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 이야기

미얀마 - 긴 잠에서 깨어나 꿈틀대는 용(4/5)

무애행 2013. 12. 15. 11:09

제목을 왜 이리 거창하게 달았지? 정말 미얀마가 잠자던 호랑이었어? 하실 분도 있을 게다.

 

내전으로 인해 미래를 위한 경제정책을 펴 볼 여력이 없다거나, 지배계층의 사리사욕 추구(부정부채로 연결)로 한 경제내에서 생산되고 축적되어야 할 부가가치가 옆구리로 대부분 새 나간다면 그 경제는 희망이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물론 미얀마가 정치적인 이유 말고도 내가 바로 위에서 언급한 부분에서 그렇게 희망적이냐 하면 '현재로서는' 그렇지 않은 쪽에 내기를 걸어도 좋겠다. 여러가지 논란이 있지만, 민주화(의미도 다양하다)가 바로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나는 회의적이다. 


당해 국가의 시민의식이 선진국의 절반만 되어도 경제파이를 키워서 전체적으로 생산력을 높이고 그 것을 효율적으로 분배할 수 있는 정치.경제 제도를 만들 수 있을텐데, 1980년 이후 세계 여러나라의 경험을 보면 반드시 그런 좋은 방향으로 가는 것은 아니다.

 

다만, 3년전부터 시작된 현 집권세력의 과감한 개혁.개방 드라이브가 양곤을 중심으로 한 지역의 경제에 자본주의적 도화선이 될 가능성이 아주 높고(쏟아져 들어오는 외국인 사업가와 관광객으로 인해 양곤시내의 주거용 건물의 월세 및 관광호텔의 숙박료가 터무니 없는 수준으로까지 올랐다 한다), 이렇다할 직업을 구하기 어려웠던 미얀마인들이 외국인투자기업의 공장에서 일하며 받는 월급수준이 공무원 수준까지 접근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미얀마 중앙은행에 유독 여성들이 많은 이유를 물었더니, 남자들은 월급이 많은 상업금융기관에서 일하려고 빠져나가서 그렇다는 이야기도 한다. 우리나라 역시 봉제기업 중심이긴 하지만 미얀마에 진출한 기업이 여럿 된다고 들었다. 인천-양곤 직항편이 일주일에 열편 가까이 되는 것만 봐도 얼마나 많은 한국사람들이 미얀마를 오가는지 알만하다. 

 

서남쪽 근해에서 채굴이 시작된 원유와 천연가스는 이미 중국이 독점한 상태에서 미얀마 내륙을 관통하는 송유관이 중국 운남성까지 건설될 예정이고 북부 산악지대 인근에 매장된 풍부한 자연자원 역시 미얀마의 성장동력을 높일 수 있는 탄탄한 받침돌이 될 것이다. 


어쩌다가 폭탄테러가 일어나긴 하지만, 양곤의 일상은 내정 불안하고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미얀마관광청에서도 자국은 심지어 여성여행가도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나라라고 홍보를 하고 있다(물론 일부 지역은 제외). 


엊그제 미얀마 대통령은 월례 라디오 연설을 통해 대부분의 소수민족들과 맺어진 휴전협정이 잘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현 정부는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천명하였다. 그리고 30%대에 머물고 있는 상수도와 전기보급률을 높이기 위한 투자를 늘릴 것이라고도 하였다.

 

양곤을 떠나 수도 네피도로 가는 길이다. 고속도로 입구까지는 점심을 먹은 곳에서 약 45분 정도 걸렸다. 길은 넓은데, 아무리 일요일이라지만 오가는 차가 별로 없다. 이 것이 아마도 현재의 미얀마를 보여주는 게 아닐까 하면서, 몇년이 지나면 이 길이 한국의 경부고속도로처럼 붐비게 될까 생각해 본다. 


이 길은 네피도를 지나 만달레이로 이어진다. 사진 왼쪽에 머리만 보이는 사람은 '안내원'이 아니고 버스운전사를 따라다니는 도우미 정도 된다. 

 


요금소를 지나 고속도로에 접어드니, 길 옆으로 거리표지가 큼지막하게 세워져 있는 것이 보인다. 마일기준으로 매 1/8마일(약 200미터) 마다 표지석을 세워놨다. 네피도까지는 160마일(320킬로미터) 정도 된다. 


여기 고속도로를 살펴보니 먼저 시멘트포장 기술이 부족해서 그런지 엄청 덜커덩거리고, 추월선쪽으로는 여분의 차선(갓길)이 없으며<주행선 바깥쪽의 갓길은 우리나라에 비해서 좁아 보인다>, 고속도로 중앙부는 마치 미국처럼 잔디밭으로 조성되어 있었다. 포장된 차선 밖으로는 추후 확장에 대비한 듯, 넓은 공간이 역시 풀밭으로 관리되고 있었다. 


요금소를 지나서 한동안은 속도제한 표지가 없더니 이윽고 100km라는 안내판이 나온다. 영어 안내판도 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교통법규를 지키라는 것과, 오늘 안전을 생각한다면 내일 살아 있을 것이다(Be Alive Tommorow)라는 것이다.

 

 


고속도로 주변 풍경이다. 양곤을 출발해서는 한동안 논이 보이더니, 북쪽으로 올라가면서 낮은 구릉지대가 나타났다가 다시 농사짓는 모습이 나타난다. 

 

 

 

 

 

 


E-lite 고속버스와 승용차에게 추월을 당해도 버스기사는 한결같이 시속 75km 정도로 차를 몬다. 양곤을 떠난지 3시간 정도 되어서 우리는 휴게소에 멈췄다. 


화장실은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었으며, 음식점에서는 다양한 음식과 음료를 팔고 있었다. 우리는 여기서 과일주스와 맥주 한잔을 하고 다시 길을 떠난다.

 

 

 

 

 


영어를 할 줄 아는 쥔장과 그 아들. 여기서는 소형차들이 차양이 처진 구역에서 햇볓을 피해 쉬는 것이 특이하다.

 

 


구글어쓰로 본 네피도. 네피도 신시가지 옆은 핀마라라고 하는 도시다. 


사진에서 보이는 맨 오른쪽 도로(노란색으로 표시)가 핀마라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길이고, 명확하게 보이진 않지만 사진 한가운데로 복선철도도 지나간다. 정부청사 건물들은 사진 중간에서 약간 왼쪽에 도로가 많이 나 있는 부분에 집중되어 있다. 


네피도 국제공항(2013년 11월까지는 국내선만 취항하고 있었으나, 12월에 열리는 SEA game 참가 국가의 선수단은 이 공항에 내릴 수 있도록 했다 함)은 사진 아래쪽에 보인다. 

 

 


사진 왼쪽이 정부청사 건물들이 소재한 곳이다. 정부청사들은 띄엄띄엄 배치되어 있으며, 중앙은행은 건물번호 55번으로서 사선으로 난 도로를 따라가다 주택가에 가까운 곳(길 왼쪽)에 있다. 네피도 파고다는 사진 오른쪽 하단에 있으며 그 옆에는 골프장이 보인다.  

 


여기는 상업중심지로 개발한 곳이다. 지붕색이 약간 붉게 보이는 곳이 시장과 음식점이 있는 곳이고, 왼쪽 큰 길가에 실내체육관(돔 형태로 보이는 건물)이 있고 그 윗쪽 초록색 지붕은 보석박물관(입장료 5달러)이다. 

 


공항에서 가까운 쪽(남쪽)의 호텔구역. 골프장도 있다. 호텔구역은 북쪽에 하나 더 있다.  

 


사진 왼쪽에서 엄청 크게 보이는 곳이 국회이고, 가운데쯤에 보이는 건물은 대통령궁이다. 국회앞 도로는 편도 10차선이다. 

 


양곤을 떠난지 정확히 여섯시간만에 네피도에 도착했다. 식당가에 있는 타이음식점에서 저녁을 먹고 호텔에 도착하니 열시 가까이 되었다. 내일 일정은 열시에 시작하지만, 세미나장소 체크 등을 위해 아홉시에 호텔에서 출발하기로 한다.

 

우리가 묵었던 호텔 모습. 호텔뿐만 아니라 거리 전체에 제27회 SEA 게임을 알리는 현수막이 가득하다. 우리나라의 기업 삼성도 주요 후원사중 하나다.

 

 

 

 

 


월요일 아침, 새벽부터 줄기차게 내리는 빗소리에 잠을 깼다. 아니 몬순이 끝난지가 언젠데 비가 내려?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호텔을 둘러보니 여기저기 나무 조각이 눈에 띈다. 고온 고압으로 나무가 변해서 만들어진 돌도 있고. 

 

 

 

 

 

 

 

 

 

 

 


호텔앞 거리 풍경. 넓찍널찍한 도로가 인상적이다. 메인도로(편도 2+2차선) 양옆으로도 보조도로가 또 있다.

 

 

 

 

 

 

 

 

 

  

 

  

 

 

 

 


여기는 별채다. 풀도 따로 있다. 바로 옆 객실은 일본계 기업이 통째로 사용중이다. 흐미, 빠른 일본사람들!

 

오전 세미나를 마치고 점심을 먹은 후, 미얀마 중앙은행으로 돌아가는 길에 네피도 파고다에 잠깐 들렀다.

 

 

 

 

 

 


아침에는 비가 내리더니 하늘을 맑고 햇살은 엄청 따갑다. 아무도 파고다까지 맨발로 올라가려 하지 않기에 나만 다녀왔다.

 

남쪽 거리에서 접근하며 찍은 사진이다.

 


미얀마 사람들이 귀히 여기는 흰 코끼리가 사는 곳.

 

 

밖이 너무 훤해서 과연 흰색인지 아닌지 구분이 되질 않는다. 어미와 두마리의 새끼가 보이는데, 한마리는 불행(?)하게도 검은색이다.

 

 

 

 

 

동쪽에서 계단을 걸어올라가기 시작한다. 물론 맨발이다. 발바닥이 따땃하다.

 

 

 

 

 

 

 

 


천장에 거룩한 진리-사성제를 새긴 글이 있다. 내가 사진을 찍은 지점의 천장에는 8정도의 가르침이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