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잡기

친구들과 같이 간 통영의 봄(1/4)

무애행 2015. 5. 3. 17:46

 

2015년 3월 18일~19일

 

공교롭게도 소싯적부터 친하게 지내던 친구중에 두명이 불과 두어달 간격으로 위암수술을 받게 되었다. 작년 11월말에 한 친구가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는데, 지난 2월에는 다른 친구가 같은 의사로부터 같은 수술을 받게 되었다. 음주 등 생활습관으로는 나를 포함해 다른 친구들이 더 큰 문제를 갖고 있을 줄 알았는데, 평소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던 두 친구가 위암 수술을 받게 되다니!  

 

친구 병문안을 갔다가, 젊은 아이들이 바글거리는 신촌에서 왔다갔다 하기 뭣해서 우리 나이에 걸맞는(?) 광장시장으로 들어왔다. 비 내리는 날에는, 순대국에 빈대떡이 최고야!

 

 

 

   

 

 

통영으로 1박 2일 여행을 떠나는 날에도 비가 내렸다.

이번 여행에는 여덟명이 같이 떠났다. 우리는 남부터미널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이동중이다(서울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떠나는 우등고속버스와 걸리는 시간도 비슷하고 의자도 같은 형태인데, 요금은 훨씬 저렴하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금산에 있는 인삼랜드 휴게소.

  

통영터미널에 내린 우리는 점심을 먹기 위해 택시를 타고 서호시장 안에 있는 '원조시락국' 집에 갔다. 실내는 작고 허름해서 분위기를 중시하는 젊은 연인들에게는 그다지 당기지 않을 듯하다. 음식맛에 대해서는 각자 취향이 다르겠지만, 내게는 그저 묽은 된장에 시래기를 넣어 끓인 맛 그 이하도 이상도 아니다.

 

 

 

   

 

이번 통영여행을 기획한 친구가 이끄는 대로 비 내리는 거리를 걷는다. 지금이 봄철이니 '도다리 쑥국'도 먹어봐야 하고, '멍게 비빔밥'도 맛있다고 한다. 조금 더 가니 통영 여객선 터미널이다. 

 

 

저건 뭐야? 하고 가까이 가 보니, 그냥 정박중인 거북선 모형에 올라가 보는 거다. 입장료 내야 한다. 물 건너편에 보이는 모텔이 우리가 묵을 곳인데, 영화 '하하하(김상경 문소리 등 출연, 홍상수 감독)'에도 나온다.  

 

 

  

모텔 가기 바로 전에 중앙시장이 있다. '멍게 빵'도 있네!  

 

  

 

가로등 양쪽 끝에 새 두마리가 앉아 있다.

다음 날 이 길을 지나가는 데, 길 바닥을 보니 이 근처에서는 새똥을 조심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통영도착 기념으로 친구의 선물을 풀어 한모금씩 맛을 보고(이번 여행에 같이 하지 못한 친구가 남부터미널까지 와서 전해 준 것이다), 재주꾼인 친구의 기타+하모니카 연주를 들으며 잠시 휴식을 취했다.  

 

 

 

  

 

우의를 입고, 우산을 들고 세병관으로 가는 길에 청마 유치환 흉상앞을 지나간다.  

 

 

 

통제사 이하(설마 통제사도?)는 모두 말에서 내리시오!  

 

  

 

입장료를 내고 올라가면서, '오늘 문소리씨-영화 하하하에서 세병관 문화해설사 역할로 나옴-가 해설하냐?' 하는 쓸데없는 농담을 하면서 주변을 둘러본다.

 

 

 

 

 

 

색상이 다르게 나온 것은 친구들이 찍은 사진이다.

 

 

 

우리가 세병관에 도착했을 때, 이미 다른 팀을 위해서 해설을 하고 있던 문화해설사(사진속에 서 있는 사람)가 우리를 반긴다.

한 때 이 건물안에 초등학교가 있었다고 한다. 그 때 칸막이를 하기 위해 기둥에 구멍을 내기도 했다는데, 여기서 공부해서 크게 된 사람들을 죽 거명하는 데 그 중에는 한국은행 총재를 지내신 분도 있었다.  

 

 

 

 

우리가 올라온 문(가운데는 닫혀 있다)

 

 

 

비가 들이쳐서 마루 바닥은 젖었고, 기둥은 보수한 흔적이 역력하다.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나서, 그를 따라 마루로 올라간다.

 

 

 

 

 

 

 

 

 

 

초기 영문해설 자료에는 여기를 일종의 'Guest House-객사(客舍)'로 번역하는 바람에, '손님들이 묵는 방은 어디 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가운데, 주변보다 조금 높은 곳은 통제사만이 올라갈 수 있는 곳이라고 들었다.

그리고 바로 그 곳이 이 곳 통영에서 가장 기가 세다고 해서, 그 기를 받아 보려고 그 앞에 손을 모으고 서 있었다.  

 

 

 

 

 

문화해설사로부터 세병관에 대한 설명을 잘 들었다.

지금부터는 자유스럽게 돌아다니며 관내를 구경한다.

 

 

 

 

 

 

 

 

 

 

 

 

세병관을 나와 충렬사로 가는 길에서 만난 향나무 한그루!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영정을 모신 충렬사도 가파른 언덕배지에 자리잡고 있다.

 

 

여기는 사람이 거의 없다. 비에 젖은 동백꽃만 애처롭다.

 

 

 

 

 

 

 

 

영정을 모시고 있는 마지막 건물로 올라간다. 그런데 문이 굉장히 낮게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기와마루 처리도 독특하다. 

 

 

 

 

 

 

 

 

 

 

이제 내려간다.

 

 

 

 

 

 

난 명나라 황제가 충무공에게 내렸다는 물건들을 전시하고 있는 건물에 들어갔었다.

온 몸을 바쳐 외적으로부터 나라를 지키려고 애 쓴 충무공과, 그 와중에 당시 임금이었던 선조 이하 관료집단의 무능을 새삼 생각한다. 요즘 KBS에서 방송하고 있는 '징비록(서애 유성룡 저)'은 어렸을 때 서너번도 더 읽었었다. 

 

 

저녁을 먹으러 모텔 근처에 있는 중앙시장으로 걸어가는 길에 김춘수 시인상을 본다.

통영의 첫날은 비와 함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