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잡기

작은 아들의 입대(201406)

무애행 2014. 8. 3. 09:25

2013년 4월, 공중보건의로 근무하게 될 큰 아들을 논산훈련소 입영심사대에 입소시키던 날, 소위 맛집도 알아보지 않고 가다가 그냥 지나가던 길 옆에 있는 음식점에 들어가 정말 맛없는 점심을 먹은 기억이 있다. 그리고 4주간의 군사훈련을 받고 퇴소하던 날도, 친구 부모님 차를 타고 오겠노라 해서 논산훈련소에 데리러 가질 않았다.

 

<큰 아들 입대 내용>

http://blog.daum.net/tigerahn1/198

 

이번에는 작은 아들이 의경으로 입대를 하기 때문에, 1년여 만에 다시 논산훈련소로 갔다. 나름 맛집이라고 소개된 '보은집'에 들러 정식으로 요기를 하고 입영심사대로 들어갔다.

  

 

 

 

훈련소에서 이렇게 안내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훈련소 근처에만 가면 길 옆의 장사치에게 이것 저것 물건을 산다고 한다. 큰 아이도 인터넷으로 3종세트니 하는 것을 주문해 갔다가, 애꿎은 물건 몇가지를 압수당하고 돌아왔다. 작은 넘에게 넌지시 물어보니, 그냥 필요한 것 두어가지를 가방에 넣었다고 한다.

 

 

 

사실 잘 표현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아버지도 마음 한켠이 짠 하단다, 아들아!

 

오늘 입대하는 젊은이들이 연병장으로 모이고 있다.

이 때 뒷편에서 어느 엄마가, '부모형제, 나를 믿고 단잠을 이룬다' 하는 플래카드를 보며 제발 동해안 휴전선 인근에서 일어난 무장탈영병 사고 같은 게 나질 않기를 기도한다고 해서 잠시 숙연해 지기도 했다. '그래도 우린 다 아들 하나씩은 군대에 보내는 엄마잖아요!' 하는 이야기도 나와서, 모두 맞다고 박수를 치기도 했다.

 

 

 

 

군악대 지휘자가 여성이다.

 

 

 

 

입소식이 끝났다. 이제 우리의 아들들이 대열을 이뤄 연병장을 한바퀴 돌면서 부모님, 친구, 애인에게 작별인사를 하게 된다.

 

 

 

청바지에 붉은 색 티를 입은 작은 아들이 우리 앞을 지나 행진하고 있다. 짧게 깍은 머리가 어색하다고 조금 전까지 모자를 쓰고 있었는데....

 

첨엔 '왜 저쪽에 많은 사람들이 가 있지?' 했는데, 연병장을 떠나 생활관으로 이동하는 마지막 광경을 보고 싶어서란다.

 

아들에게 이렇게 메시지도 남기고 집에 돌아왔더니,

집사람이 너무 섭섭한지 작은 아들 방에 불도 켜 놓고, 그 날은 잠도 작은 아들 침대에서 잤다.

 

 

훈련소 홈페이지에서 아들 얼굴을 찾았다. 아래는 내무반 동기들하고 찍은 것.

 

 

요즘 군대는 인터넷으로 부대에서 부모님에게, 또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소식을 전할 수 있어 가히 획기적이다. 또 얼마 지나지 않아 집으로 전화도 하게 해 준다. 작은 아들이 처음 내게 전화했을 때, '수신자부담'이란 문구가 떠 그냥 끊어버렸는데 나중에야 작은 아들 전화인 것을 알고 가슴이 아팠던 일도 있었다.

수료식 면회를 갔을 때, '첨에 엄마 아빠가 내 전화를 거부해서 섭섭했었다'라고 작은 아들이 말했다. 그래 섭섭했을 거야. 아버지도 네 전화를 받지 않고 불과 수초후에 '이게 작은 아들이 한 전화일텐데, 받질 않아서 어떻게 하지?' 하고 마음이 아팠거든.  

 

 

제목 23연대 8중대 3소대 안홍재(교번 137번)
작성자 안구용
작성일 2014-07-06
 
 

사랑하는 홍재야,

어제(7월 5일 토요일) 네가 아버지 휴대폰으로 전화했을 때 '수신자부담'이란 말에 수신거부를 해서 얼마나 맘이 아팠느냐? 아버지 대신 엄마랑 통화를 하게 되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밖에 있다가 주변이 시끄러워 무슨 일인지도 모르고 네가 한 전화를 받지 않았는데, 갑자기 '홍재 전화면 어떻게 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전화기를 손에 들고 네가 다시 전화하기를 기다리다가 집으로 전화를 했더니 마침 형이 받아서 너랑 엄마랑 통화를 하고 있다고 해서 마음이 조금 놓였단다.

날도 무더운데 낯선 환경에서 낯선 훈련을 받느라 얼마나 고생을 하고 있는지, 네 몸 상태는 어떤지 다 궁금하구나. 엄마 말로는 네 목소리가 밝아 보여 다소나마 안심이 된다고 했는데, 너도 성인이니 네가 처한 상황을 잘 이해하고 거기에 잘 적응하는 게 얼마나 현명한 처신인지 잘 알거야. 무엇보다도 네 몸 잘 지켜서 건강하게 아무 탈 없이 훈련을 받고 또 의무복무를 마치는 게 중요하단다.

오늘 아버지는 포교원에 가서 너를 위해 부처님께 기도하고, 엄마는 집에서 기도했어. 우리 작은 아들이 늠름한 사나이로 병역의무를 무사히 마치기를 말이다.

17일에 수료식이 있으니 그 때 아버지가 너를 보러 가마.
이만 줄인다.

2014년 7월 6일
자랑스런 둘째 아들을 둔 아버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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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재야,
목소리 들으니 마음이 좀 놓인다. 건강하게 잘 있는 것 같아서..
남은 훈련 잘 마치기를 바라고 무엇보다 건강이 우선이라는 거 알지?

편지 썼다가 너하고 통화하고 다시 쓰는 거야
수료식날 일찍 갈께. 또 편지할 께.

엄마가

 

 

 

제목 [가족] 23연대 8중대 3소대 137번 훈련병 안홍재
작성자 안홍X
작성일 2014-07-12
 

홍재야 형이야 많이 덥지 요즘

편지 늦게 보내서 미안해.

집에 올 때마다 네가 보내준 편지 잘 읽었어.
수료식 얼마 안남았는데 마지막까지 화이팅하고 아프지 말고 잘 지내.

의무경찰 자대배치 찾아봤는데 아직 1050기까지 밖에 안 나와 있었어. 나오면 바로 편지 보내줄 께.
수료식때 엄마아빠 가신다니까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잘 지내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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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아들

보내준 편지 다 잘 받았어. 잘지내고 있다니 마음이 놓여. 더운날 훈련받느라 고생이 많지?

여기도 장난 아니게 덥다. 수료식날 맛있는거 싸가려고 생각하고 있어. 잘 준비해서 일찌 갈께.

 

니가 부탁한 것도 잘 챙겨서 갈께. 초밥도 가능하면 준비해 갈께.

고생스럽겠지만 조금만 참아. 그럼 수료식날 보자.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어.

 

 

 

제목 [아버지] 23연대 8중대 3소대 훈련병 안홍재(137번)
작성자 안구용
작성일 2014-07-15
 

홍재야, 훈련 잘 받고 있지?

목 아픈 것 말고 또 어디 아프지는 않니? 네 두번째 편지 잘 받았고, 엄마랑 통화한 내용도 들었다.

모레에 4주 교육훈련을 마치는 널 보러 논산훈련소에 갈 생각에 엄마는 벌써부터 바쁘단다.

여기저기 물어보니, 지역별 배치는 전날에 인터넷에 오픈되거나 당일 아침 일찍 뜬다 하더라. 서울지역은 워낙 수요가 많아 별 문제 없는데, 다른 지방은 가끔씩 희망과 달리 배치되는 경우도 있다더구나. 형이랑 엄마는 의경사이트를 이미 방문했었어.

수료식과 관련해서 부대에서 문자가 왔는데, 날씨 때문에 단체수료식 대신 중대수료식으로 변경하면서, 면회시간을 좀 더 많이 주기로 했다고 하니 10시 이전에 부대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마. 아마도 당일에는 입장차량이 많아 부대입구부터 좀 막히지 않을까 해서 아침 일찍 집을 떠날 예정이다.

날씨가 무덥구나. 잘 견디거라.

2014년 7월 15일 아침에
집에서 아버지가

 

 

작은 아들 수료식 면회를 가던 날에 맞춰서 큰 아들이 휴가를 내고 합류했다. 큰 아들의 마음씀씀이가 고맙다.

집사람은 어제 오후에 장을 보고, 새벽 4시에 일어나 밥도 새로 하고 불고기도 쟁이고 하느라 바빴다. 초밥을 먹고 싶다고 해서 집 근처 일식집에서 밤 11시에 초밥을 사다가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 논산훈련소에 9시반까지 들어가려면(당일 면회객들이 많아 부대입구에서 면회장소까지 20여분 정도 걸린다고 들었다) 6시반에는 집을 떠나야 했다.

 

햄버거도 먹고 싶다고 해서 연무대 고속버스정류장 옆에 있는 롯데리아에 들러 부대안으로 들어갔다. 애초 짐을 쌀 때는 밖에서 먹을 수 있게 돗자리도 준비했었으나, 비가 올지도 모른다는 예보 때문에 다 빼놓고 갔었는데, 의외로 밖에서 자리를 깔고 쉬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우리는 날도 덥고 해서 건물안에서 자리를 만들었다.

반가운 마음에 작은 아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니, 집사람이 준비해간 음식 사진을 찍지 못했네?    

초밥 먹고, 햄버거 먹느라 막상 지 엄마가 새벽부터 준비한 집밥은 먹는둥 마는둥 했다. 작은 아들은 전화로 '집밥+초밥+햄버거'와 사이다를 가져오라 했었다.     

 

집 사람이 작은 아들 준다고 만든 가방을 메고....

 

 

이렇게 텐트까지 가져온 면회객도 있었다.

 

 

자, 작별의 시간이네.

서울청으로 발령을 받은 작은 아들은, 잠시후 버스를 타고 벽제에 있는 서울경찰 수련장으로 이동해서 3주간의 추가 교육을 받도록 되어 있다. 

 

7월말에 벽제에 있는 서울경찰수련장으로 작은 아들 면회를 갔었다.

여기서는 약 다섯시간동안 외출면회(부모동반의 경우)가 가능하다. 

 

 

준비해 간 옷으로 갈아 입고, 원당쪽으로 나가서 점심을 먹었다.  

 

귀대까지는 시간이 조금 더 남아 있어 공릉저수지에 있는 유원지에 갔었는데 날이 너무 더운데다 어린이 중심의 시설이어서 얼마 머물지 않고 돌아 나왔다. 사진 끝쪽 물이 나가는 지점은, 1980~1982년간 이 근처에서 군 생활을 했던 나에게 작은 추억이 있는 곳이다.

 

근처에서 순대국밥집을 하는 세째매부 내외를 만나려고 가게앞에 갔더니, 마침 휴가중이라 하신다. 그냥 전화를 드리고 부대로 들어갔다. 집에 와서 원당의 한 슈퍼에서 산 복숭아 상자를 열어봤더니,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이 거의 다 물러터졌다. 짜증난다.

 

 

부대에서 보내온 사진.

이제 자대배치를 받으면, 얼마나 자주 외출을 할지 모르겠다. 그럼 아버지 면회는 끝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