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골프를 처음 배웠을 때는, 누구나 그러했겠지만 뜨거운 여름이나 땅이 얼어붙은 한겨울에도 같이 운동하러 가자는 제의만 들어오면 얼씨구나 하고 뛰어 나갔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처음 입문했을 때의 뜨거운 열정이 그에 비례해서 조금씩 식게 되니 한겨울에는 행여 몸에 이상이 올까봐(골프장의 특성상 경사진 곳이나 그늘진 곳에서는 얼음에 미끄러져 다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실내 연습장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점차 바뀌었다.
또 겨울골프란 것이 추위 때문에 두꺼운 옷을 입어 몸에 밴 스윙을 다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필드에 떨어진 공이 통통 튀면서 뜻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기도 하기 때문에 골프 실력을 십분 발휘하기가 애매하다는 것이 흥미반감의 솔직한 이유라 할 수 있다. 한가지 더한다면 많은 시간과 적지 않은 돈을 들여서 재미없는 놀이를 하고 싶지 않은 것도 있다.
하지만 예외도 있는 법이다. 더군다나 나이를 먹어가면서 골프친구들도 서서히 줄어드는 상황이라, 동반 요청이 있으면 향후 관계지속 가능성에 대한 심사숙고를 거쳐 이를 적극적으로 수락해야 할 필요도 있다.
직장에 있을 때 간혹 운동을 같이 하던 팀에서 연락이 왔다. 2014년 늦가을 어느날 아침, 구리 한강시민공원에 차를 세우고 동반자들을 기다린다. 암사동과 구리를 잇는 새 다리의 공사가 한창 진행중인데, 한강에서는 물안개가 조금씩 피어오르고 있었다.
강원도 춘천 근처에 있는 더플레이어스 골프장에도 옅은 안개가 끼어 있다. 오늘 동반자들은 같은 부서에서 근무했던 인연으로 뭉친 사람들이고 여기에 내가 낀 셈이다.
운동을 마치고 구리 한강시민공원 주차장에 도착했더니, 공사중인 다리에 조명을 해 놓았다.
춘천 인근 골프장에 다녀온지 한달만에 이 팀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
경기도 안성에 있는 안성베네스트 골프장이다. 12월에는 저렴한 그린피에 아침도 준다해서 예약을 했는데, 당일 새벽에 눈 예보가 있어 출발하기 전에 전화를 했더니만 '눈이 얼마 내리지 않아 운동이 가능하다'고 골프장으로 오란다. 진가민가 하면서 골프장에 도착했더니 이 모양이다. 아침 9시 반인데, 외기온도는 영하 9도다. 우린 배가 고팠지만, 단칼에 사양하고 돌아섰다(놀랍게도 이 상황에서도 출발하는 사람들이 있기는 했다).
인근 식당을 찾아 늦은 아침을 먹으면서 상의를 하니 그래도 눈이 적게 내린 곳이 있다면 운동을 하고 가자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이왕 주말에 준비하고 나왔는데, 그냥 돌아가면 섭섭하다는 게 가장 큰 이유). 여주와 용인쪽에 있는 몇몇 골프장에 전화를 했더니 덕평힐스 골프장에서 페어웨이에는 눈이 거의 없어 운동이 가능하다고 한다. 한번 더 속는 셈치고 차를 돌려 골프장에 도착한 시간에 11시 조금 넘었다.
날씨는 여전히 쌀쌀했지만 바람도 잔잔하고 햇살도 퍼져 운동하기에는 큰 지장이 없어 보인다. 저 멀리 페어웨이는 잔디가 선명하게 보이는데, 그래도 스타트 지점은 온통 흰 세상이다. 사진에서 보듯이 이 날 우리는 옷을 두툼하게 입었다.
해가 바뀌어 2월 하순이다.
겨우내 근질근질하던 차에 날씨가 포근하다 해서 이번에는 내가 포천에 있는 몽베르 골프장에 예약을 했다. 오늘은 여성 동반자가 한명 바뀌었다(내가 사진을 찍은 관계로 동반한 여성만 보인다). 골프장 곳곳에 안개가 피어 올라 분위기는 그만이었다.
1년에 두어번 정도 같이 운동할 기회가 있는 사람인데, 만날 때마다 '연습을 못해서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도 골프를 꽤 잘한다. 그런데 1주일 뒤에 '홀인원'을 해서 매우 기쁘다고 연락을 하더니, 이 날 내가 연습을 잘 시켜줘서 그랬다는 공치사까지 한다(그 뒤에 홀인원턱을 내서 잘 얻어 먹었다).
봄이 가고, 여름도 지난 2015년 어느 가을날, 몽베르 골프장에 다시 모였다. 단풍도 아름답고 흰구름과 파란 하늘색이 조화를 이루어 사진이 잘 나왔다.
2015년 12월 어느 날, 1년전과 같은 구성으로 청평 마이다스밸리 골프장에 다녀왔다.
부분적으로 얼어붙은 페어웨이가 있었지만, 그런대로 운동을 즐길만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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