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향기

북촌 산책(회혼식 구경)

무애행 2016. 6. 7. 11:41

대학의 같은 과를 졸업한 총무가 5월 12일, 부부의 날을 맞이하여 친구들과 함께 수성동계곡-인왕산-경복궁내 민속박물관-북촌 골목길의 거쳐 밥을 같이 먹자는 계획을 발표했다. 4월 중순 이후 '부처님 오신 날' 준비와 각종 행사에 참여하느라 집사람과 같이 외출한 기억이 별로 없던 나는, 인왕산은 빼고(발가락 염증이 다 가라앉지 않아 가벼운 산책만 다니는 중) 민속박물관부터 동행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 날, 기온이 상당히 높았다.

집에서 버스를 타고 종로경찰서 앞에 내린 우리는 윤보선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는데, 몇걸음 가지 못하고 시원한 차음료 하나를 사야 했다.


골목길 초입부터 한복대여점들이 여렷 보인다. 한복을 자주 입지 않는 사람들이나,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에게는 상당히 매력적인 상품으로 생각된다. 2015년 3월 일본 간사이(關西) 지방을 방문했을 때, 특히나 교토(京都)에서 구 일왕궁을 관람할 때와 청수사 올라가는 길에 일본 전통복장을 하고 거리를 걷던 사람들을 많이 봤는데, 그 곳에서도 옷을 빌려입고 다니는 게 보편화 되었다고 들었다.




풍문여고인지 덕성여고인지 담장에 핀 장미꽃을 배경으로 한장!



솟을대문, 좌우에 행랑채가 붙어 있다.



윤보선 저택(일반에게 공개하지 않음) 근처에 있는 갤러리 담에 들어가 잠깐 전시물을 둘러봤다.



길 모퉁이를 돌아서니 길 건너편에 가마가 있고, 그 안에 여인이 앉아 있다.

무슨 일인가 하고 주변을 살펴보니, 서울교육박물관 앞뜰에서 전통혼례식을 준비하고 있는 게 보인다.

발가락도 시원찮고 햇살도 따가운데, 여기에 앉아서 구경이나 하자 하고 한켠에 자리를 잡는다.





자리를 잡고 보니, 오늘은 '回婚禮'가 진행된다 한다. 회혼례라고 하면 결혼 60년이 된다는 것인데, 어쩐지 가마속의 신부가 나이 들어보이더라니!


-------------------------------------------------

민속문화관 : 가족생활풍습 - 회혼례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2962367&cid=58094&categoryId=58094

혼인을 기념하는 회혼례는 출생을 기념하는 생일맞이와 함께 세계적으로 널리 일반화된 공통적인 풍습으로서 우리나라에도 있었다. 우리나라의 회혼례는 유럽을 비롯한 다른 지역 나라의 회혼례와는 달리 혼인 60돌을 계기로 자손들이 부모를 축하하여 잔치를 베푸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회혼례는 보통 80살안팎에 이르러서야 할수 있었고 그것도 부부가 함께 생존하고있어야만 하였다. 우리나라의 회혼례는 혼인잔치 때와 꼭 같은 의례절차를 거쳤다. 그러므로 매우 제한된 범위에서, 그것도 부유한 양반사대부들의 가정에서나 차렸다.

18세기 기록인 『송천필담』에는 예산의 김가 성을 가진 사람의 부부가 함께 늙어 나이 80살을 넘었기 때문에 안팎의 손자, 증손자들이 다 모여와서 옷을 마련하고 상을 차려드리고 합근례를 하였다는 기사가 씌어있다. 또 1769년 봄에 안윤행이란 사람의 회혼례를 하였는데 그는 79살이었고 부인 민씨는 80살이었다. 이때 나무기러기를 만들어놓고 마주 절하고 잔치를 베풀었는데 그들을 위해 일가친척들이 모두 모여와서 참가하였다고 하였다.

회혼례를 할 때 기러기를 놓고 마주 절했다는 것은 회혼례에서도 혼인잔치때의 전안례, 교배례와 같은 의례절차를 거쳤다는 것을 말한다. 회혼례의 의례절차와 관련한 보다 생동한 자료는 18세기의 이름있는 화가 혜원 신윤복의 그림 ‘혼인 60돌’이다.

그림은 대청마루앞에 4개의 긴 장대를 세워 특별히 장막을 쳐놓고 가운데 전안상을 놓았다. 거기에는 나무기러기 한개, 촛대 한쌍, 밤과 대추 그릇으로 짐작되는 것이 대칭되게 놓여 있다. 그리고 전안상을 가운데 두고 좌우에는 퍽 늙은 부부가 젊은이들의 부축을 받으며 혼인잔치때의 신랑, 신부와 같이 사모관대, 칠보단장을 하고 마주서서 허리굽혀 절하고 있다. 그 둘레에는 알아볼수 있는 사람만 하여도 남녀노소 50명정도나 그려져 있다.

신윤복의 그림밖에도 작자가 알려지지 않은 19세기의 그림 혼인 60돌을 비롯한 회혼례광경을 그린 그림들을 종합해보면 나무기러기와 촛대 한쌍 그리고 약간한 음식그릇밖에 조롱박잔이 놓여있다.

현지조사자료에 의하더라도 근세까지 회혼례를 진행하는 경우 늙은 부부는 젊어서 하던 혼인잔치때와 같이 사모관대, 칠보단장을 하고 청실, 홍실을 늘인 조롱박술잔을 나누기도 하였다고 한다. 이때 자손들은 차례로 축배잔을 올리고 절을 하였다.

먼저 늙은 부부가 혼인잔치때처럼 옷차림을 하고 전안례, 상견례, 합근례를 하였다. 그리고 환갑잔치때처럼 큰상을 차려드리고 맏아들과 맏며느리부터 시작하여 막내아들과 막내며느리에 이르기까지 차례로 술을 부어드리고 절을 한 다음 딸과 사위, 동생, 조카, 친척, 친지들의 순서대로 하였다. 이때 남자는 보통 재배 즉 두 번 절하고 여자는 4배 즉 네 번 절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회혼례는 환갑을 비롯한 생일맞이와 함께 부모를 존경하고 정성을 다하여 섬기는 우리 민족의 아름다운 풍습의 하나였다.

[네이버 지식백과] 회혼례 (조선향토대백과, 2008., (사)평화문제연구소)


-------------------------------------------------



그런데 집에 돌아와, 관련기사를 검색해 보니 아래와 같은 글이 있다.


-------------------------------------------------

종로구, 부부의 날을 맞아 다문화가족과 노부부를 위해 전통혼례 개최

http://ilyo.co.kr/?ac=article_view&entry_id=181674 온라인 기사 2016.05.21 02:30


[서울=일요신문] 김정훈 기자=

종로구(구청장 김영종) 종로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 및 종로구건강가정지원센터는 21일 오후 3시 종로구 정독도서관(종로구 북촌로 5길 48)내 잔디마장에서 다문화가족을 위한 결혼식과 노부부를 위한 금혼식을 전통혼례로 개최한다.이번 행사는 아.리.랑(아름다운 이음의 앙상블)이란 주제로 아직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다문화가족에게는 ‘부부를 위한 전통혼례’와 결혼한 지 50주년이 된 노부부를 위해서는 ‘금혼식(金婚式)’을 올려준다. 부부의 인연을 맺는 혼례에 대한 의미와 그로 인해 형성되는 가족의 가치에 대한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부부의 날에 행사를 개최하게 되었다.

이날 가족, 친지, 주민, 관광객 등이 참석한 가운데 북촌 정독도서관에서 전통혼례로 혼인을 치룬다.  

남부럽지 않은 50년 금슬을 과시해 온 부부에게는 이날 금혼식을 통혜 50년 전 청춘과 설렘을 다시 느껴 보게 되고, 다문화 가족 부부에게는 한국의 문화를 이해하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축제에 모인 주민과 관광객들에게는 평소 접하기 힘든 전통 혼례의 멋을 느낄 수 있는 볼거리를 제공한다.


실제 결혼 50주년을 맞이하는 부부의 금혼식은 오후 3시부터 ▲홍초로 불을 밝히고 ▲신랑이 기러기를 신부 댁에 전달하는 전안례(奠雁禮) ▲몸과 마음을 새로이 정화하는 의미로 맑은 물에 손 씻기 ▲큰 절로 두 분이 서로 함께 한 세월을 위로하고 앞으로 남은 생을 사랑의 마음으로 백년해로 할 것을 서약하는 교배례(交拜禮)  ▲ 감사의 마음으로 표주박에 술을 나누어 마시는 합근례(合巹禮) ▲가정에 행복과 건강을 지켜주신 하늘에 감사하는 고천문 낭독 순으로 30분 동안 진행된다.  

종로구는 오랜 세월 부부의 연을 맺고 희로애락을 함께해온 장수부부의 노고를 치하하는 동시에 결혼의 의미와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한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내가 본 회혼례는 위 신문기사와 거의 비슷한 순서로 진행되었는데, 기사에서는 금혼식이라 했고 현장에서는 회혼례라고 들어서 잠시 혼선이 있었다. 다만 도로쪽에 설치한 안내판의 글자(위 2장의 사진속에 보임)가 '아-아름다운 ' '리-이음의' '랑-앙상블'이라고 되어 있는 것을 보니 종로구청의 행사가 맞기는 맞는가 보다. 







늙은(?) 신랑이 기럭아범을 앞세우고 식장으로 들어온다.

예전 풍습이야 말을 타고 처가에 와서 혼례식장에 들어오는 것이겠으나, 오늘은 신랑도 가마를 타고 왔다.

다른 모든 절차는 위 신문 기사대로 진행되었다.













사진찍는 시간이다.

신랑이 대추를 입에 물고 신부에게 건네주는 장면인데, 사진찍는 사람들이 '그만하면 됐다' 할 때까지 입에 물고 있어야 했다.

그리고 막내 아들이 부모님께 절을 하러 단상에 올라왔는데, 복장이 옥의 티다. 




거리에는 한복을 차려입은 처자들이 오가고 있었다. 자태가 엄청 예쁘다!




집에서 나올 때는 북촌8경을 다 돌아보마 했지만, 햇살이 뜨거워서 다 포기하고 친구들을 만나러 밥집으로 간다.







인근 한정식집에서 대학 친구들(그 부인들 포함)과 맛있게 먹었다. 올해는 대학 입학 40주년이 되는 해이니, 이들과의 인연도 벌써 40년이구나.

맨 아래 사진은 인왕산에 올라갔던 친구들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