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나

지리산 둘레길(1)

무애행 2013. 10. 26. 11:56

몇년전부터 고향친구들과 저녁을 먹으면서, 조금 더 있으면 대부분 은퇴할 나이가 되니 세계의 멋진 곳(예: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 등)을 찾아다닐 수 있으면 좋겠다 했고, 이왕 이야기 나온 김에 여기에 드는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적금을 들자고 했다. 그리고 내가 네팔에서 돌아온지 얼마 되지 않아, 2013년 8월에 중국의 운남성<옥룡설산을 포함하는 여정>을 방문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여행 주무를 자청한 친구가 한여름에 정치적 소용돌이 한가운데 놓이게 되는 바람에(출국금지를 당했다) 운남성 방문은 다음으로 미루고, 대안으로 국내에서 트레킹 여행지를 물색한 결과 친구들이 서너번 다녀온 적이 있는 '지리산 둘레길'이 좋다고 하여 10월 둘째주말로 날짜를 잡았다.

 

토요일 아침, 동서울 터미날에서 백무동까지 가는 이 시외버스를 타고 인월에 내려 점심을 먹은 다음 '매동마을에서 금계'까지 걷고, 일요일에는 '운봉에서 주천'까지 유람을 한 후 남원에서 고속버스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일곱명이 같이 가기로 했었는데, 종합상사에서 은퇴한 친구가 발목이 아프다며 빠져서 여섯이 떠났다. 우린 여행 주무를 맡은 친구와 우리 모임의 대장 말씀(?)에 절대 복종하기로 했기 때문에 트레킹 내내 화기애애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토요일이라서 그런지 서울을 빠져나가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서(특히 중부고속도로 호법인터체인지까지), 인월에는 12시 조금 넘어서야 도착했다. 버스터미널 옆에 있는 시장통에서 국밥집 '시장식당'을 찾는데, 골목에 들어서면 간판이 바로 앞에 보이지만, 실제 식당은 조금 왼쪽에 있다. 우린 순대국밥에 막걸리 한잔으로 주말여행을 시작한다. 

 

 

 

오른쪽 판넬로 지어진 건물안에 깨끗한 화장실이 있다.

 

잠자리 등을 고려하여 인월~매동마을 구간은 담에 들르기로 하고, 점심을 먹은 후 인월에서 택시 두대를 잡아 매동마을로 갔다(매동마을까지는 터미날에서 버스 이용 가능). 매동마을 입구는 일성콘도 간판이 보이는 저 지점을 지나자마자 왼쪽에 있다(주차장도 있음).

 

 

 

출발하기 전, 지리산 천왕봉 일원이다. 왼쪽부터 두류봉, 그리고 하-중-천왕봉을 바라본다. 천왕봉 오른쪽은 제석봉이고 그 옆에 조금 낮게 보이는 지점에 장터목산장이 위치할 게다. 이 코스에서는 중간중간에 지리산의 장엄한 능선(천왕봉 주변)을 조망할 수 있어서 가슴이 시원해지는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 

 

도처에 감나무가 보인다. 길바닥에는 감이 떨어져서 부숴진 흔적도 많다. 떨어지는 감에 머릴 맞으면 아플까? 아님 옷을 버렸다고 투정을 부려야 할까?

 

매동마을 회관을 지나쳐 오른쪽으로 가다가 윗 사진에서 보이는 감나무 뒤에서 왼쪽으로 돌면 본격적인 지리산둘레길이 시작된다. 소나무 숲이 볼만하다.

 

 

고사리, 콩, 들깨, 고추밭이 나타나고, 호박꽃도 아직은 싱싱한 편이다.

 

 

 

 

 

약간의 비탈을 오르면 오른쪽으로 가라고 되어 있다.

 

 

 

 

 

중간중간에 이처럼 이정표가 잘 되어 있는데, 일부 지점에는 자기네 가게 등을 선전하는 플래카드나 팻말이 더 있어 샛길로 빠지지 않도록 주의를 요한다.  

 

예전, 화전민들이 땅을 평평하게 만들기 위해 돌을 쌓았던 흔적

 

 

우린 금계방향 표지판을 따라 간다.

여기서 하황마을로 내려가면 곧바로 실상사에 닿을 수 있다.

 

 

 

 

저 멀리 다랭이 논밭이 보이고(내가 필리핀의 그 유명하다는 곳은 가보지 못했으나, 네팔의 엄청난 다랭이를 보면 정말 사람의 힘으로 얼마나 오랜 세월동안 어떻게 그걸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에 절로 한숨이 나온다).

 

네팔의 중산간지대에서는 이처럼 산 전체를 깎아서 마을을 한뼘의 농토를 만들고, 마을을 만든 곳이 대부분이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트레킹중 간드룩 마을, 아래는 랑탕-고사인쿤드 트레킹중 무너진 다랭이를 고치는 모습.

 

 

 

여기서 막걸리 한잔으로 목을 축이고, 다시 전진(쥔장 할머니가 연세가 많으셔서, 우리가 직접 날라다 먹었다).

 

 

 

 

 

 

 

저기 저 고개(등구재)를 넘어 간댄다.

 

 

강아지들에게 간식도 주고

 

 

칡 넝쿨이 전봇대를 타고 올라갔다. 큰 일이다. 여기뿐만 아니라 도처가 칡넝쿨에 덮혀 있는데, 빨리 제거하지 않으면 주변의 나무를 다 죽일게다. 다래나무는 달콤한 열매를 주지만, 나무를 죽이기는 마찬가지다. 

 

 

 

 

가을인데도 수량이 제법 많다.

 

 

저수지 위로는 언제적부터인지는 모르지만, 무수한 사람들의 땀이 배어 있는 축석이 보인다.

 

 

수세미도 보인다.

 

 

 

 

 

산머루/머루포도(?), 아무튼 한봉지 사서 들고 간다.

 

 

비록 자판기 스타일이지만, 커피 한잔을 얻어 마시고 

 

 

 

 

전라도와 경상도 경계가 되는 고개. 엇필보면 둥구재라 읽어야 한다.

 

 

그리고 멧돼지 흔적

 

 

 

 

등구재에서 조금 내려오면 오른쪽으로 작은 연못(인공적으로 조성된 것임)이 있다.

 

여기가 사람들을 잠시 헷갈리게 하는 지점이다. 이런 공도를 왜 '주민외 출입금지'라 해 놨을까? 실제로 여기서부터 저 아래 창원산촌생태마을까지는 인가는 없고, 밭뙈기만 보인다. 그렇다면 주민 서너명만 왔다갔다할 이런 길을 누구 돈을 들여 포장을 해 주었을까? 아무튼 공식적인 둘레산길은 여기서 왼쪽으로 꺾여 창원마을로 내려간다. 그런데 이 지점을 네이버나 다음 지도로 보니 굳이 창원마을까지 내려갔다가 금계로 갈 필요가 있겠냐는 생각이 든다. 일부 주민의 반대로 멀리 돌아가는 새 길을 만들었다 하는데, 둘레길의 기본개념-길을 새로 만들지 않고 마을을 통과하며 주민들도 이익이 되는-과는 어떻게 조화를 이루려는지 모르겠다. 

 

 

네이버지도를 참조하면, 공식(?) 둘레길은 등구재를 넘어 창원마을쪽으로 내려오다가, 밭이 있는 곳에서 북쪽으로 방향을 틀어 한참을 돌아서 마을로 내려오도록 되어있다. 저 구간에 뭐 특별히 볼 게 있다던지 하는 것도 아닐진대, 일부 주민이 '많은 외부사람들이 마을을 통과하면서 농작물 피해도 발생하고, 사생활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둘레길 지정에 반대한다.'고 했다면 차라리 금계마을쪽으로 길을 새로 만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창원마을에서 서쪽방향으로 비슷한 콘크리트 포장임도가 서너개 더 보인다. 

 

 

 

 

마치 네팔의 어느 자락을 보는 듯하다.

 

다시금 지리산 정상부가 나타난다. 아래 사진은 중봉과 천왕봉을 당겨 본 것.

 

 

 

 

 

 

 

저기는 아름다운 길, 오도재

 

 

 

 

 

마을을 벗어나 남쪽 숲속으로 오르막을 조금 더 걷다보면 양쪽으로 뽕밭이 나나탄다. 여기부터는 금계마을까지 내리막이다. 

 

저 멀리 채석장이 보이고,

 

 

뭔가 이상한데?

 

 

우린 이 집에 묵었다. 기본(2인기준) 6만원에, 추가 1명당 1만원씩 더 냈다. 난방을 너무 잘 해줘서, 밤에 더웠다.

 

저녁은 이 집에서. 돼지고기 맛이 좋았다. 손주딸의 친절함도. 그런데 식탁이 몇개 없어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

 

 

다음 날 아침, 동네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건너편 채석장에는 부처님 모습이 뚜렷하다.

 

 

물은 동쪽으로 흐른다.

 

 

 

이 마을은 외지인들이 한참 펜션건축에 매달리고 있는데, 폐가도 보인다.

 

 

네팔에서 따온 이름도 보이고(Sarangkot는 네팔 제1의 휴양도시 포카라에 있으며, 마차푸차레를 비롯한 안나푸르나산군 전망대 역할을 하면서 최근에는 패러글라이딩 명소로도 유명한 곳이다)

 

 

 

매동마을 뒷편 암자에서 내려오는 스님들

 

 

 

 

 

 

 

 

산골마을의 모든 길이 저렇게 시멘트로 포장되어 있다.

 

같이 걸었던 친구들 모습

 

 

 

 

 

 

 

 

 

 

 

즐거운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