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 이야기

N cell 축제와 거리풍경

무애행 2012. 5. 2. 12:54

2012년 4월의 세번째 주말, 내가 기술지원을 맡고 있는 NRB에서 제1회 International Conference on Economics and Finance 를 개최했다. 금요일에 시작해서 이틀동안 주제발표와 토론을 하고 일요일에는 박타푸르와 둘리켈(밸리 동쪽 30Km 지점에 있으며, 티벳과 국경을 이루는 코다리로 이어지는 고속도로를 따라가면 됨. 히말라야 설산이 잘 보이는 능선에 호텔이 많으며, 관광개념상 나가르콧과 유사) 로 외국참가자들을 데리고 가 구경시켜 주는 일정이다. 저녁에도 공식만찬이 있기 때문에 운전기사는 아침에 나를 호텔까지 데려다 주고 퇴근하라 일렀고(저녁시간에 여기서 택시를 타면 숙소까지 130루피 정도 한다. 개중에는 미터를 쓰지 않고 200루피 달라는 경우도 있다), 가사도우미는 토요일과 일요일을 아예 쉬라고 하였다. 

 

토요일 아침, 컨퍼런스장소인 Yak & Yeti 호텔로 가려는데 신왕궁(현재 박물관) 정문에서 남쪽으로 시원하게 뚫린 Durbar Marg가 통째로 막혔다. 여기 두번째로 큰 이동통신사인 N Cell에서 거리축제를 한다고 하네. 캐치프레이즈가 '나는 엔 셀이라네'인가보다. 8시 30분경이다.

 

 

여기가 안나푸르나호텔 앞 모습

 

행사장인 Yak & Yeti 호텔로 들어가는 골목입구(안나푸르나 호텔과 거의 마주보는 지점이다)

 

컨퍼런스에 참석했다가 점심을 빨리 먹고 거리에 나왔다(실은 신왕궁 박물관에 가 보기 위해서다). 제법 많은 사람들이 '차없는 거리'를 걷고 있다. 난 차 없는 게 신기한 것이 아니라 거리가 조용하다는 데 더 행복감을 느낀다. 선물용 풍선을 받아들고 행복해 하는 아이들 모습.

 

 

이 날 무대는 양쪽 끝에 차려졌다. 북쪽(왕궁정문방향) 무대에서는 미키마우스 복장을 한 도우미가 무대위에 올라있고,

 

 

여기서부터는 오후 세션이 끝나고 나왔을 때 모습이다. 북쪽 무대에서 일단의 B-Boy 들이 공연을 하고 있다. 이들이 구르고 넘어가고 하는 동작에 박수가 많이 터져 나온다.

 

거리에 사람들이 가득 차 있다.

 

전통 옷과 춤 악기로 흥을 돋우기도 하는데, 댄서는 맨발이다.

 

과감한 복장을 한 젊은 여성들과 선그라스를 쓰고 한껏 폼을 잡는(게다가 옆 사람은 어떻게 되든 군중속에서 담배까지 펴 대는) 젊은 남성들로 거리가 가득찼다. 더 과감한 모습도 있었으나 소개는 생략한다.

 

 

 

이 장면을 보니 내 모습도 저 사람 렌즈에 잡혔을 거다.

 

남쪽 무대는 이 나라에서 제일 인기가 좋다는 밴드(AXA인지 이름이 가물가물하다)가 록음악을 선사하고 있었다. 특히나 젊은 남성들이 연주가 끝날 때마다 열광하는 모습을 보인다. 여기서부터는 컨퍼런스에 참석했던 NRB 직원들과 함께 돌아다녔는데, 카메라 배터리가 아웃되는 바람에 더 이상의 사진을 찍지 못했다.

 

Yak & Yeti 호텔에 있는 꽃나무. 이름이 Jacaranda라고 하는데, 보라색 꽃이 만발했다. 오늘 행사가 열리는 두르바르 마그 양옆의 가로수도 저 나무다. 아래에 있는 사진은 열흘 뒤(5월초)에 찍은 것들이다.

 

 

신문기사에 따르면 이 나무는 Tri-Chandra Campus, Old Bus park, Shahid Gate and NAC Bus Park 길을 따라 가로수로 심어졌다 한다.

 

<네팔의 봄 꽃나무에 대해서는 여기를 참조>

The most beautiful time of the year in the Kathmandu valley is April-May. Not only numerous flowers are in bloom but many trees, big and small, are also blossoming. one of my favourites - jacaranda. Its violet flowers cover the whole tree

 

http://olgarani.blogspot.com/2011/04/blooming-trees-of-kathmandu-valley.html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신왕궁 정문 매표소다. 여긴 NRB 신분증도 소용없다 한다. 창구직원이 Chinese? 하길래 아무 말 없이 250루피 내고 들어갔다.

 

휴관일도 많고 개장시간도 제한되어 있어 조금만 늦어도 입장이 어렵다.

박물관 내부에는 카메라는 물론 가방 등도 갖고 들어갈 수 없다(관람을 마치고 나서 광장에서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을 봤지만, 실내에서는 어림도 없다. 요소요소에 사람들이 지키고 있다).

 

박물관 내부는 왕족이 살던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려는 듯 했다. 중앙현관(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2층이다)에는 외국사절을 맞기 위한 넓직한 방이 있으며, 좌우로 대기실 집무실 등이 있고 그 뒤로 돌아가면 휴게실 침식 식당 등이 있다. 지상과 맞닿아 있는 공간(입구 정면에서 바라보면 왼쪽)에는 예전에 왕이 일반국민들에게 띠까를 해 주던 장소도 있다. 여기는 철저하게 동선을 따라가면서 관람을 하도록 되어 있어 한자리에 오래 서 있으면 다름 사람들이 밀치고 지나가기도 한다. 

 

중앙현관에 들어가자마자 처음 맞닥뜨리는 장면은 홀 중앙에 자리하고 있는 곰이다. 어디 영화에서 많이 보셨을 테지만, 머리부분은 살아있는 것처럼 박제를 하고 나머지 부분은 가죽을 넓게 펴서 바닥에 깔아두었다(이런 것을 뭐라고 부르지?). 다른 방에는 호랑이도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3층에서 계단을 내려오면 그 양옆에 각각 2마리씩의 호랑이 박제가 앞발을 들고 서 있다. 움직이다 보면 코뿔소, 사슴 등의 머리가 박제된 채로 벽에 붙어있다. 

 

건물내부를 다 구경하고 나오면 후원으로 길이 이어지는데, 여기는 이른바 2001년의 왕족대학살(왕세자가 총으로 부모 등을 죽이고 자신도 큰 부상을 입었다가 며칠 후 죽음)이 있었던 곳이다. 지금은 그 때 상황이 있었던 건물을 부숴버려 기초만 남아있고 다른 건물에 남은 일부 총탄자국 등을 알려주는 표지만 남아있다.

 

후원을 한바퀴 돌아 나오면 관람절차가 끝난다. 매표소에서 보안검색을 한 후 왼쪽으로 걷기 시작해 왕궁건물내부를 한바퀴 돌아본 다음(여기도 왼쪽으로 돌아서 오른쪽으로 갔다가 왼쪽 지상층으로 나오게 동선이 짜여 있다), 후원으로 가서 왕궁 오른쪽으로 돌아 나오는 경로가 되겠다. 왕궁내부에는 관람객들을 위한 화장실이 없으며 남자들은 왕궁에 들어가기 한참전 뜰 왼쪽에 있는 화장실을, 여성들은 후원을 돌아나와 뜰 오른쪽에 있는 화장실을 이용하도록 되어 있다.

        

 

 

 

 

 

이 거리의 소님들을 보니 새삼 미국에서 광우병에 감염된 소가 발견되어 미국 소고기를 많이 수입하는 고국에서 국민들의 걱정이 태산같아졌다는 기사가 생각난다. 여기서는 이 복잡하고 공해로 찌든 도심에서 소가 자라든 개가 짖든 관심을 갖는 이가 거의 없다. 이렇게 기른 소에서 젖을 짜서 그대로 먹고, 여기서 기른 물소고기도 염소고기도 닭고기도 그냥 먹는 판이니 말이다. 참 그러고 보니 돼지농장 구경을 못해봤다.

 

 

 

 

라스트라뱅크 앞에 있는 구운 옥수수 장수다(거리에 참 많이 있다. 저렇게 리어카 위에서 나무장작으로 옥수수를 굽는 장사는 시설이 매우 훌륭한 거다). 나에게 20루피를 달라고 하더라.

 

일요일, 필드투어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 두르바르 마그의 모습이다. 언제 길을 막고 축제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모든 게 변하지 않았다.

 

 

 

 

이런 발전기는 영업에 필수조건이다.

 

아마도 전왕(언제적인지 모르겠지만)의 동상일게다(머리에 쓴 관으로 추정). 지금 네팔은 왕정을 폐지했지만, 관광객들에게 보여줄 것은 자랑스런 자연유산과 전왕들이 만들어 놓은 유적이 모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리곳곳에 왕의 동상이 그대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