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부터 1년 동안 네팔에 근무할 때 자주 만났던 사람들중 한사람이 이번에 아프리카 이디오피아로 발령이 났다기에 환송을 핑계로 모임을 갖기로 했다. 마침 소양강댐 관리를 맡고 있는 K-Water 직원이 춘천으로 초대를 해서 8월 두번째 토요일 오후에 춘천역 근처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간만에 itx청춘 열차를 타보려고 휴대폰에 있는 'KORAIL 앱'을 열었더니만 이미 전석 매진으로 나온다.
그렇다면 전철을 타고 가지. 그렇지 않아도 대부분의 itx청춘 열차는 상봉역에 정차하지 않기 때문에, 집에서 춘천을 가려면 지하철 7호선을 타고 상봉역에서 전철을 갈아타는 게 오히려 더 낫겠다 싶었다(집에서 제일 가까운 곳은 지상 청량리역이고, 춘천행 전철을 타고 가다 환승할 수 있는 곳은 평내호평역이다).
그런데 전철로 가면 춘천까지 얼마나 걸리지? 전철시각표를 한참이나 뒤적인 끝에 1시간 25분 정도 걸릴 것으로 생각하고, 상봉역 출발 12시 17분 열차를 타러 나섰다(춘천행 전동차는 한시간에 두대꼴로 다니기 때문에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려면 시간을 맞춰 나가는 게 좋다). 그런데 너무 빠듯하게 이동시간을 잡았는지 경춘선 플랫폼에 올라서니 열차가 막 출발하려 하고 있었다. 열차안에는 사람들이 꽤 많이 타고 있어 처음 몇 정거장은 서서 가야만 했다. 대성리역쯤해서 M.T.를 가는 듯한 젊은 학생들이 내리고 나니 열차안이 한산해진다.
춘천역에 내려보니 사방이 휑한게, 도대체 약속장소를 어디로 찾아가야 할지 막막해진다. 아래 사진에서 동그랗게 표시된 곳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생각보다 내가 너무 일찍 도착하였기 때문에 역안에서 마중나올 사람을 잠시 기다려야 했다.
파출소로 사용되었던 건물을 꾸며 아담한 까페를 만들었다. 1층은 홀이고, 2층에 작은 방이 서너개 있는데 벽에는 작은 소품을 액자에 담아 장식을 했다. 아래는 여자화장실에 걸려 있는 것!
커피를 한잔 마시면서 동선에 대해 논의를 한 결과, 먼저 도착한 사람이 소양강댐 근처에 있다기에 청평사를 먼저 가 보기로 한다. 서울을 떠날 때는 맑던 날이 금새 소낙비 내리는 날씨로 바뀌었다. 여기서 뜻밖에도 15년전쯤 인터넷산악회를 통해 알게 되었던 사람을 만났다(나이는 내가 훨씬 위).
선착장에 도착했더니 비는 계속 내리지만, 배는 문제없이 다닌다고 한다. 청평사에서 나오는 마지막 배시간을 확인하고 배에 올라탔다.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이, 2015년은 유독 비가 적게 내려 소앵강댐의 수위가 많이 낮아졌다. 그나마 최근 며칠 사이에 내린 비로 수위가 조금씩 오르고 있다니 다행이다.
소양호의 수위가 낮아지면서 생긴 변화-청평사쪽 선착장이 하류쪽으로 많이 내려왔다.
빗줄기가 가늘어지기는 했지만, 우리는 우산을 쓰고 청평사쪽으로 걷기 시작한다.
계곡에 반 흙탕물이 흐르고 있다.
그리고 늘어난 물에 폭포가 볼만해졌다.
이윽고 청평사 경내에 들어섰다.
대웅전이 보이는 곳에 왔더니 비가 거의 다 그쳤다. 산 위로 피어오르는 물안개!
아프리카에 가서도 무탈하게 잘 있다 오라는 기원등을 올리고, 대웅전에 들어가 부처님께 삼배를 올리고 나왔다.
비가 그친 뒤 청평사의 모습은 사방이 모두 경관이다.
왼쪽부터 건설감리업체 오이사, 나, 코이카 아프리카담당부장, K-Water의 김부장(김부장은 가뭄 때문에 방송에 여러번 출연했었다)
내려오는 길. 그 사이에 물이 많이 맑아졌다.
중간에 있는 음식점에서 우릴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과 합류하여 파전에 막걸리 한잔을 마시고 소양강댐행 배를 타러 선착장으로 걷는다. 물이 빠지고 나니 그동안 쌓였던 모래와 자갈층이 드러난다.
낚시를 하나?
오랫동안 물에 잠겨있던 곳이 드러나니 새삼 땅의 생김새를 알겠더라.
다른 일정 때문에 청평사 유람을 같이 하지 못한 산업인력공단의 김부장이 식당으로 왔다.
오랫만에 얼굴을 본다.
여기서 닭갈비로 저녁을 먹은 후 몇 사람은 서울로 돌아가고 누군가의 제의로 스크린골프를 하러 갔다. 음주후 스크린골프는 성적이야 어찌되었던지간에 그 안에서 웃고 떠드느라 더 즐거웠다.
숙소에 돌아와 술을 조금 더 마시고, 간만에 고스톱도 즐겼다.
아침에 일찍 서울로 돌아간 사람을 빼고 우리는 K-Water 김부장의 안내를 받아 소양강댐 전망대에 갔다.
높은 곳에서 보니 댐은 물론 소양호가 달리 보인다.
우리는 소양강댐 관리단 바로 앞에 있는 막국수집에서 이른 점심을 먹고 헤어졌다. 난 남춘천역에서 기차를 탔다.
이 모임을 위해 수고를 마다않은 김부장, 고생 많았어요. 아프리카로 떠나는 도부장은 건강하게 근무하다 돌아오세요. 그리고 이 모임에 참석해 준 모든 분들, 간만에 얼굴 볼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네팔사띠의 인연은 이렇게 이어진다. 담달에는 귀국자 환영회를 열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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