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동 평화의 공원(2015년 10월)
미국 뉴저지주에 살고 있는 막내 동서가 이차여차한 집안일로 잠시 귀국을 했었다. 본가에서 일을 보고 나서 처가에 와서 이틀인가를 묵는다 하니, 여자 형제들끼리 서울시내에서 바람이나 쐬러 가는 게 어떠냐고 해서 후보지로 마침 억새가 아름답다는 하늘공원을 골랐다.
충청도 형님과 함께 차를 몰고 처가에 가서 아래 동서와 장인 장모까지 모시고 상암동 올림픽경기장 앞에 있는 공원에 갔다(처남이 운전을 했더라면 나나 윗 동서가 굳이 신월동까지 갔다가 올 필요가 없었다. 매사에 자신감이 없어 한없이 작아지고 있는 처남이 안쓰럽기는 하지만 이럴 때는 정말 좋은 소릴 하기 어렵다). 주차장은 널찍한데, 좀 이른시간이라 그런지 떨어진 낙옆이 이리저리 뒹구는 가운데 한산한 모습니다.
등나무 그늘아래에 있는 쉼터에서 준비해간 음식으로 요기를 했다. 연로하신 두 분은 그져 조금 드시는둥 마는둥 하시는데, 그 와중에도 장모님은 아들이 제대로 밥을 먹는지가 큰 관심사다. 음식 준비는 딸과 사위들이 다 했고, 당신들을 차로 모시고 다니는 사람들도 사위랍니다.
막내 동서 내외는 작년 10월에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가스에 살고 있는 둘째 동서의 딸래미 결혼식 때,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레스에서 잠시 만났었으니 1년만에 재회하는 셈이다. 나와 아래 동서는 맥주를 한캔씩 마시고, 뒷정리를 한 다음 장인어른과 장모님의 걷는 속도에 따라 천천히 움직인다.
신세대 허수아비들 뒤로 유치원생들이 많이 보인다.
공원 한쪽에서는 MBC 주말연속극 '엄마' 촬영이 한창이다. 탤런트는 2명(박영규와 윤미라)인데, 촬영에 동원된 인력이 어마어마하다.
다리를 건너 평화의 공원 안쪽으로 들어간다.
안내문을 읽어보니, 무슨 젊은 연예인 팬모임이 생일인가 뭐를 기념하기 위해 조성한 공간이라고 한다.
다리를 건너면서 장인어른과 장모님은 의자에 앉아 쉬겠다고 하시기에, 딸-사위들만 좀더 안쪽으로 걸어갔다.
충청도 윗동서 내외, 아래는 나와 집사람
이날 참석한 세자매(저녁 자리에는 큰 동서 내외도 참석했다)
잘 익은 감을 새가 쪼아 먹은 흔적. 아마도 까치가 그랬을 것 같다.
평지를 오래 걷는 것도 힘들어 하시는 데, 저길 모시고 올라가자고?
커피 한잔씩을 마시면서 잠시 쉬기로 했다.
잘 보면 벌새가 보인다.
낮에는 일이 있어 합류하지 못한 큰동서 내외와 함깨 신촌 근처에서 조금 이른 저녁을 먹을 계획이었으나, 연로하신 두분이 바깥 바람을 너무 오래 쐬는 것도 좋지 않은 것 같아 공원 산책을 일찍 끝내고 신월동 처가로 갔다(저녁은 오목교까지 나와 '자연밥상'이란 곳에서 먹었다. 여자 형제 다섯중 네명이 여기서 만났다).
여자 형제들은 '또 언제 만나나' 하면서 아쉬움을 달랜 채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이날 나는 집-신월동(1)-상암동-신월동(2)-오목교-신월동(3)-집의 경로로 운전을 했다. 충청도 동서는 나보다 훨씬 더 먼 거리를 움직여야 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