고 8시에 데리러 오라고 했다.저녁은 걸어서 마스터 수끼($5)에 가서 먹고, 바로 옆에 있는 앙코르마트에 들러서 빵과 음료($3.10)를 조금 더 샀다.

 

이 날은 총 $11 정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