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친구와 둘이서 의정부시청을 출발해서 사패산쪽으로 올랐다가 도봉산 포대능선을 지나서 도봉동(도봉산역 방향)으로 내려오기로 하고 집을 나선다. 약속장소는 의정부 경전철 의정부시청역이다. 참고로 의정부경전철은 수도권전철 1호선 회룡역에서 환승이 가능하다(갈아타는 경로는 누가 설계했는지 가능한한 승객들을 피곤하게 만들려고 작정한 것 같다).
일전에 버스 안에서 배낭에 매단 등산용 지팡이가 다른 사람을 건드린 적이 있어(배낭은 어깨에 맬 때나 내릴 때 내 몸보다 훨씬 큰 반경으로 움직이는데, 이 때 옆주머니에 끼워둔 지팡이가 다른 사람 얼굴에 가까이 가는 경우가 생김), 머리 부분을 작은 주머니로 씌우고 한번 더 묶어서 덜 움직이도록 고정을 했다.
나팔꽃이 자전거를 휘감고 꽃을 피웠다.
산행은 9시에 시작해서 오후 3시에 도봉동에 내려와 그 곳에서 기다리기로 한 친구들과 뒤풀이<다른 일정들이 있어 산행을 같이 못하지만 뒤풀이 자리에는 3명이 더 오기로 약속>를 하기로 했다. 이 구간에는 관음암에 가서야 먹을 물을 구할 수 있기에<망월사에서 올라오는 길에 민초샘이 있지만, 오랜 가뭄에 물이 말랐다> 땀이 많이 나는 사람은 충분한 물을 준비해서 떠나야 한다.
나는 배낭에 물 1.2l(0.7+0.5), 쵸코바 2개, 컵라면 2개, 봉지커피 2개 그리고 컵라면 끓여 먹을 뜨거운 물을 0.8l짜리 보온병에 넣었고, 친구는 김치와 약간의 밥 그리고 막걸리 한병을 준비했다.
09:10, 의정부경전철 의정부시청역에 내리니 바로 길 안내가 붙어 있다. 우리 모임의 리더인 이 친구의 호가 '소풍'인데, 마침 길 이름도 소풍길이다.
09:50, 쉬엄쉬엄 걷다보니 범골삼거리에 닿았다.
불암산에서 시작해 수락산을 거쳐 사패산에 오르려면 이 지점을 통과하게 된다<호암사가 있는 범골로 올라옴>.
오늘은 시야가 좋지 않다. 가을이라면 맑고 파란 하늘이 필수인데, 어째 뿌연 연무가 꼈단 말이냐!
조금 움직이다 보니 덥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부탁해서 사진을 한장 찍는다.
멧돼지가 파헤쳐 놓은 곳들. 만약에 대비해서 등산용 지팡이가 필요한 구간이다. 물론 최선은 도망가는 것이지만!
10:35, 사패산과 도봉산 잇는 주능선에 올라왔다.
사패산 쪽에서 지금 등산로 보수작업을 하고 있다기에 자운봉쪽으로 방향을 튼다.
시야가 트이는 곳에서 송추계곡과 오봉쪽을 바라본다.
잠시후, 엄청난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나무가지 사이로 보이는 바위에 가면 데이트하는 산꾼에게 안성마춤인 곳이 있다.
11:25, 산불감시초소까지 올라왔다. 여기서 10여분 정도 쉬었다.
많은 사람들이 초소를 보고, '어! 여기에 화장실이 있내' 한다. 그렇지만 이 능선에는 물도 없고 화장실도 없다.
쌓여 있는 목재는 아까 올라온 계단을 수리하기 위한 것 같다.
이 지점에서는 주변을 잘 볼 수 있다. 저 멀리 자운봉이 보인다.
여기서부터는 바위를 타고 오르내리는 구간이 많아 위험하기 때문에 빨리 움직일 수 없다.
사진을 찍고 나서 물 한모금을 마시는 데, 근처에 있던 여자분이 '약을 먹어야 하는데 물이 없으니 조금 나눠줄 수 있냐'고 한다. 물 한컵을 건네주고 나서 어디서 왔냐 물었더니, 청주에서 단체로 왔는데 물을 500cc만 가져왔다네. 아마도 산행대장이 이 코스를 잘 몰라서 필수품에 대한 주의사항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일어난 일이 아닐까 한다.
12:10, 포대능선 직전에 있는 헬기장에 도착해서 요기를 한다. 친구가 싸온 밥과 김치에 보온통에 담아온 뜨거운 물로 컵라면을 조리해서 먹는다. 보온병에 남은 물로는 봉지커피를 꺼내어 후식으로 삼는다.
산에 온 기념으로 장수막걸리 한통을 둘이 나눠 먹으니 기분이 날아갈 것만 같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음식을 꺼내어 먹는 곳 가까이에서 뛰어 다니거나 신발을 찍찍 끌고 다니면서 먼지를 일으키는 것은 좋지 않다.
12:45, 점심겸 휴식을 마치고 포대능선 Y자 계곡을 우회해서 자운봉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젊어서야 일부러라도 바위를 탔지만, 지금은 왼팔 오금인대가 부실한 데다(일종의 과격한 운동을 지속함으로써 생기는 병이라 함) 안전하고 편안한 길이 있는데 그리 갈 이유는 없다.
Y계곡은 안전을 위해 주말에는 북->남쪽(망월사에서 신선대 방향)으로 일방통행을 실시하고 있다.
13:00, 신선대 위에도 사람들이 가득하다. 우리는 신선대 북쪽에 난 길을 따라 곧장 오봉/여성봉 방향으로 간다.
바위가 만들어질 때 뭔가 다른 성분이 섞였거나 저 지점에 다른 힘이 작용하였거나....
많지도 않은 단풍이 새삼 예쁘게 느껴진다.
13:35, 앞에 사람들이 보이는 길로 가면 오봉/여성봉/우이암으로 갈 수 있다.
우리는 여기서 도봉동(관음암)쪽으로 능선을 내려섰다.
13:55, 관음암에 닿았다. 아마도 '일붕대선사 기도처'라 쓴 듯하다.
여기에서 시원한 감로수 한 모금을 얻어 마신다.
여기 바위도 기묘한 모습을 하고 있다.
14:25, 마당바위에 도착했다.
잠시 쉬다가 천축사 방향으로 내려왔다.
15:10, 산행을 종료하고 친구들과 약속한 장소에서 간략한 뒤풀이를 한다.
여섯시간 가량 산행을 하고 나니, 목을 넘어가는 소맥이 정말 시원하다.
친구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 사이, 작년말에 위암수술을 한 친구가 차를 가지고 약속장소에 나타났다. 다짜고짜 우리를 태워 간 곳이 반포앞 한강에 떠 있는 세빛둥둥섬이다.
편의점에서 맥주 한캔씩을 사들고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걷다가 쉬다가 했다.
내가 이 맥주 선전모델도 아닌데, 친구들과 같은 맥주를 마시는 사진이 있네.
이왕에 친구들과 술 마시는 사진 한 장 더!
아래 사진은 8월 하순에 중동의 모 국가에서 대사직을 수행하고 있는 친구가 귀국했을 때 모습이다. 주재국 정세가 하도 불안해서(불안한 정도가 아니라 내전중이라서 생명의 위협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 봄에는 귀국도 못하고 현지에서 교민의 안전을 챙겨야 했다고.
친구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언제나 즐겁다. 우리가 서로 알게 된 지가 40년이 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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