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하순의 어느 날, 기온은 여전히 높았지만 하늘은 맑았던 날에 집을 나와 불암산에 갔다. 여기 불암산은 올랐다라고까지는 하지 않아도 될 높지 않은 산(해발 507m)이고, 또 집에서 10여분이면 등산로에 닿기 때문에 여름에는 종종 반바지차림으로 저녁 바람을 쐬러 돌아다니기도 하는 곳이다.
이 날은 혼자서 서쪽의 둘레길과 능선을 한꺼번에 돌아보려고 들머리와 날머리 모두를 집에서 가까운 영신여고 샘터로 잡았다. 노원구청이 설치한 불암산둘레길 안내도에 영신여고에서 학도암쪽으로 조금 올라간 지점에 넓적바위로 표시된 곳이 산행 시작점이자 종점이다(이날 내가 움직인 경로는 주황색 점으로 표시). 네이버지도에는 동교사출발점(영신여고 입구)~음석(넓적바위)으로 표시되어 있다. 참고로 아직까지 네이버나 다음 지도는 불암산 둘레길을 안내하고 있지 않다(아래 네이버지도에서 주황색 실선으로 표시된 경로가 내가 움직인 동선이며, 음석 왼쪽의 파란색은 돌아올 때 경로).
준비물은 물 1l와, 김밥 2줄 그리고 소주팩(200ml) 하나.
이날 집에서 나와 다시 집에 도착하기까지 5시간 50분 걸렸다(넓적바위 기준으로 한바퀴 도는 데는 5시간 15분; 휴식시간 포함).
09:25 집에서 나옴
09:30 문화예술회관 길 건너편에서 김밥 2줄 구입
09:40 제자교회(영신 약수터)입구 출발
09:45 넓적바위(여성바위/음석) 통과
10:08 104마을 갈림길 도착, 3분 휴식. 이후 주능선으로 좌회전
10:32 학도암에서 올라오는 길 삼거리 통과
10:38 전망대(등산로 오른쪽에 있음)
10:58 천병약수터 갈림길
11:01 불암산성(헬기장) 남쪽 전망포인트 도착, 잠시 휴식
11:12 불암산성터(헬기장) 도착
11;20 깔딱고개(정암사~불암사 갈림길) 도착
11:25 거북바위 도착
11:40~50 불암산 정상
--------------------------------------(여기까지 1편)
12:00~25 석장봉, 점심
12;41 갈림길 도착, 우회전후 왼쪽으로 돌아감
13:13 당(덕릉)고개 도착, 왼쪽으로 돌아 불암산 둘레길
13:23 채석장터 도착, 15분간 휴식겸 대화
14:20 경수사 입구 도착
14:38 정암사 계곡 도착
15:00 넓적바위 도착
15:15 집 도착
불암초등학교 너머로 오른쪽에 뾰족하게 솟은 바위(내가 즐겨 찾는 곳 중 하나로 네이버 지도에서는 풍화바위라고 표시되어 있는데, 전망이 아주 좋다)가 보이고 왼쪽으로는 헬기장이 파란 하늘 아래 멋있는 자태를 뽐내고 있다.
내가 사는 아파트와 담장을 나눠 쓰는 노원문화예술회관.
개관 초기에는 유료 가족회원으로 등록해서 공연을 자주 보러 갔었는데, 어느 날부터 내가 관심을 가질만한 공연이 확 줄어들었다.
자전거대여소(가끔 자전거 바퀴에 바람 넣으러 간다)와, 길 건너편에 있는 김밥집(꽤나 맛있다. 이 날도 여기서 김밥을 사서 배낭에 넣었다).
고양이도 뜨거운 햇살은 싫은가 보다.
불암초등학교와 영신여고 입구를 지나 죽 올라오면 제자교회 안내판이 보이는데, 여기서 곧바로 올라가면 영신여고샘을 지나 둘레길에 닿게 된다. 나는 주차된 트럭 안쪽으로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으로 돌아 소나무가 무성한 숲길을 택한다.
호박꽃도 꽃이 맞지요?
오늘 이런 광경을 무수히 보게 된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발걸음에 표토층이 다 벗겨져서 뿌리가 훤히 드러났다.
오늘 시작점이자 끝점으로 선택한 곳. 왼쪽에는 누군가가 페인트로 낙서를 한 흔적이 남아 있다.
공식적으로 이 바위는 넓적바위라고 둘레길 안내도에 적혀 있으나 그걸 믿는 사람은 하나도 없는 듯 하다. 시작할 때 썼듯이 음석 혹은 여성바위가 더 걸맞는 표현이겠지만, 아무튼 그렇다는 말이다.
http://www.dailian.co.kr/news/view/479596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음석을 꼽으라면 단연코 서울 노원구 중계동 불암산 자락에 있는 밑바위다. 여자성기처럼 묘하게 닮은 이 바위는 여성 외음부의 주름살과 음핵 등 성기 형태를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다. 자연적으로 생긴 바위하나가 여성의 중요한 부분까지 리얼하게 나타냈다는 것에 놀랍고 신기하다.
이러한 음석들은 대개 ‘×지바위’ 또는 ‘×바위’ 로 부르는데, 듣기에도 민망스러울 만큼 적나라해 주변사람들은 쉽게 ‘밑바위’로 부른다. 밑바위는 폭 10m, 바위 밑 둘레가 약 26m, 높이는 5∼6m정도다. 마치 여성의 엉덩이가 하늘을 보고 있는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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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위에는 성혈로 부르는 구멍이 파여 있는데, 자식을 바라던 사람들이 뚫은 민간신앙의 흔적이다. 이 바위는 내려오는 전설은 없지만, 예전에는 마을어른들이 보기에도 낮 뜨거워서 밑바위 근처에 아이들의 접근을 막았다고 한다.
넓적바위에서 시간을 확인하고, 오른쪽으로 난 둘레길(남쪽방향)을 따라간다. 곧바로 올라가면 학도암에 닿게되고, 그 전에 왼쪽으로 내가 좋아하는 바위쪽으로 올라가는 갈림길(사람 발길이 많지 않은 길이어서 그냥 지나치기 쉬움)이 나온다.
가뭄이 오래 지속되어 산 속 계곡물이 거의 말랐다.
포장도로는 학도암으로 이어진다. 내가 걷는 길은 불암산 둘레길이면서 서울둘레길이다. 나보다 앞서 가벼운 복장으로 계단을 오르는 여성이 보인다.
지난 3월 13일 야심한 밤에 학도암 뒤편에서 큰 불이 나서 이를 진화하느라 소방대원 등이 큰 고생을 했다. 아직까지 방화/실화범이 잡히지 않았나 본데, 내 생각으로는 학도암 바로 위에서 바위타는 연습을 하던 사람들 소행이 아닐까 한다.
104마을 갈림길까지는 중간에 약간 애매한 구간도 있으나, 그저 다른 사람 따라가면 길 찾기는 어렵지 않다.
구름이 엷게 낀 하늘.
104마을이 조금 보인다.
10:08, 이 곳이 안내판에 표시된 104마을 갈림길이고, 여기서부터는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불암산 능선을 따라 간다. 산 아래쪽으로 가면 공릉동 백세문(원자력병원 입구와 마주보고 있는 곳)에 닿게 된다.
왜 104마을이냐고? 그건 바로 아래에 있는 낣고 낡은 주거지역의 대표번지가 '중계본동 104번지'이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몇동네를 꼽으라면 항상 다섯 손가락 안에 들고, 찬바람이라도 불라치면 연탄봉사한다는 사람들이 몰려드는 곳. 내년 4월에 국회의원 선거가 있으니 올해는 더 많은 정치꾼들이 몰려들겠지.
그렇지만 이 104마을(중계마을 복지회관 바로 위 약수터)이 소위 불-수-사-도-북 하는 산꾼들에게는 불암산 들머리로 상당히 유명한 곳이다.
뭐 믿거나 말거나....
바위 위에 이끼가 끼고, 그 주변에 나뭇잎이 쌓이고, 풀이 자라고 그러다가 작은 나무도 뿌리를 내린다.
나무 사이로 불암산 정상이 보인다. 지금은 구청에서 나무로 만든 계단을 설치해서 쉽게 접근할 수 있지만, 예전에는 저 바위길을 맨 손으로 올라야 했다.
정상부에 있는 바위들이 금새라도 밑으로 굴러떨어질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10:32, 학도암에서 올라오는 길을 만난다.
10:38, 학도암 갈림길에서 정상 방향으로 조금 더 가서 등로에서 오른쪽으로 올라서면, 주변을 잘 둘러볼 수 있는 곳에 전망데크가 있다.
시계방향으로 사진을 찍어 본다.
순서대로 1) 천마산과 백봉 2) 예봉산과 검단산 사이의 한강 3) 용마봉(아차산)과 그 너머 잠실롯데 고층건물 4) 관악산과 남산 5) 초안산 뒤로 북악/인왕산<골프연습장이 연달아 보인다> 6) 삼각산 주능선 7) 백운대 오른쪽으로 길게 뻗어 있는 상장봉 능선
네이버지도상으로 풍화바위로 표시된 곳, 그리고 불암산성터와 주봉
사람들이 지나다니기 시작한 뒤로 변한 모습
10:58, 풍화바위(천병약수터) 갈림길에 닿았다. 여기서 주능선길이 아니라 왼쪽으로 난 샛길로 간다.
11:01, 불암산성터 바로 아래 조망이 좋은 바위. 바위틈에 이름 모를 꽃이 피어 있다. 조금 파인 곳에는 어제 내린 빗물이 고여있다.
여기서 10분간 쉬면서 주변을 둘러본다.
여기까지 오니 하늘색이 더 좋아졌다. 삼각산과 도봉산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11:12, 불암산성터. 지금은 헬리포트가 설치되어 있다.
이 자리에서 정상부를 제대로 볼 수 없다는 게 유감이라면 유감이다.
11:20, 소위 깔딱고개다. 동쪽으로 내려가면 불암사가 있고, 서쪽으로 내려가면 정암사를 거쳐 상계역으로 이어진다.
11:25, 거북바위(이 곳에 천막을 치고 간단한 음식을 파는 소위 거북산장이 있다)
경사가 가팔라지는 지점부터 쇠줄 혹은 나무 계단이 설치되어 있어 안전하게 정상부로 갈 수 있다.
드디어 정상부가 보인다. 펄럭이는 태극기!
오늘 내가 걸어온, 공릉동 방향으로 이어지는 능선
저 멀리 한강이 보인다. 왼쪽으로는 예봉산, 오른쪽으로는 검단산.
정상에 오르기 전, 지나가던 분에게 부탁해서 한장!
혼자 다니는 사람들의 사진을 흔쾌히 찍어주시는 분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11:40, 드디어 불암산 정상에 오른다. 10여분간 주변을 조망하며 휴식(정상에서 가져간 소주팩 두껑을 열어 냄새만 맡고 도로 배낭에 넣었다)
오늘 산행기점으로 삼은 넓적바위로부터 2시간 걸렸다.
정상에서 바라본 석장봉과 당고개 건너편 수락산, 그리고 덕송리에서 청학리로 이어지는 북쪽 모습
정상에 있는 바위에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이름 석자내지 뜻모를 글자들을 새겨놨다. 지금은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언감생심 꿈도 꾸지 않을 일인데, 아마도 1960~80년대에 새겨진 게 아닐까 한다.
정상 근처에 있는 두꺼비 바위. 촬영각도를 조금 세웠더니 금방 굴러 떨어질 것 같은 모양으로 나왔다. 아래 사진을 보면 두꺼비를 많이 닮아 보인다.
사진출처
http://blog.daum.net/myeunlee/11804115
정상부에서 바라 본 상계역 방향. 중간쯤에 있는 봉우리에 정자가 보인다.
왜 쥐바위지? 앞니 두개가 닮았다고.
(여기까지 집을 나와 정상에 이르기까지 기록이다. 점심 먹은 이후의 기록은 다음 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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