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향기

종묘앞-창덕궁 일대

무애행 2018. 5. 17. 22:50

지난 1월 어느 화요일에 작은 사업을 하는 친구와 점심 약속을 하고, 종묘 건너편 세운상가 골목에 있는 부산횟집에 갔다. 미역을 넣은 맑은 생선탕에 막걸리 한잔을 반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중, 친구에게 급한 일이 생겨서 그만 나 혼자 남게 되었다.




갑자기 혼자 남게 된 나는 길 건너 종묘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내가 여길 언제 와 봤더라? 아마도 종묘앞 정비공사가 끝난 후론 첫걸음인 것 같다. 



종묘전교(앞에 있는 다리)와 해태상(두 군데 석재는 복원공사할 때 새로 제작한 것으로 추정) 





조선왕조에서 정한 중요한 곳에는 거의 다 이런 하마비(종묘전교 바깥쪽에 위치)가 있다. 종묘전교를 지나 종묘외대문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일제가 조선왕조의 정통성을 훼손하기 위해 망가뜨리거나 일본으로 반출하기도 했고, 혹은 6.25 전란 등으로 귀중한 문화유산이 많은 상처를 입거나 심지어 사라지고 말았다.


해시계의 일종인 앙부일구의 받침돌 



되돌아 서서 세운상가를 바라보고, 방향을 틀어 편의점이 있는 곳으로 갔다. 







오른쪽에 '삼봉 정도전 시비'가 있는데, 근처에 노인들이 많이 보인다. 나도 어느 땐가는 이런 모습으로 여길 거닐고 있을까?




커피선전



다시 종묘외대문(종묘 외곽에 있는 문; 매표소가 있다)쪽으로 방향을 튼다.


종묘어정터가 보이고





모든 문이 닫혀있는 종묘외대문 근처가 한산하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 화요일에는 정기휴관일이라고 한다. 왕릉이나 궁궐은 월요일이 휴관일 아니었던가?





하는 수 없네. 오늘은 여기 계단의 돌 장식이나 보고 가는 수밖에는.






외대문에서 오른쪽 앞 방향에는 월남 이상재선생(月南 李商在 先生)의 동상이 서 있다.



주변에 있는 바위 위에는 참새들이 노닐고 있고




나는 창덕궁 쪽으로 걸음을 옮기다가 오래된 석재들을 모아놓은 곳을 지나게 되었다.


뉘집 무덤가에 있는 상석들을 이렇게 옮겨다 놓았을까? 구멍이 있는 둥그런 모양의 돌은 연자방아 터에 가져온 것일터. 그 옆에는 돌절구와 연화석 무늬가 있는 받침돌(비석 등을 세울 때 사용) 등이 보인다.  






내친 김에 창덕궁에 들어가 보려던 내 생각은 마침 흩뿌리는 빗방울에 그만 무산되고 말았다. 사실 이 날은 날씨가 우중충해서 종묘 뒤편으로 보이는 삼각산의 아름다움을 전혀 볼 수 없었다.


며칠뒤에 다시 종묘앞으로 갔다. 그런데 이 날도 화요일이었다(요즘 생각이 짧아지는 것을 느낀다).


하늘에 구름이 끼긴 했지만, 종묘앞에는 햇살이 비치고 있었다. 종묘외대문 너머로 삼각산 보현봉이 보인다(처음에는 '무슨 봉우리지?' 했는데, 마침 친구가 보내준 사진-아마도 세운옥상에서 찍은 것-을 보니 보현봉이 확실하다). 종묘 서쪽의 순라길을 따라 창덕궁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특별한 너와 나의 사이'를 이어줄 수 있다는 보석상의 광고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길을 건너기 전에 바라본 '돈화문' - 창덕궁의 정문이다.


내가 어렸을 때는 창덕궁과 붙어 있는 창경궁은 동물원과 벚꽃으로만 기억되던 '창경원'이었고, 여기는 '비원'으로 알려졌었다. 그리고 종묘와 창경궁은 길 위로 난 육교로 연결되어 있었다. 



평일 창덕궁 관람은 문화해설사를 따라 설명을 들으며 가는 방법이 제일 좋다 하여 안내문을 읽으며 잠시 기다렸다.




창덕궁 진선문 앞에 있는 다리에서 아래를 바라본다.







어기서 어디로 갈까 갈등을 느끼다가 결국 해설사를 따라 창덕궁 정전인 인정전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창덕궁 인정전 안에는 임금이 앉던 옥좌가 보이고, 그 뒤로는 일월오봉도(日月五峰圖)가 보인다. 지금 생각으로는 아주 웃기는 모양이지만, 당시에는 이런 말을 입밖에 내기는 어려웠을 터!





창덕궁 인정전에서 왼쪽을 보면 청기와 지붕(선정전)이 보인다. 이 때까지만 해도 하늘이 맑았었는데....




나는 해설사를 따라 낙선재로 이동했다.





장락문 앞에서 상량정을 바라보며




오늘은 날도 갑자기 추워지고, 창덕궁에 들어온 시간도 조금 늦어 이른바 '비원'이라고 불리던 지역은 들어가 보지 못했는데, 날이 풀리면 꼭 가보리라 하는 마음을 품고 창덕궁을 나선다.


그러고 보니 근처에 운현궁과 익선동 한옥촌도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