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나

2018년 2월 탕춘대성길, 그리고 인왕산

무애행 2018. 5. 4. 13:07

2017년 12월의 마지막 날, 대학의 과 친구들과 불광역에서 출발해서 향로봉 아래까지 갔다가 구기동으로 내려왔을 때 탕춘대성을 처음 봤다. 실은 그 날 그냥 암문까지 내려왔어도 하등 문제가 없었는데, 내가 왜 친구들을 중간에 돌려세워서 탕춘대성 옆길로 해서 구기동으로 하산하자고 했는지 모를 일이다.


요즘 서울 근교 등산로에 대한 나의 정보력을 탓하면서, 버스를 타고 구기터널앞 버스정류장(한국고전번역원)에 내렸다. 서울둘레길 안내가 잘 되어 있으나,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야 하므로 초입에서는 좀 신경을 써야 한다.









불심원 맞은편 허름한 집 문앞에는 구두 대여섯 켤레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요즘에는 대부분 집 안에 들어가서 신발을 벗게 되어 있는데, 이런 모습을 오랫만에 본다. 여기에 사는 사람들일까?




옛성길 구간 표시가 나타난다. 내가 갔을 때는 너무나 한산해서 여기서 탕춘대성까지 올라가는 데 딱 한사람을 만났을 뿐이다.


이날 내가 걸은 길은 아래 안내도에 녹색으로 덧칠을 했다.





탕춘대성 암문을 만나 안밖을 살펴본다. 


어디가 성 안쪽이란 말이냐? 인왕산에서 북한산성을 잇는다고 했으니, 내가 서 있는 곳이 안쪽이 맞을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암문이라고는 하지만, 너무 낮게 만들어진 것은 아닐까? 하기사 성벽 자체도 그리 높지 않으니 이 정도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다.




뭐에 쓰려고 돌에 구멍을 파냈지? 누군가 글씨를 새긴 듯한 흔적도 보인다.





밖에서 본 모습. 여기서 불광동쪽으로는 서울 둘레길이 이어진다(장미공원 방향).




무너져 내린 곳을 응급 복구해 놓은 것일까? 아님 처음부터 저랬을까? 아무튼 관리번호가 표시되어 있는 것으로 봐서 문화재관리 차원에서 뭔가를 하기는 하는가 보다.



다시 안쪽으로 들어와 향로봉쪽으로 올라갔다. 성곽 안쪽에는 흙이 채워져서 이처럼 성곽위를 걸어볼 수도 있다(그런데 문화재 보호차원에서 볼 때, 이게 좋은 일인지는 모르겠다)




조금 올라가다 보니 불광동쪽에서 올라올 때 처음 마주치게 되는 쪽두리봉이 보이고, 능선을 따라 향로봉과 비봉도 나타난다.




나무를 쪼는 소리에 걸음을 멈췄는데, 작은 새 한마리가 사람들이 가까이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할 일에 열중이다.




성곽을 따라 이런 산책로가 이어진다. 이 구간에서는 나무가 울창해서 오른쪽에 있는 북한산 봉우리를 관찰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내가 갔던 날에는 하늘이 그다지 맑지 않았다.




작년말에는 친구들과 함께 이 곳에서 구기동쪽으로 내려갔었다. 머지않은 곳에 탕춘대 공원지킴터가 있는데, 그 곳에 있는 지도에는 탕춘대성이 상명대학 근처에서 끊어진 것으로 표시되어 있다(실제로는 홍지문까지 이어져 있음_아래 지도 원안에 붉은 선으로 그려넣은 부분).





여기서 직진하면 향로봉쪽으로, 오른쪽 갈림길을 택하면 비봉쪽으로 갈 수 있다. 오늘은 탕춘대성을 보러 온 것이므로 여기서 발길을 돌리기로 했다.





암문을 지나 되돌아본 모습. 여기서 홍지문 방향(상명대 부근을 지나)으로 내려가기로 한다.



문화재보호를 위해 성곽위로 걷지 말라는 안내문이 나무가지에 가려져 있다.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나타나는 갈림길에서 성곽 밖으로 나갔다. 


이 구간에서는 탕춘대성곽이 비교적 뚜렷하게 보인다. 언제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시멘트를 이용해서 보수한 흔적도 나타나는데, 전체적으로 성곽 상부의 돌들이 자잘해서 작은 충격에도 금방 무너져 내릴 것만 같다. 






성곽인지 그냥 돌들을 쌓아 놓은 곳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곳을 지나자마자 상명대가 성벽안쪽을 메꿔서 훼손한 부분이 나타난다.






다른 사람들의 블로그에서는 대개 상명대학 후문쪽으로 난 길에 대한 언급이 있었는데, 난 북한산자락길로 표시된 방향으로 걸음을 옮긴다.




조금 더 걸어가자 나타난 너른 공터(아마도 택지개발용도)에서 삼각산 보현봉과 문수봉, 북악산 등이 잘 보인다.










여기서 옥천암쪽으로 방향을 잡고 내려가다가, 성곽을 넘어 가는 부분에서 잠시 고민을 했다(옥천암쪽으로만 산책로 표시가 되어 있다).





다시 올라와 성곽을 따라 내려가는 길이 있는지 살펴보다가 희미한 흔적을 발견했다.




여기까지는 분명하지 않은 오솔길을 수풀을 헤치며 내려왔는데, 성밖 급경사 구간에서 길의 흔적이 끊어져 버렸다(성 안쪽으로는 더 이상 내려갈 수 없다).




저 성곽을 복원할 때 분명 작업자들이 움직였던 길이 있었을 텐데 왜 흔적이 없는 걸까? 


나는 이 구간에서 망설이기를 여러번, 간신히 발자국 흔적을 찾아 조심조심 내려올 수 밖에 없었다. 길 아래로는 홍지문과 인왕산으로 올라가는 탕춘대성곽이 또렷하게 보인다.





아아, 여기 사다리가 놓여있다. 

누가 드나들려고?



사다리 아래쪽으로는 전혀 길을 찾을 수 없어서 할 수 없이 사다리를 이용해서 월장을 했다. 옥천암 갈림길에서 산책로를 버리고 수풀을 헤치며 있는 듯 없는 듯한 길을 내려와서 성곽을 넘다니....



주택가로 난 길을 따라 홍제천을 건넌다.



홍지문과 탕춘대성의 일부인 오간수문(오간수문 위로는 들어갈 수 없다)




홍지문








홍지문까지 둘러봤을 때 어두어지기 시작했으므로,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 날 아침에 다시 상명대앞으로 갔다. 마침 시내에서 점심 약속이 있는지라, 인왕산을 넘어가면 대충 시간이 맞을 듯 했다.


세검정이다. 그리고 세검정 삼거리를 지나 인왕산 등산로에 접어들었다.








탕춘대성곽이 아침 햇살을 받아 또렷하게 보인다. 홍지문까지 햇살을 받으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할 듯.



인왕산 구간도 초입은 상당히 가파르다.





여기에서 성을 쌓은 흔적이 끝났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탕춘대성곽을 따라 움직였는데, 성곽 자체로만 보면 뭔가 부족한 느낌이다. 그렇지만 성을 쌓으려고 결심했을 때와 중간에 바뀐 사정을 감안하면 또 이해가 될만도 하다. 



너른 터가 나올 때만다 사방을 둘러본다.

어제 오후에 비해 한결 하늘이 깨끗하다. 물론 햇살의 방향도 이런 경치구경에 한몫을 한다.









군부대를 지나 조금 더 오르니, 홍제동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난다.





예전에는 여기를 지네바위라고 불렀는데, 얼마전부터 기차바위로 이름이 바뀌었다고 한다.






인왕산 정상부





시내쪽을 바라보니 벌써 남산 주변이 희미하게 변했다. 시계를 보니 자칫하면 점심 약속시간에 늦겠다 싶어 수성동계곡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그 곳에서 마을버스를 타면 숭례문쪽으로 나올 수 있다). 





수성동 계곡에서 바라본 인왕산 정상부와 기린교라고도 불린다는 돌다리를 슬쩍 바라보고는 마을버스에 몸을 실었다.




담에 다시 탕춘대성을 둘러볼 때는 상명대 후문에서 옥천암쪽으로 내려갔다가, 홍제동에서 인왕산을 올라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