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서 온 Nui에게, 한국에는 있지만 태국에서는 구경하기 어려운 운동경기를 보여주기로 했다. 마침 야구의 페넌트레이스가 2위를 차지하려는 마지막을 향해 가던 시절이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경기를 예매하려 했더니 2자리가 연이어 있는 표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어렵사리 중립지대에 가까운 3층의 노란색 자리를 구했다(이를 위해 티켓링크에 새로 가입했으며, 처음에 샀던 표는 3루측 끝 근처인 333블럭의 17열이었는데, 그날 오후에 317구역에 자리가 난 것을 보고 얼른 바꿨다).
예매사실을 확인한 프린트물(바코드가 찍혀 있다)을 갖고 가면 굳이 티켓으로 교환할 필요없이 입장할 수 있다.
2013년 9월 30일(월) 야구장 입구다.
이날은 엘쥐(1루)-두산(3루)의 경기가 열렸다. 2호선 종합운동장역에서 지하철을 내려 5번 출구로 이동하는 중에 입장권을 한웅큼 손에 쥔 사람이 사람들을 부른다. 얼마나 받는지 물어볼까 하다가, Nui에게 나쁜 것을 가르쳐 주는 듯 해서 모른 척 지나쳤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알아낸 전화번호로 '솜리치킨 반반'(강정 반, 튀김 반)을 주문하고, 가방에는 맥주 2캔, 소주 2팩, 물 한병을 넣었다. 혹시 몰라서 야구장 근처에서 김밥 1줄과 음료수 1캔을 추가로 샀다. 5시 반에 도착하기로 한 치킨을 5번 출구 앞에서 기다리는 데 전화가 왔다. 어디냐니까 '5번 출구 뒤편, 큰 길가로 오세요.' 한다. 오토바이를 발견하고 쏜살같이 달려가서 돈을 주고 치킨을 손에 넣었다. 전화번호와 주문방법까지는 알아냈는데, 배달치킨이 도착하는 구체적인 장소를 몰랐던 거다. 치킨의 양은 나와 Nui 둘이 먹고도 많이 남을 정도였다.
응원막대를 준비하는 열성 팬들
올림픽 주경기장을 배경으로 Nui와 함께.
우리나라가 1970년 아시안게임을 유치했으나, 경기장 건설에 들어가는 재원을 조달할 길이 없어 개최를 포기하고 대신 태국의 방콕에서 아시안게임이 열린 일이 있었다고 설명을 해 주었다(이로 인해 방콕은 1966년 대회에 이어 연속으로 아시안게임을 개최). 이날 쌀쌀할 거라는 예보가 있어 따뜻하게 입고 갔는데, 더웠다.
운동장 구경을 위해 조금 일찍 들어갔다. 마지막 햇살이 3루쪽 윗부분에 걸쳐있고, 내야쪽은 아직 한산한데 외야의 한 블럭은 단체손님으로 보이는 관객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이 날 엘쥐의 응원컨셉은 흰색 상의에 붉은 색 막대다.
연인처럼 보이는 두 사람이 각기 다른 팀 응원복장을 하고 있다.
조명탑에 불이 들어오고, 시구를 위한 여성이 입장한다.
경기가 시작되었는데, 표는 이미 매진이지만 관중의 입장은 느리다. 특히 파란색 구역은 한산하기까지 하다.
이날 경기는 두산의 흐름이었다.
3회 정도가 되어서야 좌석이 거의 찼다. 내 자리는 사실상 중립구역이었지만, 주변에는 엘쥐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아마도 가을야구를 기다린 팬들의 열기가 뜨거워서 그랬나 보다.
중간에 화장실에 갔다 오다가 두산의 전설 '김동주' 유니폼을 입은 사람을 봤는데, 유감스럽게도 저 구역에서 남녀를 가리지 않고 담배를 펴 대는 모습이 눈에 거슬렸다.
아이를 데리고 온 이 사람은 한치라도 가깝게 경기장을 내려다 보고 싶어 했는지, 뒷사람에게 방해가 되는 동작을 많이 취했다. 당신이 그렇게 몸을 앞으로 숙이고 있으면, 뒷자리에 앉은 사람의 시야를 가립니다.
시간이 흐를 수록 두산의 공격이 기세를 더하는 사이, '오지환' 유니폼을 입은 남자는 막상 엘쥐의 오지환 선수가 공격에 나섰을 때 일어나지 못하고 자기 자리를 꾹 지키고 있었다.
경기가 이미 기울었을 때, 여친이 같이 일어나서 엘쥐를 응원해 줬다.
이 날의 승부에도 불구하고, 엘쥐와 두산 그리고 넥센의 2위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엘쥐가 두산을 이겨 그날 최하위 한화에게 패한 넥센을 제치고 2위를 확정지었다. 내가 이 포스트를 올리는 시간에 2:2의 성적을 반아들고 있는 두팀의 마지막 경기가 목동구장에서 열리게 된다. 여기서 이긴 팀이 엘쥐와 한국시리즈 진출권을 놓고 피말리는 승부를 벌이겠지.
얼마만에 프로야구를 보러갔냐 하면, 1984년 당시 최강 삼성이 롯데를 선택해서 한국시리즈를 벌였는데 난 마지막 7차전을 보러 갔었다. 롯데의 전설이던 '최동원'선수가 한국시리즈에서 혼자 '4승'을 올리던 해. 그래서 엊그제 잠실야구장 방문은 내 평생 두번째다. 미국에 머물던 1년 동안 덴버의 쿠어스필드도 2번이나 갔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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