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잡기

2017년 7월 울릉도 가족여행 4박 5일_13(강릉행 배에 탔다가 도로 내린 사연)

무애행 2017. 9. 8. 15:36

매니져가 저동항으로 우릴 데려다 줬다. '덕분에 잘 놀았어요'하고 오후 5시 30분에 강릉으로 떠나기로 한 배에 올라타서 출항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배가 떠날 생각을 하지 않더니 6시쯤, '동해상에 낀 짙은 안개로 출항을 할 수 없습니다'라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지난 월요일 아침에는 울릉도행 배에 올라타 보지도 못했는데, 이번에는 탑승수속을 하길래 내심 '재수 좋네' 했다가 또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짐을 찾아 내리면서 매니져에게 전화를 했다. 이런 상황이 아주 익숙한 듯 매니져가 금방 달려온다. 나는 그 동안에 내일 아침 배편으로 표를 바꾸었다.


오늘 저녁은 뭘 먹고, 어디서 자지? 다행히도 매니져가 우리가 묵었던 호텔 근처에 6만원짜리(현금결제조건) 방을 구해줬다. 세 식구가 저녁으로 뭘 먹을까 의논하다가 이 식당 저 식당에 가 봐도 맛은 별로 없고 값만 비싸니 편의점에 가서 몇개 골라다가 해결하기로 했다. 그리고 내일 아침 배가 7시 출항이니 5시 반에 일어나서 준비를 해야 하므로 아침은 건너뛰기로 했다.


작은 아들과 같이 편의점에 가서 먹을거리를 준비한 후 호텔로 돌아와 방 안에서 간단하게 해결을 했다. 그런데 강제로 울릉도에 하루 밤을 더 머물게 되었지만, 이른 아침 배라서 추가 관광은 못하고 잠만 더 자는 셈이다.


저녁을 먹은 후 산책을 하러 나왔더니 도동항 여객터미널쪽에서 무슨 소리가 나길래 그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이런 행사를 한다고?




성악가 2명이 나와서 우리나라와 독도 등과 관련된 몇가지 노래를 했다. 그중 생각나는 것은 '그리운 금강산', '홀로 아리랑'이다. 덕분에 울릉도의 마지막 밤을 그럭저럭 보낼 수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매니져가 호텔로 와서 우릴 다시 저동항으로 데리고 갔다.


매니져에게 '오늘도 뜨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 했더니, '며칠 더 묵으셔야죠' 한다. 뻔한 질문에 뻔한 대답. 다행히도 우리가 탄 배는 울릉도 저동항을 떠났고, 세시간 후에 강릉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강릉에는 비가 조금 내리고 있었다. 주차장에서 차를 찾아 서둘러서 강릉을 떠났고, 평창휴게소 쯤에서 아침겸 점심을 먹은 후 집으로 돌아왔다. 


2박 3일이면 충분하다는 울릉도 여행을 4박 5일에 마친 셈이다. 울릉도에서 매니져가 한 말이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딸의 혼사를 1주일 앞두고 무슨 연유에선지 친구들이랑 울릉도에 들어왔다가 나쁜 날씨 때문에 여객선이 뜨질 않자, 3백만원인가를 주고 오징어 잡는 배를 타고 10시간쯤 걸려 강릉으로 돌아갔다는 아주머니 이야기다.


비수기에는 손님들이 많질 않아 여기저기 구경하는 데 편리한 점도 있지만, 배가 뜨지 않을 가능성에 대비해서 여유일이 많아야 겠다 - 이번 울릉도 여행의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