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카에서 빵으로 아주 간단하게 점심 요기를 한 다음, 반디푸르로 갔다. 그동안 읽은 여러가지 설명에 따르면, 이 곳은 예전부터 티벳-인도간을 잇는 중요한 무역거점이었으며 '샤'왕조의 종교적 박해를 피해 이주해 왔던 네와르족(힌두교를 신봉했던 샤왕조가 카트만두를 점령한 이후 그 당시 카트만두의 지배적인 부족으로서 불교를 신봉했던 네와르족은 카트만두 외곽으로 이주하거나 아예 반디푸르 같은 곳까지 옮겨와서 무역업에 종사했다 한다)에 의해 크게 번창하다가 카트만두-포카라를 잇는 고속도로가 산 아래를 지나게 되면서부터 아주 아주 조용해진 마을이라 한다.
지금은 차로 고속도로에서 30분 이상 올라가야 하는 지리적 불리함 때문에 이 곳을 찾거나 머무는 관광객이 많지 않은데(한국에서 판매되는 네팔 관광상품중에서 이 지점을 넣은 상품을 보지 못했다), 어쩌다가 패러글라이딩 손님이 찾아오는 경우가 있다 한다. 반디푸르로 올라가는 중간에 저 멀리 안나푸르나 산군이 보인다. 그 오른쪽으로 마나슬루도 모습을 나타내고.
마을에 도착하니 동네 사람들이 전망이 죽여주는(?) 곳이 있으니 가보라고 권하길래, 마을 남쪽에 뾰족하게 솟은 곳으로 올라간다. 왼쪽에 보이는 건물은 학교다.
조금 올라가니 반디푸르 마을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새로 짓는 집들이 많이 보이긴 해도, 기존 주택들은 옛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마을 남쪽으로는 비교적 너른 터에 논밭이 보인다.
이 곳에 오르는 도중, 한가족처럼 보이는 현지인을 만났는데 남자는 빈 손으로 가고 여자가 비닐봉지에 먹을 것을 들었길래 '한국에서는 이럴 경우 남자가 짐을 드는 게 예의다' 했더니 자기 여자친구가 준비한 거라고 하면서 우물쭈물 한다. 왜 여자친구라고 부르지?
길은 오른쪽의 작은 힌두신당을 지나 더 높은 곳으로 이어지고, 저기 어디쯤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할 수 있다 한다.
산 위에 있는 작은 신당 모습이다. 아직 건축중인지 아님 이게 다인지 모르겠다. 아뭏든 이 지점에서 주변을 돌아보니 잠깐의 수고로 큰 기쁨을 얻는다는 게 이런게 아닌가 싶다.
난 빈손으로 갔는데, 이 일행은 갖고 올라온 음식으로 파티를 시작한다. 음식이라야 물 한통과 과자 서너봉지지만. 내게도 같이 먹을 것을 청해서 그 옆자리에 앉아 과자 두어조각을 들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둘의 관계를 물었더니, 20살 동갑 친구란다. 여자는 결혼을 했고 두살배기 아이가 하나 있으며 남편은 현재 말레이지아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아이들은? 조카라고 한다.
잠시 후, 여자아이가 휴대폰을 꺼내 음악을 틀어놓고 춤을 추기 시작한다.
멋진 공연을 보고 자리를 정리한다. 뭔가 먹을 것을 갖고 올라갔으면 좋았으련만, 얼떨결에 빈 손으로 올라갔기 때문에 어쩔까 하다가 100루피를 주고 돌아섰다.
언덕 밑으로 내려와 동네구경을 시작한다. 여기 중심가는 차량통행을 막고 있어 아주 편안한 마음으로 조용하게 동네를 둘러볼 수 있게 되어 있다.
뭔가 조금은 소란스러운 분위기여서 알아봤더니 중국인 단체가 나와 함께 구경중이다.
내가 올라갔던 작은 언덕이다.
반디푸르를 구경하고 고속도로가 지나는 Dumle로 내려왔다. 이 곳은 안나푸르나 Circuit Trekking 출발점이기도 하다(요즘에는 신작로가 닦여진 곳까지 차를 타고 올라가서 트레킹을 시작하기 때문에 종전에 3주정도 걸리던 일정이 2주로 단축되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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