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 세째 토요일에 나는 금융단 불자회의 성지순례 행사에 동참하여 선본사 갓바위부처님께 기도를 하러 갔다.
아침 7시에 지하철 양재역을 떠난 버스가 경부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는데, 평택쯤 오니 안개가 자욱하다.
대전을 지났는데도 안개가 피어 오른다.
금강휴게소에 도착해서 잠시 쉰다.
여기는 정말 오랫만에 들른다. 올해 엄청난 가뭄이 들었는데도, 본류에 작은 보가 있는 여기는 물이 가득하다.
이런 물을 필요한 곳에서 잘 쓸 수 있도록 물길이 연결되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도 여기서 사진을 한장 찍었다. 그런데 보 한가운데에 차를 세워둔 사람들은 뭘 하는 걸까?
서울을 벗어나는 데에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려서 예정보다 약간 늦은 시간에 선본사에 도착했다.
처음 계획은 선본사를 참배하고 올라가다가 삼성암에서 점심공양을 한 다음, 갓바위 부처님이 계신 곳까지 가서 유리광전에 모여 사시예불을 올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유리광전에서 법문을 해 주시기로 한 스님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버스에서 내리지마자 곧바로 갓바위 부처님이 계신 곳까지 올라갔다.
능선에 오르니 팔공산 줄기와 파란 하늘이 어우러져 아주 보기 좋다.
10년전쯤엔가 여기 왔었을 때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길을 힘들게 오르던 일이 생각난다.
드디어 다 올라왔다.
여기 부처님 명호는 공식적으로 관봉 석조여래좌상(관봉에 있으며, 돌로 조성되었고, 앉아 있는 부처님이란 뜻)이지만, 왼손바닥에 작은 약합을 들고 있어 약사여래좌상으로 불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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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산(八公山)의 관봉 아래에 위치한 선본사는 신라 소지왕 13년(491년)에 극달화상이 창건한 사찰로서, 1614년에 수청대사가 중창하였다. 선본사 소속 문화재로는 지방유형문화재 제115호인 선본사 3층 석탑과, 지성껏 빌면 한가지 소원은 반드시 이루어 진다는 관봉석조여래좌상(일명 갓바위 부처)-보물 제431호-이 있다. 이곳은 절 이름 보다는 '팔공산 갓바위 부처님'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 절 동쪽에 있는 갓바위 부처님에는 가파른 산세에도 불구하고 늘 참배객들의 줄이 끊이질 않는다.
'갓바위 부처님'은 남북국시대(통일신라시대)의 석불좌상으로서 전체 높이는 4m에 이른다. 머리에 마치 갓 같은 판석(板石)이 있어서 그렇게 부른다. 갓바위 부처님을 약사여래부처님이라고 하는데, 동방의 정유리세계(淨溜璃世界)를 교화하는 부처님인 약사여래는 보살도를 닦을 때 열두가지의 크고 거룩한 원을 세워서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구하는 바를 다 이루게 하여 부처님이 되신 분이다.
선본사(갓바위) (대한민국 구석구석, 2013. 6., 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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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께 삼배의 예를 올리고, 기념사진을 한장 찍는다.
부처님께 지성으로 기도하는 불자들로 빈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
주변을 둘러본다. 하늘은 맑고 산은 가을색을 조금 입고 있다.
오늘 법문은 이 안에서 듣기로 했다.
선본사 스님께서는 '8苦-불교에서 말하는 8가지 고통. 생로병사(生老病死)의 4고(苦)와 더불어 사랑하는 것과 헤어지는 고통인 애별리고(愛別離苦), 싫어하는 것과 만나는 고통인 원증회고(怨憎會苦), 구하여도 얻지 못하는 고통인 구부득고(求不得苦), 오온에 대한 집착에서 생기는 오온성고(五蘊盛苦)'를 주제로 법문을 풀어 가셨다.
법문을 다 듣고 나서 곰곰히 생각해 보니, 그중 '구부득고'가 가장 어려운 게 아닌가 한다. 애별리고도 원증회고도 다 그렇게 되기를/안되기를 구하는데 원대로 아니되니 괴로운 것이다.
법문을 듣고 난 후 기와 한장을 올리기로 했다. 밖으로 나오니 여전히 많은 불자들이 기도에 여념이 없다. 다시금 3배를 하며 오늘 여기에서 기도하는 바가 원만히 성취되기를 기원한다. 그런데 간만에 보는 내 뒤통수가 정말 하얗구나. 나도 속알머리 없는 사람이 되었구나. 산을 내려가면 머리카락 염색부터 해야겠다.
단체사진: 전날 대구에 내려왔다가 동학사쪽에서 아들과 함께 올라온 법우도 있다.
다시금 경건한 마음으로 부처님께 예를 올리고 점심 공양을 들러 밑으로 내려간다.
이날 가장 아름다운 단풍은 여기에 있었다. 삼성암이다.
선본사를 참배하러 가는 길이다.
여기 주불은 아미타불이구나.
저 멀리 갓바위가 보인다. 오른쪽에 소나무 있는 곳에 삼층석탑이 있는데, 한창 보수중인 것 같아 올라가지는 않았다.
돌아오는 길에 다시 들른 금강휴게소.
천막으로 덮힌 곳이 포장마차인가? 보 저쪽에는 텐트까지 있다.
정말 오랫만에 갓바위 부처님께 기도를 하러 갔다 오니 몸은 조금 고되었지만, 마음이 날아갈 듯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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