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잡기

종로구 부암동 백사실계곡 방문기(2018년 1월, 3월)

무애행 2018. 4. 24. 21:04


2017년 12월에 창의문~숙정문 사이의 한양도성길을 다녀온 이후, 바로 아래에 보이는 종로구 부암동의 백사실계곡을 가보고 싶어졌다.


백사실계곡에 대해서는 아래 사이트에 설명이 잘 되어 있다.

 http://pynce43.tistory.com/276

http://younghwan12.tistory.com/3212



2018년 1월은 유독 추운 날이 많았다. 이날도 날씨가 추웠지만, 친구가 같이 갈 수 있다고 해서 세검정초등학교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난 집앞에 있는 '길음뉴타운 버스정류장'에서 여기까지 가는 버스가 있는 줄도 모르고, 길음역 4번 출구쪽으로 터덜터덜 걸어갔다(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한다는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다). 요즘은 지자체마다 여름에는 그늘막을, 겨울에는 바람막이 천막을 설치하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데, 의도야 충분히 이해한다지만 저런 것들이 시야를 가리는 불편함도 있다.


더군다나 여기서 출발하는 버스는 구기터널 쪽으로 방향을 틀어서 내려주기 때문에 약속장소인 구기초등학교 버스정류장까지는 보도육교를 넘어 걸어가야 한다(아래 사진의 검은색 선).





난데없이 새 한마리가 날라다닌다. 이 개울에도 잡아먹을 만한 고기가 남아 있을까?





구기초등학교 버스정류장 근처에는 보도육교 재가설 공사가 한창이다. 예전에 입수한 사진은 아래에 있다.





다리(신영교)를 건너 골목길을 따라 백사실 계곡으로 올라가려는데, 정자 한켠에 육교재설치를 반대한다는 주민들의 플래카드가 보인다.







상명대 남쪽으로 난 가파른 능선에 탕춘대성곽이 보인다. 계곡옆에 있는 홍지문은 사진속에서는 찾을 수 없다. 건너편 인왕산쪽으로도 탕춘대성이 이어지는데, 역시 나무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현통사 가까이에 가니 아래와 같은 안내도가 보인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능금마을 아래로는 계곡이 표시되어 있지 않다(실제로 가 보니 계곡 바로 옆으로 산책로가 나 있던데, 그래서 생략을 했던 걸까?). 여기 오기전에 이런 안내도를 인터넷에서 찾아봤지만 '백사실계곡은 어디 있는 거냐?' 하는 의문이 남아 있었다.




현통사 바로 아래에 난 계곡물은 이처럼 얼어붙었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더 아래쪽 계곡은 근처에 들어선 집들 때문에 제대로 감상할 수 없다. 이 계곡은 북악산에서 발원하는 것이다.



도롱뇽 서식처이니 잘 보전하자는 안내문과, 그 근처에 있는 안내도. 이 안내도에는 현통사 위쪽의 백사실 계곡이 제대로 표시되어 있었다.




현통사 아래 계곡을 건너는 다리에서부터 10여분쯤 걸었더니 계곡 건너편에 넓직한 터가 보이고, 주춧돌로 쓰였음직한 다듬은 돌들이 줄을 지어 서 있다. 여기가 별서터인가보다.








우물터? 그 앞의 연못에도 물이 다 빠졌는지, 낙옆만 가득하다.






친구는 여기서 '금강반야바라밀다경 안에 우주와 우리 인생의 모든 답이 다 들어있다'고 한 스님을 만나 대화중이다.



계곡을 다시 건너와서 뒤를 돌아보니 '월암(月巖)' 각자(刻字) 보인다. 무슨 뜻이겠느뇨?



솟대도 보이고



우리는 계곡 밖으로 나가 백석동천(白石洞天) 각자를 보고 집들이 들어찬 곳까지 갔다가 다시 안쪽으로 들어왔다.





계곡은 이처럼 얼어붙었고, 능금마을이 보일 무렵 나는 카메라의 무슨 버튼인지를 누른 후 현실성이 떨어지는 색감으로 사진을 찍었다. 이게 아직 새 카메라의 조작법을 익히지 못한 결과다. 





아까 별서터에서 헤어졌던 스님을 약수터에서 다시 만났다. 이 약수터에는 '음용불가'라는 구청의 수질검사표가 붙어 있었는데, 마을 사람들은 그냥 무시하는 듯한 분위기다.


우리는 북악스카이웨이까지 올라갔다가 능선길로 되돌아 내려가기로 했다.






평창동 뒤편으로는 보현봉(오른쪽 가장 높게 보이는 봉우리)이 우뚝 솟아있고, 왼쪽으로 문수봉 - 승가봉 - 사모바위 - 비봉이 차례대로 나타난다.



형제봉 방향을 보니 바로 아래에 묘각사와 주변에 주택들이 보인다. 이 마을은 화정박물관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올라오면 만나게 되는가 보다.



능선을 따라 걷다보니 어느덧 현통사 근처에 왔다. '일붕 서경보대선사 시비'가 외로이 서 있다.




오늘 친구랑 둘이서 천천히 돌아다닌 경로를 지도에 표시해 봤다. 붉은 선은 올라갈 때, 파란 선은 내려올 때 경로를 각각 나타낸다. 


이 정도 산책이라면 더 자주와도 되겠다 싶었다. 마침 배고 고파온지라 우리는 구기터널쪽으로 걸어가서 간단한 점심을 먹고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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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던 어느 봄날, 집사람과 이 곳으로 산책을 왔다.


집을 나설 때는 제법 쌀쌀한 기운이 돌았으나, 버스에서 내려 출발점인 신영교에 도착했더니 날씨도 풀렸고 벚꽃은 한창이다.



현통사 아래 너른 바위에도 계곡물이 흐르고 있다. 양지바른 곳에 핀 벚꽃은 벌써 지는 분위기이고, 개나리도 초록색 잎이 자라나서 노란색으로만 보기에는 어렵다. 땅에는 제비꽃이 지천으로 피어있고. 




별서터에서 우리는 능선쪽으로 길을 잡았다. 계곡안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도롱뇽 알을 찾아볼까도 했지만 지나친 관심도 병일 것 같아 그것도 그만뒀다. 


조금 걸었다고 이제는 땀이 나려한다. 그래서 겉옷을 벗어 옆구리에 걸쳤다.


다만 이렇게 여러해 동안 시민들의 협조를 얻어 보호에 나선 결과가 어땠는지 알려주는 연구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평창동 너머 삼각산 줄기가 뚜렸하다. 오늘은 꽤나 쾌청한 날씨인 듯!




진달래와 개나리 등 여러 봄꽃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오늘도 여기까지만 올라왔다가, 다시 내려간다. 이번에는 약수터에서 능금마을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마을 한가운데를 흐르는 작은 개울. 최근에 제법 비가 내려서 그런지 개울물 흐르는 소리가 정겹다.









오늘 둘이서 같이 찍은 사진이 이런 모습뿐이다. 집사람은 이렇게 좋은 봄날에 쑥을 뜯어야한다고 하면서 경치구경에는 관심이 별로 없다.








외나무다리는 아니고, 통나무 두개를 묶어서 개울을 건너는 다리로 쓰고 있다.







우리는 백석동천 석각이 있는 곳을 지나쳐 백사실계곡을 벗어났다. 그런데 지난 1월에는 눈치채지 못했던 곳에 사람이름으로 추정되는 글자가 새겨져 있는 것을 봤다.





백사실계곡을 벗어나자마자 보이는 집. 옥상에 정자풍의 건축물과 주변 조경이 보인다.




만약 자하문 터널을 지난 지점에서 백사실계곡을 찾아들어가려면, 이 골목길로 올라가야 한다. 


골목입구의 큰길 건너편에는 AW컨벤션센터가 있다.







우리는 여기서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중간에 한번 환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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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사진들은 인왕산 능선과 탕춘대성 능선 등지에서 찍은 백사실계곡(능금마을) 원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