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랑천 장미축제에 다녀온 지 며칠 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서울대공원에서 장미축제가 열린다고 해서 집사람과 간편 복장으로 길을 나선다.
지하철 4호선 대공원역에 내린 순간 욕을 바가지로 할 뻔했다. 아니 버스나 지하철로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이 공원입구까지 가려면 도대체 얼마나 걸어야 하지? 그나마 유료로 운영되는 코끼리열차나 스카이리프트를 타는 곳까지 그늘도 별로 없는 길을 왜 걷게 만들었냐? 더 웃기는 것은 승용차를 타고 온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걷는 거리가 짧다는 사실이다.
다음에서 제공하는 지도서비스로 이동거리를 측정해 보았더니, 지하철입구에서부터 코끼리열차 타는 곳까지는 400m, 스카이리프트 타는 곳까지는 600m, 그리고 장미원 입구까지는 1.2km(성인 걸음으로 18분 소요)나 된다. 승용차를 이용해서 여기를 방문했을 경우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했을 경우에 비해 최소 200m는 짧아진다. 이러고도 '승용차 이용을 자제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합시다'라는 말이 관계당국자 입에서 나올 수 있을까?
종합안내소란 이름의 건물
여기서 도대체 뭘 안내하는지 모르겠다. 유일하게 내가 기억하는 것은 코끼리열차 표 파는 창구이고, 이 건물 뒤편으로는 보행자용 통로가 없다는 것 뿐이다.
시민편의를 위해서라면 분수대에 닿기 전에 보행자를 위한 길 안내 표지판을 세워놓거나(건물 정면에 붙여놓은 안내판보다 훨씬 더 유용할 것임), 코끼리열차 탑승장 아래로 보행자용 통로를 만들어서 호수를 보면서 걸어갈 수 있게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설마 코끼리 열차 탑승객이 줄어들까봐 일부러 사람들을 고생시키려는 것은 아니겠지?
코끼리열차 탑승구까지 갔다가 보행통로가 없다기에 되돌아 나왔더니, 분수대를 막 가동하고 있었다. 저 멀리 관악산 정상부위가 보인다.
햇볕을 이리저리 피해가면서 동물원 입구에 도착했다. 저만치 앞에 코끼리열차가 사람들을 내려주고 있다.
장미원 입구다. 사람들은 여기서부터 감탄사를 만발하며 사진을 찍는다.
장미원 입장료는 1인당 2천원 - 단, 65세 이상은 무료다.
'사랑해' 글자판 앞에서 한장!
오늘은 후면 카메라를 보는 사진을 찍어 보기로 한다. 전면카메라 셀카보다 훨씬 선명한 사진을 얻을 수 있지만, 화면을 보면서 구도를 잡을 수 없기 때문에 이리저리 여러장을 찍어서 그중 제일 나은 것을 골라야 한다.
장미원은 아름다운 꽃들로 가득하다. 또 사람들도 많아서 원하는 장소에서 사진을 찍으려면 좀 기다려야 한다(그래도 사진 배경에 다른 사람들이 끼어드는 것은 막을 수 없다).
이렇게 빈자리가 나면 얼른 앉아서 셀카를 찍어보고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던가. 우리는 호수가 그늘을 찾아 자리를 폈다(햇살이 그냥 내리쬐는 의자나 야외 테이블은 인기가 없다). 수분이 많은 오이 두개와 함께 먹는 김밥도 맛있구나.
다시 꽃 구경을 시작한다. 꽃마다 이름표를 달고 있다. 내가 언제 이 이름들을 외어서 남에게 이야기해 줄 수 있을까?
지나다니다가 이렇게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도 만나고
유독 꿀벌들이 많이 보이던 '프렌치 라벤더'
꽃수레를 미는 집사람
꽃마다 개화시기가 조금씩 다른 것 같다.
꽃구경보다 더위에 지친 우리는 아이스크림을 사 먹으면서 잠시 쉰다. 공원 안이라고 작은 아이스크림 하나에 2천원씩이다(입장료와 같은 수준).
여기가 고향정원이었던가?
경상도와 전라도 등 여러 지방에서 보내온 묘목과 꽃을 심었다고 한다(다음과 네이버 지도에는 피크닉장으로 표시).
생긴 것은 영낙없는 토끼풀인데, 풀의 크기가 남다르다. 지나가는 공원관리인에게 물어보니, 외국산이라고 한다.
집사람이 화장실을 다녀오는 동안(여긴 내부에 간이화장실이 있기는 한데, 여성들은 줄을 서서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방문객 숫자에 비해 화장실이 너무 부족한 듯하다. 제대로 된 화장실은 매표소 근처에 있다), 셀카놀이를 했다.
후면카메라를 이용한 셀카는 정말 각도가 중요하다(그리고 여러장을 찍어서 비교해야 한다 - 요즘 아이들이 쓰는 말로 '개귀찮음').
어떻게 구도가 잡히는지 몰라 답답해 하던 집사람도 같이(두번째 사진에서는 집사람 모자가 바람에 날려 마치 터번을 쓴 것처럼 나왔다)
집사람은 여기 그늘에서 좀 더 쉬겠다고 해서 혼자 허브온실이 있는 '휴(休)정원' 쪽으로 올라갔다.
커플들도 많았지만, 어린이들을 데리고 온 나들이 손님(유치원생 포함)이 무척 많았다. 나도 30년전에는 이런 모양이었겠지.
이렇게 전문가급 사진기를 갖고 온 사람들도 많이 보였는데, 이날 나를 아주 짜증나게 만들었던 것은 '제발 꽃밭에 들어가지 마세요'라는 방송(공원 관리인들이 지나가면서 호루라기를 불기도 했다)이 끊이지 않게 만든 일부 사람들의 작태다.
이 꽃의 향기는?
그리고 그늘이 든 의자에 앉아서 한참동안 다른 사람들을 구경했다. 하늘은 파랗고 가끔 구름이 보인다.
모란과 작약꽃이 있는 곳으로 가기 직전
여기도 꽃밭 안에 들어가서 사진을 찍은 흔적이 역력하다.
이런 현상을 막으려면 두가지 방법이 있겠다. 하나는 엄청난 액수의 벌금을 매기면서 공원에서 쫓아내는 것이요, 다른 하나는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싶어하는 공간을 아예 꽃밭안에 여러개 만들어 주는 것이다.
땡볓 아래에서는 꽃구경도 힘들다.
이제 집으로 갑시다. 가다가 저녁도 먹고.
담장에 앉아 있던 까치가 날아간다.
4호선 대공원역까지 걸어가려면 목이 마를 거야. 자판기에서 시원한 물 한병을 산다.
집사람이 찍어준 사진중 제일 괜찮은 것이다.
'문화의 향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2017년 9월 천사금(1004 가야금)의 어울림 공연 (0) | 2017.10.06 |
|---|---|
| KBS의 열린음악회 공개방송(서경대학교편) (0) | 2017.09.25 |
| 한강생태학습선 체험해 보기(5.24) (0) | 2017.05.31 |
| 서울 중랑구 장미축제(5.20) (0) | 2017.05.30 |
| 수국사에서 열린 서울 차문화 축제(5.20) (0) | 2017.05.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