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전에 종가댁 둘째 형님께서 사위를 본다기에 결혼식장이 있는 광화문 근처에 나갔다. 전일 내린 눈으로 길이 미끄러웠는데, 지붕이며 군데군데 쌓여 있는 눈이 어릴 적 생각을 많아 나게 했다. 지난 몇십년동안의 겨울을 생각하면 내가 어렸을 적은 물론, 1980년부터 두해동안 군대에서 겪었던 겨울에는 눈이 참 많이도 왔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서울에서 눈 구경하기가 어렵다.
내일이 연창위 기일이라 저녁을 먹고 고지내로 가서 제사(아직도 자시 근처에 사당에서 제사를 모신다)를 모실 생각이었는데, 오후들어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더구나 기온도 떨어져서 길이 보통 미끄러운 게 아니다. 눈이 많이 내리니 큰 형님께서 전화를 하셔서, 고지내는 담에 가자 하신다.
눈 내린 상황이 어떤지 보러 마당으로 내려갔다.
이런 상황이면 고지내 가는 길은 힘들다고 봐야겠다.
이 와중에도 물건배달하는 사람은 바쁘게 움직이고,
아이들은 형제들끼리 혹은 부모를 재촉해서 눈밭에서 놀고 있다.
아파트 출입문 근처의 눈이라도 쓸어보려고 했는데, 주변에 빗자루가 하나도 보이질 않는다.
하릴없이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눈썰매까지 나타났다.
잠시 뜸한 것처럼 보이던 하늘에서 다시 눈송이가 쏟아진다.
오랫만에 함박눈을 맞아봤다.
잠깐 동안 내린 눈이 이처럼 쌓였다.
다음의 블로그 초기화면에 산행을 한주도 쉬지 않는 것 같은 여성의 블로그가 보인다. 일전에 계방산 산행기를 봤는데, 엊그제는 눈에 덮힌 관악산을 다녀왔다고 한다. 몇년전 가을에 네팔 사띠들과 걸었던 등산로인데(http://blog.daum.net/tigerahn1/272), 눈이 쌓여서 그런지 완전히 다른 길처럼 보인다.
http://blog.daum.net/0709im/429
2월 정기산행을 어디고 갈까 하다가, 이번에는 사당역에 모여서 관악산엘 가보자 했더니 다 좋다고 한다. 대신에 아이젠과 스틱은 꼭 갖고 오도록 당부를 했다.
우린 통상적으로 사람들이 이용하는 관음사코스가 아니라 사당역 4번 출구에서 남태령쪽으로 좀 더 걸어와서 홈플러스 직전에 난 작은 길(남태령 제2 소공원)을 따라 산행을 시작했다.
관악산과 우면산을 터널로 연결해서 만든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 모습이다.
반대편으로는 우리가 올라갈 국기봉(관음사 뒤편)이 보이는데, 하늘이 흐려서 그런지 사진상으로는 뿌옇게 나왔다.
한참을 걷다 보니 길이 끊어졌다. 어디로 가야하지?
알고 봤더니 바위틈으로 몸을 굽혀 지나가야 한다.
관음사와 사당역쪽을 한번 바라보고, 아이젠을 착용한 다음 바위길을 오르기 시작한다.
우리보다 조금 앞서 있는 사람들은 눈싸움을 하는지(아마도 옷 속에 눈 넣기) 웃음소리가 끊어지질 않는다. 그래 인생은 웃어야지!
잠깐 더 오르니 드디어 휴식처가 나온다. 관악산 정상은 저 멀리 있다는 거지?
일단 단체사진 한장 찍읍시다!
그리고 저 철계단을 올라갔다.
시간이 꽤 많이 흘렀으므로 여기 갈림길에서 Pipe 능선길(통신용 케이블이 매설되었던 곳인데, 그 케이블을 Pipe라 불렀나 보다) 쪽으로 내려가 요기를 하기로 했다.
적당한 곳에 자리를 펴고, 갖고 온 음식들을 나눠 먹으며 담소를 즐기려니 한시간이 훌적 흘러간다.
골짜기를 따라 오른쪽에 보이는 능선(사당역에서 출발하면 대부분 이 능선을 따라 간다)까지 제법 많이 걸었다.
헬기장에 도착해서 '어디로 하산할까?' 하다가 연주암을 거쳐 과천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저기 나무속에 보이는 사람들은 정상쪽으로 곧바로 가는 사람들이고, 우리는 왼쪽에 있는 관악사지 발굴현장을 거쳐 내려간다.
이렇게 눈이 쌓여 있는 바위산에서는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
사진보다는 그냥 맨 눈으로 보는 게 훨씬 선명하다.
연주대, 전망대, 통신 타워, 기상관측소 등이 보인다.
우리는 관악사지 유적발굴 현장에서 곧바로 계곡을 따라 내려왔다(이정표는 없었는데, 아마도 관악사지 발굴 때문에 이정표를 없애 버린 것은 아닐까?). 100여m쯤 내려오니 연주샘이 있어서, 시원하게 한모금씩 마셔본다
연주암으로 가는 길과 만나서 과천 정부청사역 근처에서 꼬막무침을 안주로 막걸리를 한잔씩 마시고 헤어졌다. 아무런 사고없이 산행을 마쳐서 정말 다행이다.
오늘은 그냥 이렇게 한장 찍어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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