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화암사와 건봉사(2011년 여름)
이번 여름 가족여행은 모처럼 여유있게 보내보려고 했는데, 작은 아이가 재수를 선택하는 바람에 아주 제한적인 범위내에서 움직일 수 밖에 없었다. 큰 아이는 봉사활동 기간과 겹쳐 불참하기로 했기 때문에 오랫동안 가보지 못했으나 최근 교통편이 부쩍 개선된 설악산에 가기로 했다. 1박 2일 일정으로 대명콘도로 숙소를 정하고 몇가지 특색있는 음식을 먹으며 주변 절에 들러오는 정도로 계획을 짰다.
7월 마지막주인데도 올해는 장마가 끝난건지 아닌지 모를 정도로 비가 주구장창 내린다. 이미 서울의 부촌이라는 강남과 서초지역도 비로 큰 피해를 입은 터. 이런 상황에서 내가 휴가를 가도 욕은 안하겠지 하는 소심한 마음으로 옷가지만 챙겨 3식구가 서울을 떠나는데, 비는 속절없이 내린다. 경춘고속도로의 통제는 어제부터 풀렸으나 빗줄기가 하도 굵어 오늘도 양쪽 절개지에서 쏟아지는 빗물의 양이 엄청나 더 이상의 사고가 없기를 빌면서 관음기도를 열심히 하는 수 밖에 없었다.
거센 빗줄기를 뚫고 서두르지 않으면서 동홍천IC를 거쳐 국도로 접어들었는데, 화양강휴게소 근처에 도착하니 빗줄기도 가늘어지는 것 같아 점심을 먹으면서 쉬었다 가기로 한다.
휴게소에서 바라본 화양강 모습. 한창때에 비하면 물높이가 많이 내려가긴 했지만, 산을 휘감는 안개가 그림같다. 밥을 먹고 나니 날씨가 한결 갠 모습이다(아래 두장의 사진 참조).
미시령 터널을 지나도록 가늘게 비가 내렸고, 대명콘도 입실시간(오후 3시) 까지는 조금 여유가 있어 화암사를 다녀오기로 한다. 화암사와 수바위 모습이다.
* 고성8경(화암사와 수바위, 청간정, 건봉사)에 관한 이야기는 여기를 참조하라.
미시령 북쪽은 예로부터 금강산 권역으로 여겨왔나보다. 신선봉 아래 자리잡은 화암사(옛 이름은 화엄사) 일주문은 '금강산화암사' 현판을 달고 있다. 일주문 왼쪽으로 보이는 돌탑(이건 우리 전래 양식과는 전혀 관련이 없을 것 같은 모습)이 계속 이어진다.
너무 비가 오랫동안 내린 탓에 대웅전 앞 마당이 질척한 모습이다. 삼성각으로 올라가는 대웅전 왼쪽 작은 문에는 '금강산문(金剛山門) '이라는 현판이 달려있다. 석탑에 가려 잘 보이지 않지만 대웅전 오른쪽엔 기와불사 접수처가 있다.
금강교 아래를 흐르는 맑은 시냇물
예전에 절앞 계곡을 건널 때 쓰던 돌다리인듯(금강교보다 조금 위쪽에 있다. 이 사진은 금강교에서 찍은 것).
楓嶽第一樓(왜 단풍나무 풍자를 써서 풍악제일루라 했는지는 모르겠다).
전체적으로 보면 화암사의 자리는 명당임이 분명하나 전각이나 기타 석물들을 자세히 보면 하나하나 정성을 들여 모신 것이 아니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전통찻집 '란야원'에서 차나 한잔 하면서 수바위를 차근차근 올려다 볼 걸 그랬다. 시간도 많았는데...
대명콘도에서 바라본 수바위
처음엔 이 표지를 보지 못하고 갔다. 그 이유는 대명콘도3거리에서 미시령 옛길쪽으로 조금 올라가서 서 있기 때문.
화암사를 참배하고 내려오는 길에 구름이 걷히면서 울산바위의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같은 자리에서 사진을 찍고 있던 여인에게 가족사진을 부탁했더니 '사진기 좋습니다'란 말과 함께 군부대 담벼락만 선명하게 찍어줬다.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다음 날 아침 울산바위 모습이다.
며칠동안 그렇게 많은 비가 내렸는데도 콘도 앞 마당은 휴가를 떠나온 차량들로 만원이다.
미시령 휴게소(?)를 줌으로 당겨봤다.
울산바위 동쪽 모습. 설악산 정상부근은 여전히 구름에 갇혀 있다.
아침을 느즈막하게 먹고 나서 북쪽으로 향한다.
보수공사중인 청간정을 들러
청간정으로 오르는 길
바다가 시원하게 보인다. 해수욕장엔 임자를 기다리는 파라솔만 덩그런히 놓여 있다.
정자는 보수중이라 올라갈 수 없었고
청간정 옆으로 흐르는 시냇물
송지호 바닷가(여긴 주민들이 입장료겸 주차료를 받습니다)를 거쳐 송지호(송지호 철새관람관 - 입장료 있음)를 보고
관람관 전망대에서 찍은 송지호/바다 모습
이번 여행의 최종목적지인 건봉사에 들렀습니다.
구름이 거의 다 걷히고 따가운 여름 햇살이 가득하군요. 그러나 건봉사 앞을 흐르는 개울의 풍부한 수량과 시원한 나뭇그늘 덕분에 그리 덥지 않게 참배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부처님 치아사리를 친견할 수 있습니다. 사명대사께서 왜가 임진란 당시 강탈해 간 사리를 다시 찾아와 모셨다고 합니다.
2층 누각에서 내려다본 경치입니다. 좌측이 입구 주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