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나

2018년 5월 불암산

무애행 2018. 7. 4. 15:04

오랫만에 불암산에 오른다. 부처님오신날 바로 다음 날에 다녀왔다. 


산행 들머리는 영신여고 앞으로 잡고, 노원문화예술회관 앞까지 버스를 타고 갔다. 노원문화예술회관 건너편에 있는 김밥집에서 요기할 김밥을 사서 넣은 후 아래 지도처럼 영신여고샘 옆길로 올라갔다. 이 코스는 내가 자주 다니던 코스로 경사도 제법 있고, 안전로프를 잡아야 하는 구간도 있다.



성의 성기를 닮은 모양을 하고 있는 이 바위는 학도암 방향으로 가는 데 이정표 역할을 한다(둘레길과 교차). 둘레길 안내도에는 '넓적바위'라고 위치를 적어 놓았는데(넓적바위는 여근석 근처에 있다고 하는데, 난 본 적이 없다), 최근에 '여근석'이라고 적은 표지판을 새로 세워 놓았다.






여근석을 지나서 얼마가지 않아 학도암으로 가는 길을 버리고 왼쪽으로 난 갈림길을 따라 1차 조망점으로 올라간다.





지금 나는 1차 조망점에 있다. 내 집 옥상(지금은 세를 주고 나도 길음동에서 세를 살고 있다)에서 바라본 불암산 모습.




2차 조망점으로 올라가는 도중에



고양이가 보인다.



2차 조망점(바위)에 갔더니, 언제 한 짓인지는 몰라도 못난이 이름이 바위에 새겨져 있다. 불암산에는 이처럼 자연적으로 움푹 파진 묘한 형상의 바위가 여럿 보인다. 








불암산성지(헬기장).



정암사와 불암사로 내려갈 수 있는 깔딱고개를 지나면 거북바위 바로 밑에 막걸리를 파는 집이 있다(자칭 거북산장). 마침 날도 덥고 해서 한모금 마시려고 들어갔더니, 집주인은 없고(몸이 아파서 산 아래로 내려갔다고) 친구라고 하는 사람들이 앉아 있다가 '아쉽게도 막걸리는 없네요' 한다.


정상으로 기어오르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는 거북바위. 조금 더 올라가서 싸가지고 온 김밥으로 요기를 했다.




12:35, 드디어 불암산 정상이다. 아무도 없는 틈을 타서 태극기 사진을 나름 멋지게 찍어 봤다.


여근석을 출발(09:35)해서 여기까지 세시간 걸렸다(점심 먹은 시간 포함). 바위가 움푹 패인 곳에는 어제 내린 빗물이 고여 있었다.









평일이라서 그런지 사람들로 붐비지 않는 불암산 정상에서 한동안 앉아 있었다.


그런데 나를 불편하게 만든 것은 바로 바위마다 제각각 새겨진 아름답지 못한 이름들이다. 글자가 멋있던지, 뭐 아름다운 시를 새기지 않은 것이라면 여기에 이름 석자 남기려 한 사람들을 찾아내서 벌금이라도 물리고 글자는 갈아버렸으면 좋겠다. 




불암산 정상에서 당고개 쪽으로 내려오다가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불암폭포를 구경하러 간다. 어제 내린 비로 계곡에는 맑은 물이 흐르고 있었다. 


능선에서 내려오다가 만난 여학생들은 도대체 어디로 얼마나 가야 정상인지 무척 궁금해 했다. 올라온 길의 느낌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완전 바위길이라서 힘들었어요' 한다. '조금만 더 올라가면 View가 아주 좋아'라고 안심을 시켜줬다.




일부러 길을 멀리 돌아서 불암정(정자)가 있는 곳으로 왔다. 정상에서 곧바로 능선을 따라 내려오면 한결 빠르지만, 불암산의 이모저모를 구경하려면 내가 걸어온 길이 나무랄 데 없이 좋다.






불암정에서 다시 계곡으로 내려온다. 갈림길에 누군가가 돌을 쌓아 올렸다. 



여기서부터는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를 벗삼아 걸을 수 있었다.




여긴 아이들이 어렸을 때 자주 놀러왔던 곳이다. 그런데 나는 여길 들어갔다 나올 때 전화기를 떨어뜨리는 바람에 그만 액정이 깨지는 사고를 당했다. 난생 처음 당한 이 사태를 어쩌면 좋아, ㅠㅠㅠ





불암폭포를 제대로 보려면 경수사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나도 처음 가봤다). 


경내에는 부처님오신날(바로 어제였다) 봉축등이 달려있고, 마애불과 윤장대도 보인다.








불암폭포까지 구경을 잘 한 다음에 당고개역으로 내려가서 막걸리 집을 찾았다. 땀을 엄청나게 흘린 후 시원한 막걸리를 한잔 마시니 몸이 날아갈 듯 가뿐하다.


나는 화웨이서비스센터(수유점)에 전화를 해서, 액정을 수리할 수 있는지 물어봤다. 다행히도 부품이 있기는 한데, 액정교체 비용이 무려 152,000원이란다. 그 대신 일체형 배터리를 신품으로 갈아준다고. 잠시 고민하다가, 그러자고 했다(액정이 깨진 사진 참조).


집에 돌아오는 길에 서비스센터에 들러 거금(?)을 주고 액정을 교체했다. 아아, 전화기는 2017년 5월 말에 할부금이 전혀 없는 조건으로 샀는데, 도중에 실수로 큰 돈을 들이게 되다니. 역시 순간의 실수는 주머니를 아프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