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여인과 재회>
작년 10월 네팔의 안나푸르나 서킷 트레킹을 하면서, 같이 걷기고 했고 또 따로 걷기도 하면서 많은 일정을 같이 했던 B여인이 6개월간의 여행을 마치고 귀국(4월 초)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래서 날을 잡아 강욱이와 함께 셋이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우리가 만난 장소는 낙원동에 있는 아구일번지다. 현대 사옥앞에서 버스를 내려 삼일대로를 따라 약속장소로 가면서, 직장 다닐 때 봉사자로 여러번 방문했었던 서울노인복지센터 - 곰탕 맛이 일품인 이남장을 지나 원조낙원떡집앞에서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우리 셋은 아구찜 큰 접시를 하나 시킨 후, 네팔에서 있었던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B여인은 귀국한 후에 카메라 속에 있던 내 사진을 몇장 더 건네 주었는데, 여기서 내 옆모습, 뒷모습을 보니 그 때 그 지점의 생각이 새록새록 떠오른다(나는 귀국하자마자 카카오톡을 통해 모두 보내줬음). 좋은 인연의 끈은 아무리 길어도 좋다. 내 생각에 좋은 인연이란 서로 상대방에게 뭘 더 바라지 않으면서 가슴 아픈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인데, 그런 면에서 B여인은 합격점이다.
B여인으로부터는 우리가 네팔을 떠난 이후 A처자랑 같이 걸었던 길 '가네쉬히말~마나슬루 서킷(춤밸리 포함)'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 구간은 내가 B여인을 A처자랑 동행하도록 부추켰던 곳이었고, 그 중 마나슬루(춤밸리)는 이 담에 네팔을 간다면 꼭 다녀오고 싶은 곳이어서 더 관심이 있었다. B여인은 주로 두 사람간의 걷는 속도의 차이에서 비롯된 에피소드, A처자가 세운 계획의 미진했던 부분(구간별 소요시간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없이 일정을 짜거나, 마나슬루 베이스캠프 같은 곳을 일정에서 빼 버린 것 등) 등*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 아마도 먼저 다녀온 사람들의 블로그를 보고 계획을 짠 것 같은데, 여러가지 이유로 선답자가 걷는 도중에 장시간 쉬거나 일정을 바꾼 것들을 미쳐 반영하지 못해서 그랬던 것으로 추정한다고. 특히 마나슬루 베이스캠프에 대해서는 B여인이 강력히 주장해서 일정을 추가했는데, 여길 다녀온 A처자도 '언니 주장대로 가보길 정말 잘 했다'라고 자기 블로그에 적어 놓았다.
http://sangil00.blog.me/220917753568
<빈마음님과의 인연>
작년 10월 네팔의 안나푸르나 써킷 트레킹중 마낭을 떠나 쉬리카르카(점심) - Land Slide 구간을 지나서 틸리초베이스캠프(로지촌)에 거의 다 갔을 때, 오리털파카까지 입은 채로 길에서 살짝 스쳐 지나가면서 몇마디 이야기를 나눴던 사람(다음 카페 아이디: 빈마음)이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 카페에 올린 후기를 읽었다.
경상도 사투리를 그대로 사용한 트레킹 후기가 아주 감칠 맛이 났는데, 글을 읽다보니 그날 Land Slide 구간을 통과하기 전에 나랑 만나서 사진을 같이 찍었던 제주출신 현군 이야기도 나오길래 혹시나 해서 '그날 나하고 틸리초베이스캠프의 로지 사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사람이 맞는지?' 물었더니 맞다고 한다. 세상에 이런 인연이 또 있네!
행운 가득했던 시월의 어느날들~~
http://cafe.daum.net/nepal-himalaya-news/T3R1/851
나는 그 때 이야기를 내 블로그에 적어 놓았다.
http://blog.daum.net/tigerahn1/516
그동안 간간히 카페 글에 쓴 댓글로 소통(?)을 하다가, 5월 하순의 소백산 철쭉꽃이 유명하니 그 때쯤 영주에 한번 들러 이야기를 나눴으면 해서 그러자고 했다. 그러다가 빈마음님이 더 일찍 영주를 방문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해서, 여러가지 사정을 따져본 뒤에 4월 마지막 일요일에 영주에 가기로 했다.
사실 나는 부처님오신날과 관련된 행사 준비 때문에 4월 중순부터는 상당히 바쁘게 움직였는데, 다행히도 4월 28일(금)에 열린 '의정부 관등문화축제'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었고, 또 부처님오신날(음력 4월 초8일 - 양력 5월 3일, 수요일) 준비도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어 하루 짬을 내기로 했다.
되돌아보니 가장 최근에 영주를 방문했을 때가 2013년 10월에 집사람과 함께 희방사를, 그리고 그해 11월에 패키지로 Nui와 함께 부석사에 다녀온 일이다. 갈 때마다 소수서원이랑 선비촌 등을 가보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고, 또 최근에는 소백산 자락길도 인기라 하던데 어디를 구경하면 좋을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그래서 이번 스케줄은 전적으로 영주에 살고 있는 빈마음님에게 맡기기로 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영주종합터미널-부석사-순흥(점심)-소수서원과 선비촌-풍기근처 영주축협 한우프라자(저녁)-영주종합터미널의 경로로 하루를 잘 보냈다.
올해는 근로자의날(5월 1일)이 월요일에 떨어져서 많은 사람들이 4월 29일(토요일)부터 3일 연휴를 누릴 수 있기에, 버스로 움직일 경우 소요시간에 얼마나 변동이 있을지 모르는 상태에서 동서울터미널~영주터미널을 왕복하는 시외버스표를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서 예약했다(아마도 3일 연휴 중간날이어서 그랬는지 시외버스는 예약하기에 무리가 없었음).
아침거리로 백설기 떡 하나와 엊그제 집 사람이 만들어 온 쑥 절편 3개를 넣고 물을 한 통 담아서 새벽에 집을 나섰다. 길음역에서 시내로 나가는 4호선 첫 기차(05:49)를 타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2호선으로 갈아탄 다음 강변역에 내리니 06:22이다.
내가 탈 버스는 06:45 출발인데, 너무 일찍 왔구나. 주변을 서성이다가 타는 곳 18번에서 기다리고 있던 영주행 버스에 올랐다(출발 5분전쯤 버스 문을 열어준다).
한 승객이 기사에서 '오늘은 얼마나 걸릴까요?' 하고 물었는데, 기사왈 '스케줄상 소요시간은 2시간 반인데, 아침차가 휴게소에 들르지 않으면 15분 줄일 수 있고, 또 멋있는 기사가 운전을 잘 하면 그보다 더 일찍 도착할 수 있습니다'라고 한다. 그러면서 '어제는 정말 고속도로가 하루종일 주차장 같았습니다'라는 말을 덧붙인다. 오늘은 고속도로 상태가 좋기를 기대하면서 의자를 뒤로 조금 눕혔다.
정시(06:45)에 동서울터미널을 출발한 버스는 강변북로 - 근자에 새로 개통된 구리암사대교 - 올림픽대로 - 고속도로로 들어선다.
가져온 떡을 꺼내 몇조각 먹은 후 눈을 감고 있었더니 버스는 어느새 풍기 IC를 벗어나고 있었다. 08:34에 풍기시외버스정류장(도로변)에 잠시 멈췄던 버스는 이내 영주종합터미널에 도착했다.
영주종합터미널 하차 시간이 08:44였으니 동서울터미널에서 영주까지 두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새로 지은 터미널이라고 했는데, 하차지점이 승객들이 비나 눈을 피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사실에 더 놀랐다.
나는 대합실 주변을 돌아보다가 9시 직전에 빈마음님에게 도착을 알리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더니, 내가 예상보다 훨씬 빨리 왔다면서 자기도 곧 터미널에 도착할 거라고 한다.
09:02 빈마음님이 도착했고, 나는 그녀가 이끄는 대로 부석사를 먼저 방문하기로 했다. 09:40 부석사앞 공용주차장에 차를 세웠는데, 영주시민은 주차할인도 된다고 한다. 해가 나면서 기온도 올라가 나는 겉옷을 벗고 반팔 티셔츠 차림을 했다.
천천히 걸어서 15분 뒤에 부석사 입장권 매표소에 도착했다. 그러고 보니 오늘 너무 서둘렀는지 조계종 신도증을 집에 두고 왔다(빈마음님한테 그런 것도 챙기지 못했냐고 타박을 들었다). 아까 주차비용을 낼 때부터 여기 부석사 입장권을 살 때까지 빈마음님이 내 지갑을 열지 못하게 하는 바람에 나는 뒷짐만 지고 있었다.
매표소를 지나자마자 눈에 띈 것은 사과밭의 흰 꽃이었다.
그리고 내 기준에서는 이른 시간인데, 부석사 일주문을 나오는 사람들을 꽤 많이 볼 수 있었다.
일주문을 지나 왼쪽에 있는 사과밭에서 기념사진을 한장 찍었다. 엊그제 가평 용추폭포에 다녀올 때 사과꽃을 얼핏 보기는 했지만, 이처럼 가까이에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울타리를 겸하고 있는 탱자나무에도 꽃이 피었다. 사과꽃과 함께 처음 보는 탱자꽃이다.
부석사 중수기적기 비석이다.
그런데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작은 돌을 연화받침대 위에 쌓아 놓았는데, 보기에 좋지 않다.
곧이어 당간지주를 만난다. 지금은 일주문 안에 당간지주가 있지만, 예전에는 어땠을까?
비탈진 곳에 가람을 세우려면 축석이 중요하다. 여기 부석사도 바위의 생김새에 따라 비스듬하게 틀을 맞춘 축대가 볼만하다. 그런데 저기 계단의 넓이가 조금 다른데, 무슨 이유라도?
라일락 향기가 경내를 휘감고 있다.
양산을 쓴 빈마음님이 사천왕문이던가 금강문이던가 잘 기억이 나질 않지만, 계단을 오르려 하고 있다.
여기서 문화관광해설사님을 만나 부석사 창건설화(절 이름의 기원 - 의상대사와 선묘낭자의 이야기)부터 구수한 해설을 들으며 걷는다.
특히나 봄에만 볼 수 있다는 저 다섯 부처님 이야기<안양루의 공포 사이로 무량수전의 황금빛 벽이 보니는 데 영낙없는 부처님 형상이다>는 나도 처음이다.
야단법석 때 괘불을 모시기 위한 기단
안양루 위에서 내려다 본 모습
우리는 김시습의 시(안양루 안에 한자-한글로 걸려있다)를 아주 실감나게 읊어주신 해설사님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무량수전 앞에서 나홀로 기념사진
우리는 조사당을 구경하러 올라가기로 했다.
오른쪽 작은 누각이 선묘각이다.
아래 사진들은 내려오면서 찍은 사진이다(Nui랑 갔을 때는 보수중이어서 선묘각을 제대로 보지 못했음).
부석사 경내에서 찍은 여러가지 꽃들
부석사 조사당이다.
처마 안에 있는 선비화가 꽃을 피웠다.
취현암을 배경으로(이 사진은 Nui에게 보내주려고 일부러 찍었다)
그리고 사진과 함께 이렇게 메시지를 보냈더니 'I left my side for you at Buseoksa.'
Nui가 기쁘다는 이모티콘을 보내왔다. [nui-pj] (delighted)
다시 무량수전 앞에서 안양루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무량수전 안으로 들어가 부처님께 참배하고, 한시간 넘게 같이 앉아 있었다.
라일락 나무 옆에선 빈마음님
우리는 성보박물관으로 가는 중이다(내부는 사진촬영 금지).
이제 내려가는 길이다. 벌써 오후 2시가 넘었는데, 아직 배가 고픈지 모르겠다.
여기 단산면 일대는 사과뿐만 아니라 포도 농사도 유명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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