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 이야기

네팔 카트만두 Valley의 문화: Bhat Batteni의 네와리족 축제

무애행 2012. 4. 27. 16:34

4월초, 카트만두의 거리에는 이런 꽃나무가 참 눈에 많이 띈다.

커다란 나무 전체를 휘감고 있는 모습이 참 아름답다. 이 사진은 시내에 있는 한 한국음식점 정원에서 찍은 것이다.

 

 

저녁을 먹고 집에 돌아오는 길, Bhat Batteni Chowk(여기서 150미터만 더 오면 숙소 입구다)에서 갑자기 길이 소란스러운데 기사가 차를 세우면서 네와리족 축제이니 보고 가겠냐고 묻는다. 나야 물론 오케이지. 요런 축제를 보려면 어디 멀리까지 가야할 지도 모르는데, 숙소근처에서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칠소냐.

 

일단의 젊은 남자들이 함성을 지르면서, 굳이 말하자면 우리가 어렸을 때 많이 봐 왔던 상여를 메듯 요란하게 치장한 가마를 하나 메고 나타났다. 맨 위에는 이른바 그들의 '신'을 모셨는데, 붉은 양산을 씌운 모습이 더 재미있다(이렇게 우산을 씌우는 이유도 있다 했다). 

 

 

이윽고 가마를 내려놓더니 가마안에 있는 신에게 치성을 드리기 시작한다. 불을 밝히고, 향을 올리고...

 

 

한편 3일전쯤인가 찍은 사진을 다시 정리하다 보니 Bhat Battenni 안에서는 성전 장식에 여념이 없었다. 저땐 저 신들이 그렇게 추앙받는 신인줄 몰랐는데... 

 

 

 

한참을 더 기다려도 뭐 별다른 진전이 없는 것 같아 그냥 집에 들어왔는데(나중에 알고 보니 축제가 시작될 시간까지 기다려야 했었다) , 다음 날 아침 배달된 신문에 아래와 같은 기사가 났다. 이 축제는 내 숙소에서 멀지않는 곳에 있는 Gahana 연못에서 시작되는 읽어버린 보석을 찾는 축제라고 말이다. 신문속 사진과 내가 찍은 사진을 비교했더니 가마의 크기나 우산이 달라보이는데....

 

호기심을 억누를 수가 없어서 다음 날 아침 Gahana Pokhari를 찾아갔다. 이 연못은 둥글게 만들어 사각형으로 만들어진 여늬 연못과는 확연히 다르며, 수면도 지표면과 비슷하게 조성(다른 포카리들은 지상에서 3~4미터정도 내려가 수면이 있다)된 것이 인공미가 물씬 풍겨나는 곳이다. 물 위에는 어제 사용했음직한 꽃잎들이 둥둥 떠 다니고 있었다. 신문에 난 사진을 보면 물은 어른 명치정도 깊이가 되는 것 같다. 구경꾼도 엄청 많이 보인다. 

연못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사진 뒤쪽에 보인다.

 

호숫가에 사람들이 모여 있길래 가까이 가 보니 영화를 찍고 있는 것 같았다. 중년 여배우가 뭔가 슬픈듯한 표정의 연기를 하고 있었다. 

 

호수 위에는 이 축제를 위해 만든 깃발이며 장식이 그대로 남아 있었고, 호수 주변에는 맨 위에 언급한 붉은 색 꽃나무가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월요일), 운전기사가 전화를 했다. 오늘 'Bandh'라는 뎁쇼? 이게 또 뭔 소린가. 내가 현지 뉴스를 봐도 뭐가 뭔 소린지 모르니 당연히 뉴스를 보지 않는다. 오로지 인터넷에 올라오는 영문 뉴스에 의존하고 있는 셈인데, 어제 저녁 TV뉴스에서 '월요일은 번다'라고 했단다.

 

여기 네팔에서 겪은 가장 황당한 경우가 이 번다라는 것이다. 정치적으로 뭐 불리하거나 맘에 안들면 쪼무래기 주변 단체들을 시켜 번다를 요구하고, 일부 극렬 행동주의자들을 동원해서 운행중인 차량이나 문을 연 점포를 대상으로 테러를 가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두려움으로 그들의 요구에 마지못해 응하게 되는데(정치적으로 뭘 얻는지는 모르겠다), 서민들의 삶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는 이런 짓을 아직도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아무렇지도 않게 요구하는 정치집단이 있으니 말이다(한둘이 아니라 전부 그렇다고 봐야 한다).

 

특히 이 번다는 외국인 관광객을 당혹스럽게 만든다. 네팔 트레킹에 나선 사람들중 번다때문에 입국비자일수가 초과되어 엄청난 벌금을 무는 경우도 생긴다. 4월초에 이 곳을 방문했던 후베부부도 카트만두로 돌아오는 날이 마침 번다여서 꽤나 곤란을 겪었다 한다. 더 웃기는 것은 정부차량(흰색바탕 번호판) 외교관차량(푸른색) 등은 괜찮고 애꿎은 일반인용 차랑과 영업용 차량을 목표로 한다는 것이다. 때론 오토바이도 금지한다고 포고령 아닌 포고를 하기도 한다. 참 웃기는 세상이다,

 

  * 이게 소위 '번다당한다(Bandhalised)'라는 것이다. 최근 경찰이 많이 단속에 나서고는 있으나, 피해자에 대한 보상이랄까 이런 것에 대한 뉴스는 없다.

 

조금 있으니 가사도우미가 집에 도착했다. 어떻게 왔냐고 하니까 걸어왔다고만 한다(이 처자는 뭘 물어봐도 그냥 단답형으로만 대답하고, 뭐 곤란한 듯 하면 그냥 소리없이 웃어버린다. 하루종일 가장 많이 듣는 단어는 'Sir!'다). 내원 참! 한참후 기사도 도착했다(월요일은 8시 30분까지 출근하도록 했는데 열시가 다 되어서야 숨을 헐떡이며 나타났다). 도착하면 뭘하나, 차 몰고 다니다가 돌이라도 맞으면 그 책임을 누가 진단 말인가(차 리스 계약서에 번다 이야기는 없다). 기사에게는 오늘 차를 이용하지 않을 터이니 그냥 집에 돌아가라고 하고, 걸어서 출근했다.  

 

점심을 먹으러 왔다가, 다시 사무실로 가려는데 길가가 몹시 시끄럽다. 웬일인가 하고 가까이 갔더니 Bhat Batteni 근처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다. 호기심을 누를 길이 없어 다가갔다. 걸어다니는 날이면 카메라를 갖고 다니기 때문에 이런 장면을 찍을 수 있었다.

 

 

북 장단에 맞춰 춤도 추고 

 

 

 

이 작은 가마는 치장이 한창이다. Bhat Batteni 마당에는 천막도 드리워져 있다. 

 

Bhat Batteni 에는 건물이 세개 있는데, 하나는 사제만이 드나들 수 있는 탑 모양의 가운데 건물(지금 왼쪽에 보임. 여기가 오늘 행사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하는 신을 모시는 장소가 되겠다)이고 오른쪽에 기둥만 보이는 곳은 평소에는 비어있는 공간이다. 

 

 

오 예! 여기 와서 예쁜 처자들은 다 어디에 숨은 거야? 했는데, 오늘 이 곳에 다 모였네. 옷도 다 같이 잘 차려입고, 눈매 화장은 소위 꾸마리 스타일처럼 보인다.

 

 

이 처자들은 대중속에 들어가지 못하고, 나랑 주변을 돌고 있었는데 사진 한장 찍자니까 흔쾌히 포즈를 취해 주었다. 두장 찍은 사진을 보여주고 '오케이!'를 받았다(지들한테 보내달라는 이야기는 없었다).   

 

 

마당 안은 발 디딜 틈이 없다. 전통복장을 제대로 차려입고, 머리엔 장식을 하고, 손에는 각종 공헌물을 담은 그릇(황금색 그릇이 보이는가?)를 하나씩 들고....

 

 

사제인듯한 사람이 뭔가 이야기를 하자 각자 그릇속에서 꽃가루 등을 꺼내 공중에 뿌린다. 어머, 즐거운지고. 그 와중에 카메라를 높은 든 사람도 보이고...

 

 

 

흠, 건물 뒷편으로 돌아갔더니만, 여기에는 아마도 오늘 희생당할 염소가 한마리 매여 있다. 굶지 말라고 풀도 한 묶음 가져다 놓았다.  

 

여기에 있는 사람들의 표정을 한번 보시라. 뭐랄까 희망 기대 같은 것이 아닐까? 

 

 

 

마당쪽은 나이가 좀 든 여인네들, 작은 건물쪽은 주로 어린 처자들

 

 

아, 목말라라!

 

축제 진행자인 듯한 사람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밖으로 나오니 구경꾼인듯한 사람들과, 가마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과, 아직도 신명나게 북을 두드리며 춤을 추는 사람들로 거리가 북적인다. 오늘 번다였기에 망정이지, 이 성스런 축제에 차량과 오토바이가 내뿜는 매연과 경음기 소음이 얼마나 큰 방해가 될 뻔 했을까. 

 

 

 

 

 

 

소님들도 오늘 뭔 일이 있는가벼?' 하면서 축제장으로 걸어간다. 

 

퇴근길에 보니 또 뭔가를 준비하는 것 같아 얼른 저녁을 먹은 다음 다시 찾아갔다. 아까 점심 때 봤던 '신'(아래 사진속 붉은 천이 있는 곳에 매달려 있었음)이 어디론가 가셨나 보다.  

 

어디로 가셨나 했더니 바로 옆 건물 안에 모셔져 있다. 한창 치장을 하고 있다. 점심때 여기는 아무런 치장이 없었는데, 이미 꽃술이 화려하게 4면을 장식하고 있다.

 

날이 어두어짐에 따라 기름등잔에 하나둘씩 불을 붙이기 시작한다. 저기에다 기름을 붓고, 심지를 얹어 놓은 다음 불을 붙이는 식이다.

 

 

 

 

마, 신의 얼굴 모습이다. 머리에 화려(?)한 보관을 쓰고, 목에는 각종 구슬로 된 목걸이를 달고...

 

 

전신은 이렇다. 아직 치장이 끝난 게 아니다. 신자들이 가져오는 공헌물이 얼마나 될지.... 

 

저 오른쪽은 뭐가뭔지 모르겠다(사실 가운데 두 신도 나는 모른다)

 

 

이렇게 치장을 하는 동안에도 각종 치성물을 갖고 들어오려는 행렬이 줄을 잇는다.

 

 

 

 

통상 둥그렇게 생긴 금속제 그릇을 쓴다고 알고 있었는데, 플라스틱 쟁반도 등장했다. 마음이 중요하지, 그릇재질이 뭔 문제겠어?

 

 

 

 

 

 

신자들의 공헌물은 아래 사진처럼 신의 발 부근에 바쳐졌다가 밖으로 나온다. 위 사진속 아가씨(손에 휴대폰을 들고 있다. 세상이 변해간다는 하나의 작은 증거로 생각한다)에게 여기 축제가 언제까지 이어지냐고 물었더니, 오늘 밤 12시에 대미를 장식하는 축제가 한번 더 있다고 한다.

 

이렇게 밤은 깊어가고... 그러나 11시쯤 카메라를 들고 집을 나서니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핑계도 요런 핑계거리가 없다. 집에 들어가서 자려고 누었는데, 12시가 조금 넘은 시각, 밖에서 각종 악기를 두드리는 소리가 요란하다. 그냥 자리에 눕지 말고 나가 볼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