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초부터 해외여행을 같이 하자는 제의들이 한결같이 베트남을 지목하고 나왔다. 사실 하노이야 지난 2014년 12월에 집사람과 같이 다녀왔기 때문에 단순한 여행이라면 내가 가이드 역할을 할 수도 있지만, 골프여행은 좀 더 다른 차원이다.
덴버 친구들과 같이 하기로 한 관광여행은 일찌감치 가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났고, 대학 동기들간의 골프여행도 이런 핑계 저런 핑계 때문에 없던 일이 되어 버렸다. 마지막으로 남았던, 고향 친구들끼리 여행은 골프를 치지 않는 친구들이 있어 설날을 보낸 이후 단순 관광여행으로 성격을 바꿔 다녀오기로 결정되었다.
간만에 해외 골프를 꿈꿨던 고향 친구가 '꿩 대신 닭'이 아니라 '참새 대신 봉황'이라고 하면서 국내 골프여행을 제안해 왔다. 다들 솔깃하던차, 비교적 접근이 쉬운 강원도 삼척의 파인밸리 1박 2일 패키지를 알아봤더니 [패키지 비용은 '2 round 그린피 + 골프텔 1박(2인 1실) + 3식'에 21만원이고, 카트이용료와 캐디피는 별도지급 조건]이다.
아침 6시 반에 구리 한강시민공원 주차장에서 친구들을 만나 차 한대로 이동했다. 마장휴게소에서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골프장에 도착하니 10시가 조금 넘었다. 클럽하우스에서 제공하는 이른 점심을 먹고 첫날 운동을 시작했다.
골프텔에서 바라본 클럽하우스-클럽하우스에서 바라본 골프텔(이틀간에 찍은 사진을 섞어 놓았기 때문에 하늘 색이 다르다)
이 골프장의 특성은 가능한 한 자연 지형에 손을 대지 않고 만들었기 때문에 티잉그라운드에서 그린이 보이는 홀이 거의 없다. 심지어 가장 멀리 보낸 사람이 누구인지 측정하는 홀도 파5홀이 아니라 골프장에서 유일하게 평평하고 곧게 뻗은 파4홀로 지정되어 있다. 중간에 계곡을 넘겨 쳐야 하는 곳도 몇군데 있고, 오르막-내리막 경사가 상당히 심한 편이어서 클럽 선택에 어려움이 있었다.
날씨는 그럭저럭 괜찮았다. 바람도 조금 불고, 이틀차 오전에는 조금 쌀쌀하기도 했지만 겨울날씨임을 감안하면 그런대로 칠만했다(한 친구가 따뜻하게 데운 청주를 보온병에 넣어 와서 플레이중에 한모금씩 마셨다). 그린도 꽝꽝 얼어붙은 곳은 거의 없었다. 다만 겨울 골프의 특성상 그린 경사를 읽어 내기가 어려워 퍼팅수가 많았던 게 흠이라면 흠이다.
난 재작년 하반기부터 페어웨이 우드의 정확도가 떨어지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4번 아이언을 자주 사용하고 있는데, 파5홀에서는 약간의 어려움이 따른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는 옛날에 쓰던 아이언세트에서 3번 아이언을 꺼내 들고 갔는데, 의외의 성과가 있었다.
첫날 성적표다. 후반 성적이 전반에 비해 형편없었지만, 총점으로는 1등을 했다. 삼척 시내에 나가서 먹은 저녁은 거의 공짜였지만, 차를 마시러 가서 결국 남들이 낸 만큼을 부담하고 돌아왔다. 아무려면 어떠냐, 친구들끼리 비슷하게 내야지.
캐디가 소개해준 모 호텔 1층 횟집에 갔다가 곰치국을 먹자는 주장이 우세해서 이 바다횟집에 들어갔는데, 유감스럽게도 곰치는 오전중에 동이 났다고 한다. 소주를 곁들인 생선회는 참 맛있었다.
저녁을 먹은 다음 바닷가에 있는 마린데크 카페에 들러 커피를 한잔 마셨다.
이틀째 아침은 클럽하우스에서 해장국으로 먹고, 2차 라운드를 시작했다. 술 기운이 남아 있어서 그런지 성적은 어제보다 못했지만, 친구들도 사정은 비슷한지라 오늘도 금전적으로는 1등을 했다. 9홀을 마친 다음 이른 점심을 먹고 나머지 9홀 운동을 했더니, 돌아오는 길에 배가 일찍 고파온다. 그래서 진부에 있는 부일식당에 들어가 요기를 했는데, 이 집의 산채백반(유일한 메뉴다)이 아주 맛있었다.
구리 한강시민공원 주차장에 도착하니, 하늘 높이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었다. 골프 패키지 예약하고 맛있는 식당 찾아준 친구-운전해준 친구- 같이 놀아준 친구 모두가 소중하고 고마운 존재다. 게획대로라면 이 친구들하고 3월부터 매월 한번씩 운동을 같이 하게 될 것 같다.
1박 2일간의 삼척 파인밸리 운동에는 패키지 21만원 + 2 round 캐디피 및 카트이용료 10만원 + 교통비 3만원 + 3끼 식사(당일 아침과 저녁 및 2일차 저녁)에 6만원 등 도합 40만원 정도 들었다. 친구들간의 우정이 깊어질수록 백수의 지갑이 점점 얇아지는 것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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