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잡기

2017년 4월 중순 남산 벚꽃 구경

무애행 2017. 4. 24. 11:57

4월 13일(목), 남산 벚꽃이 활짝 폈다는 말을 듣고 오후에 집을 나섰다. 

아파트 입구에 핀 복숭아꽃.




이번에는 지하철 4호선 명동역에서 내려 숭의학교쪽으로 걸어간다.

지금 시간이 오후 4시 반경인데, 태권V 모형이 늠름한 자세로 서 있는 서울 애니메이션센터앞에는 관광버스가 줄을 이어 서 있다.


그러고 보니 올해 3~4월에 걸쳐서 남산에는 세번째 가는 길이다.





명동에서 숭의학교 앞을 지나 남산케이블카 있는 곳으로 올라가다 보면, 돈까스 거리가 나온다(그런데 여기 음식맛을 좋게 평가하는 사람들을 별로 보지 못했다. 참고로 나는 여기서 음식을 먹은 적이 없다). 음식은 첫째가 맛이고, 양은 그 다음이지 않던가? 





숭의학교 담장이 끝나는 지점에서 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오늘은 여기서 남산 북쪽산책로로 올라간다(케이블카 탑승장 조금 못미쳐).







몇걸음 떼지도 않았는데, 도처에 여러가지 꽃이 만발해 있다. 




산책길에 도착했다. 너무나 화려한 꽃길에서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지 모르겠다. 

나무에서 떨어진 벚꽃잎이 하얗게 길을 덮고 있다.


일단 동국대쪽으로 몇걸음 걷는다.








와룡묘 입구에서 발길을 돌려 남산도서관쪽으로 간다. 






조지훈 시비앞이다. 일단의 사람들이 단체사진을 찍는다 해서 한방 눌러줬다.

벚꽃 하늘 사이로 케이블카가 지나간다.











목멱산방 앞에는 저녁 식사 시간에 맞춰 입장을 하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오후 5시쯤).







'임자 사랑해' 라는 표어에 딱 맞는 어르신 커플들이 많이 보였다. 그런데 이 표어는 산을 사랑하자는 뜻으로 산림청이 내걸은 것으로, 녹색으로 표시한 '임'자의 이응 안에 수풀 임()자를 넣었다.






나무 밑둥에서도 꽃이 피는구나.




산책로 끝에서 길 건너편을 보니 젊은이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나도 길을 거너갔다.







차가 다니는 길을 따라 숭례문 방향으로 걷는다.




인기 드라마의 영향력을 실감하는 순간(사실 난 우리나라 연속극을 거의 보지 않기 때문에 가끔 이런 장면에서 어색해질 때가 있다). 이 계단에서 '내 이름은 김삼순'이라는 드라마의 마지막 장면을 장식한 로맨틱한 키스신(현빈과 김선아가 계단 중간에서)을 찍었다 해서 '삼순이 계단'이란 팻말도 세워 놨다.  




편의점에서 캔 커피를 하나 사서 마신다.

사실 난 후각보다 미각이 무딘지, 커피향에 비해 커피 맛은 잘 구분하지 못한다. 그날그날 손에 잡히는 것을 마시는 편이다. 



안중근의사와 관련된 여러 글귀가 보인다. 조선 침략을 획책하던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에서 살한 님의 나라사랑 정신을 다시 한번 되새겨본다.






견리사의견위수명
(見利思義見危授命)
대한민국의 보물
안중근의사유묵 - 견리사의견위수명.jpg
지정번호보물 제569-6호
(1972년 8월 16일 지정)
소재지부산광역시 서구 부민동 2가 1번지
동아대학교 박물관
제작시기1910년(순종 융희 4) 2월

견리사의견위수명(見利思義見危授命) 

이익을 보거든 정의를 생각하고 위태로움을 보거든 목숨을 바치라. 여기서 견리사의(見利思義)와 견위수명(見危授命)은 안중근 의사가 100년 전에 여순 감옥에서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며 자신의 철학과 심경을 피력하였던 간절한 마음이 읽혀지는 내용이다.

견리사의는 이익 보는 것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익을 얻는 과정이 정당한 것인지 아닌지를 따져보라는 뜻이다. 이익이 된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익을 쫓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1910년 2월 안중근이 옥중에서 남긴 글씨이다.

말미에 '庚戌二月 於旅順獄中 大韓國人 安重根 書'(경술이월 어려순옥중 대한국인 안중근 서)라는 낙관이 있고 그 아래 장인이 찍혀있다.




한양도성 성곽 복원공사가 한창이다. 






안중근의사 기념관에서 남산순환도로쪽으로 내려가는 길.

벚꽃 터널이 환상적이다.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주차요금 받는 곳 근처까지 왔다. 약간 붉은 빛이 도는 저 나무도 벚나무인가?








남산 정상에서 내려오는 차길을 따라 가 보기로 한다. 

먼저 소월 시비가 있는 곳에 발걸음을 멈춘다.







벤취에 앉아 있는 이슬람권 여성들이 보인다.




관광버스를 타고 내려오는 사람도 있고, 걷는 사람도 있다. 물론 자전거를 타고 쌩 하고 내닫는 사람도 있고. 









뭘 그렇게 열심히 찍나 했더니, 나처럼 나무 등걸에 난 꽃을 찍고 있었다.






날도 어두워지는 것 같아, 이쯤에서 발길을 돌린다. 

어차피 내가 가진 카메라는 야경을 예쁘게 찍을 수 없으므로.








퇴계 이황선생 동상을 찍고 돌아서는 데, 남산관광 안내도에 가까이 가서 뭔가를 찾는 아가씨들을 만났다.

뭐라도 도와드릴까요? May I help you? 했더니, 날보고 Where are you from? 한다.


나 한국인이야! I'm Korean! 이라고 하면서 왜 그런 질문을 내게 했냐고 하니까, 

한국에 온지 일주일이 넘었는데 길을 다니면서 영어로 뭘 물어봤는데 영어로 답을 해주는 한국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다고 한다.  





이들은 버스편으로 남산에 올라 남산N타워를 구경한 다음 여기까지 버스를 타고 내려왔다 한다(그러데 왜 여기서 내렸지? 명동역까지 가는 노선도 있는데). 목적지가 어디냐고 하니 명동이라 한다. 그 곳에서 뭐하게? 쇼핑하려구요.

그럼 내가 지금 명동역으로 가는 길이니, 그 곳까지 안내해 주마.


인도네시아에서 한국 관광을 온 여대생인데, 총 13일간 한국에 머물 예정이라고 한다. 그중 한 아가씨는 한국말을 2년동안 공부했으며 다른 아가씨도 한국 드라마를 통해 한국말을 조금은 쓸 줄 안다고. 


그럼 한국말로 대화를 할까? 했더니, 아직 그 수준은 아니라고 하면서 수줍어 한다. 그동안 어느 곳에 다녀왔냐고 물으니, 전라북도 전주의 한옥마을도 나녀오고, 국민대학교도 갔다 왔다네. 그러면서 내가 길음동에 산다 하니, 길음동도 안다고. 아마 국민대를 가려고 길음역쯤에서 환승을 한 게 아닐까 하면서 도대체 어떤 드라마가 국민대를 배경으로 했을까 하고 찾아보니 다음과 같은 글을 찾을 수 있었다. 딴따라 9회분이라고 한다. http://www.wikitree.co.kr/main/news_view.php?id=260345


'내 이름은 김삼순'이란 드라마도 봤다고 한다. 계단을 내려오면서, 여기가 그 곳이라 하니 무척 신기해 한다. 명동역까지 같이 걸으면서, 한국에 대한 인상(거리가 엄청 깨끗하고, 또 오토바이가 많지 않아 그런지 조용하다 등등)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 명동역 지하상가까지 왔더니 여기부터는 길을 알겠다고 한다. 


그래서 한국에서 많은 것을 즐기고 잘 돌아가라 했더니, 같이 사진을 찍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아가씨들 휴대폰으로 한장 찍고, 내 전화기로도 또 한장 찍었다. SNS계정을 알려달라고 했는데, 나는 아직까지 facebook 같은 것을 쓰지 않기 때문에 그냥 이메일 주소만 알려주었다. 뭐, 담에 인도네시아에 오면 안내를 잘 해 줄 수 있다고도 했다(여긴 또 언제 가나?).


작별인사로 악수를 청하니, 내 손을 두손으로 잡아 살짝 고개를 숙인 후 자기 뺨에 대고는 이게 인도네시아식 인사법이라고 한다.








오늘 돌아다닌 경로다. 인도네시아 아가씨들과 함께 걸은 길은 초록색이다.

요즘 외국인 관광객들을 상대하는 우리나라 상인들은 중국의 여행금지조치에 매출이 왕창 떨어졌다고 하는데, 이렇게 다른 나라에서 관광객들이 몰려와주면 얼마나 좋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