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선후배간 모임의 산악회 회장을 맡기로 한 이후 첫번째 산행은 가평에 있는 상천역에서 호명호수까지 왕복하는 구간이다.
지난 봄에 호수까지 버스를 타고 올라가서 가평역까지 걸은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산행시간을 좀 짧게 잡기로 하고 이 코스를 골랐다.
네이버 지도에는 이 구간의 등산로를 능선을 따라 이동하는 길만 표시하고 있지만, 아래에 있는 호명산 종합안내도에는 계곡길은 붉은 색으로 능선길은 하늘색으로 구분되어 있다.
오늘은 호명호수 공원에서 떡만두국을 끓여 먹기로 하고, 참석인원을 확인하는데 큰 형님(1945년 해방되던 해에 태어나셨고, 고려대학교 사학과 65학번이시다)께서 같이 가도 되냐고 하신다. 물론입죠!
경춘선 상봉역에서 모두 모여 기차여행을 즐긴다.
내가 회장을 맡으면서 딱 한마디 했다. '앞으로 약속시간에 늦는 사람은 총무가 전화하지 않는다. 알아서 따라오도록!'
그런데 내가 준비하기로 한 막걸리 3통은 상봉역에서 살 수가 없었다. 편의점을 다 둘러보았으나, 소주 아니면 맥주만 보인다. 이걸 어쩌지?
오늘은 인천지역 고등학교에서 교장으로 봉직중인 후배가 처음 참석한다고 했는데, 차를 몰고 상천역으로 직접 온다기에 어느 정도 오차가 있겠구나 생각을 했다. 약속시간보다 빨리 도착했으면 좋으련만. 경춘선은 주말 배차시간이 20~30분 사이로 차를 한대 놓치면 선두를 따라잡기가 애매하다.
상천역에 가까워질 무렵, 차를 몰고 오는 후배의 도착예정 시간을 확인한다. 조금 늦을 것 같다기에 안심운전을 부탁하고, 나는 앞 동네 가게에 들러 가평 잣막걸리 3통을 구입했다. 그동안 다른 사람들은 역 구내 휴게실에서 등산화 끈도 조이고 스트레칭도 했다.
누군가가 늦게 도착하는 사람은 버스를 타고 호수까지 올라오게 하자고 했는데, 역 출입문을 보니 3월 15일까지 호명호수행 버스는 운행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어쩔 수 없다. 또 첫 참석이니 오늘은 기다리자.
10:30, 날이 제법 쌀쌀하다. 보온을 단단히 하고 조금 늦게 도착한 교장 후배와 함께 산행을 시작한다. 호수까지 거리는 3.5km이다.
마을을 지나 조금 올라가니 넓은 터에 건물 신축이 한창이다.
아래 지도에서 보라색은 우리가 걸어간 길이고, 초록색 원 안이 이 건물이 들어선 자리다. 지난 봄에는 마을을 가로질러 호명호수로 올라가는 버스를 이용했었다.
얼마가지 않아 울창한 잣나무 숲이 우리 앞에 나타난다. 좌우로는 텐트를 치고 야영하는 사람들도 가끔 보인다(맨 처음 만났던 사람들은 금기중의 금기인 나무를 끌어다가 모닥불을 피워 온기를 쬐고 있었다. 사진을 한장 찍어 고발할까도 생각했지만, 다음에는 그러지 않겠지 하면서 내버려 뒀다).
큰 형님께 무리가 가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잘 걷고 계신다.
중간에 막걸리 한통을 따서 목을 축이고, 쉬엄쉬엄 걷다보니 벌써 호명호수가 지척이다.
12:00, 이정표 바로 아래에 있는 소공원으로 가서 살림을 펼친다. 산 아래에는 얼음도 얼고 눈도 조금 쌓여 있었으나, 여기는 거의 다 녹았다.
오늘은 떡만두국이 주메뉴다. 모두 둘러앉아서 즐거운 대화를 나누며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한다.
버너를 피워 떡만두국에 라면사리까지-푸짐하게 먹었다. 이 아이디어를 낸 동반자에게 박수를 보냈다.
오늘 아침 집을 나서는 데, 갑자기 김치를 가져오라는 문자를 받고 나서 생각나는 대로 조금 싸가지고 왔더니 이걸 누구코에 붙이겠냐는 비난이 쏟아진다. 그렇다고 김치를 한포기씩 싸오기는 그렇지 않은가?
13:10, 든든하게 요기를 하고, 다시 걸음을 옮긴다. 호명산으로 해서 청평역으로 내려가는 방법도 있지만, 오늘은 호명호수를 한바퀴 돈 다음 다시 상천역으로 내려가자고 했다.
큰 형님과 함께!
14:20, 최달수화백이 운영하는 카페가 문을 연 것 같아 안에서 차를 한잔 마시기로 했다.
마침 최화백 부부가 같이 있다가 우리를 반긴다. 본인 작품 설명을 부탁했더니 부부가 함께 우리 자리로 와서 자기의 작품세계를 친절하게 ㅅ러명을 해 준다. 겨울에는 주말에만 카페문을 연다고 한다.
15:10, 근 한시간 동안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최달수화백의 설명을 들었다.
이제 하산한다. 하산길은 능선을 택했다.
한참을 내려오니 다시 잣나무 숲이 나타난다.
16:30, 상천역에 닿았다.
여기서 요기를 하기 위해 마을 안에 있는 함지박이란 식당에 갔다. 막걸리와 두부로 '건강하게'를 외치며 2016년 1월 산행을 마무리한다.
오늘은 아무도 다친 사람이 없어 회장 소임을 맡고 나서 첫 산행을 아주 잘 치뤘다는 생각이 든다(겨울 산행은 마지막까지도 맘을 놓을 수 없다. 얼음이 언 구간은 물론이려니와, 살짝 녹은 곳에서는 눈에 잘 뜨지 않는 미끄러운 곳이 나타나므로 조심해야 한다).
17:57, 기차가 상천역으로 들어오고 있다.
여기서는 앉을 자리가 없어 큰 형님까지도 한참을 서서 와야 했다. 상봉역에서 해산을 하면서 2월에도 많이 모이자고 했다.
오늘 산행경로다. 상천역-호명호수구간이 약 3.6km이고, 호수를 한바퀴 돌았으니 전체적으로 9km쯤 걸은 셈이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으니 후미를 재촉하는 일 없이 느긋한 산행을 즐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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