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나

당현천-중랑천-부용천 걷기(2016년 1월)

무애행 2016. 3. 2. 14:27

지난 1월 어느 날, 모처럼 개울가를 걸어보고 싶었다. 집에서 창동교까지는 여러번 걸은 적이 있고, 또 금요일마다 노원구청앞 평생교육원까지 걸어가서 중국어 수업을 듣고 있기 때문에, 걷는 것은 자신이 있다. 역시 나이를 먹으면서 믿을 것은 튼튼한  두 다리가 최고야 하면서, 혹시 같이 갈 사람들이 있으면 창동교나 노원교에서 합류할 수 있도록 매월 산에 같이 다니는 사람들에게 위치를 통보하고 10시에 집을 나선다.



집을 나와 1차 집결지로 지정한 창동교까지는 약 1시간 걸린다. 정각 10시에 출발하려 했지만, 집앞 슈퍼마켓에서 점심거리용으로 컵라면을 사다가 만난 동네 골프친구와 잠시 이야기를 나눴더니 약 7분 정도 시간이 지체되었다. 창동교에서 2차 집결지인 노원교까지도 얼추 1시간이 소요될 것 같다.




며칠 사이에 자전거도로의 제한속도가 바뀌었나 보다. 얼마전까지는 시속 30km 였는데 말이지(길 바닥에 숫자를 수정한 흔적이 역력하다). 나도 20km까지는 달리는 경우가 있는데, 나를 추월해가는 사람들이 많으니 그들의 속도가 30km쯤 되겠지? 이 길은 보행자들이 자주 드나드는 곳이어서 사고를 막고자 제한속도를 낮춘 게 아닌가 한다. 녹천교에서 중랑천 동쪽에서 서쪽으로 걷는 방향을 바꾼다.



정확히 11시에 창동교에 닿았는데, 예상대로 아무도 없네.

5분 정도 기다렸다가 의정부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얼마가지 않아 직장의 같은 부서에서 꽤 오랫동안 같이 일했던 후배를 만났다. 중랑천 산책로에서 직장 동료를 만나게 될 줄이야(얼마전 자전거를 타고 갈 때에도 나보다 먼저 퇴직한 분을 만난 적이 있기는 하다). 반가운 마음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호흡을 가다듬는다.


 노원교 채 못미쳐 중랑천을 건너갈 수 있는 다리가 있는데, 이름은 세월교다. 세월교 근처 공사현장에는 누군가가 굳지 않은 시멘트 양생현장에 일부러 들어간 듯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왜 그랬을까?



 10시 50분쯤, 노원교에 닿았는데, 역시 아무도 없다. 오늘은 혼자 걷겠구나.

도봉천이 중랑천에 합류하는 이 지점에는 다른 곳에서 끌어온 물을 중랑천으로 흘려보내는 시설이 있다.



12시쯤, 7호선 전철이 장암차량기지로 들어가는 다리 밑에서 잠시 쉬면서 컵라면으로 요기를 한다. 그런데 컵라면을 너무 큰 것을 샀나 보다. 끓인 물이 살짝 부족하다. 커피 한잔 타 먹을 여유가 없다.


마침 도봉산 입구에 사는 친구가 도봉산 천축사 근처에서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는 카톡을 보내온다. 나는 뚝방으로 올라가 이 사진을 찍어 보내면서 '친구는 산속에서 산을 즐기는데, 나는 산 기슭에서 산을 부러워하네'라고 써 보냈다. 아래는 친구가 보내온 사진이다.




중랑천변 보행로에는 이처럼 '소풍길'이란 표시가 되어 있다. 이 길의 안내도는 의정부시청 홈페이지에서 얻을 수 있다.



13:15, 의정부 백석천이 중랑천과 합류하는 지점에는 커다란 금잉어 한마리가 살고 있었는데, 오늘은 금잉어는 물론 다른 잉어들도 보이질 않는다. 시청에서 월동을 위해 임시로 옮겼을까? 아래 몇장의 사진은 여름~가을에 찍은 사진.







13:27, 의정부 시내에 들어오니 중랑천변에서 뛰노는 아이들이 보인다. 아이들이 있어야 우리의 미래도 있다.



13:50, 중랑천과 부용천이 합류하는 지점에서 오른쪽에 있는 부용천으로 걸음을 옮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의정부경전철이 머리위를 지나가고 있다.








14:58, 마침내 부용천을 가로지르는 송산1교까지 왔다.

집을 나와 걸은지 꼬박 다섯시간만이다. 이 지점까지만 개울가 옆으로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탑석역으로 걸어가서 의정부경전철을 타고 의정부시청역에 내려 친구가 운영하는 삼계탕집엘 갔다. 인삼주를 곁들인 맛있는 삼계탕으로 조금 늦은 점심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니 온 세상이 내 것만 같다.





오늘 걸은 경로를 다시 살펴봤더니, 집에서 송산1교까지 약 20.5km 거리다. 중간에 30분 정도 쉬었으니까 내 걸음걸이 속도가 4km를 조금 넘는 것 같다. 한시간만 작정하고 걸을 때는 5.3km까지도 나오던데, 장시간 걷는 것은 그만한 속도를 낼 수가 없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