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산에 가는 게 월례행사(가끔은 분기행사)가 되다 보니, 어느 곳은 20여년만에 다시 가게 되기도 한다. 지난 번에 다녀온 도봉산 포대능선도 마찬가지였다.
친구들과 불광역에서 출발해서 쪽두리봉~향로봉~비봉(우회)~사모바위 혹은 향로봉에서 탕춘대능선으로 하산하기를 여러차례, 막상 비봉에는 90년대에 두어번 올라가 보고 만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는 산악회 멤버들에게 탕춘대성을 소개시켜줄 겸 해서 비봉을 올라보기로 했다. 하산이야 언제나 그렇듯이 당일 컨디션을 봐서 결정하기로 하고.
7월 7일 토요일, 하늘이 엄청 맑다. 우리는 구기터널 직전 한국고전번역원앞에서 집결하여 서울둘레길을 따라 탕춘대성 능선으로 올라갔다. 잠시 탕춘대성 암문을 일행들에게 소개한 후 곧바로 탕춘대성 능선을 타고 올라간다.
저기 보이는 쪽두리봉 꼭대기에 사람들이 보인다. 위험하다는 표시가 있지만, 개의치 않는 듯하다.
향로봉에 이어 비봉도 보인다. 우리는 탕춘대성이 끝나는 지점에서 비봉능선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향로봉쪽으로 더 올라가서 비봉쪽으로 오는 방법도 있다).
비봉 능선에 오르니 방금 지나쳐 온 탕춘대성 능선이 아주 잘 보인다. 사진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북악산~인왕산/삼각산에서 흘러내린 물은 홍제천을 따라 한강으로 흐르고, 그 곳에는 탕춘대성의 삼각산 구간과 인왕산 구간을 잇는 홍지문이 세워져 있다.
비봉으로 가는 주 능선에 오르니 맑은 하늘에 사방이 탁 트여서 정말 기분이 좋다. 왜 비봉이냐구? 저 곳에 신라 진흥왕이 세운 순수비가 세워져 있어서 그 이름을 얻게 되었다 한다.
비봉 꼭대기에 오르려면 북쪽에서 접근해야 한다(남쪽은 너무나 위험하다고-난 한번도 시도하질 않았다). 그러나 북쪽도 그리 만만하지는 않다.
비봉 오르는 길에 여기는 반드시 들러야 한다. 거북이 목처럼 생긴 곳에 잠시 앉아 있다 돌아 나왔다.
가까이에는 문수봉(왼쪽)과 보현봉(오른쪽)이 보이고, 좀 더 멀리에는 삼각산 주봉인 백운대와 인수봉이 위용을 뽐내고 있다.
다른 곳에는 안전을 위하여 쇠말뚝도 박아놓고 바위도 살짝 깎아놓았던데, 여기 비봉으로 오르는 구간은 20여년전이나 지금이나 안전시설물이 없는 게 좀 이상하긴 하다. 난 여길 오르내리다가 무릎팍이 까지는 상처를 입었다.
드디어 비봉에 올랐다. 단체사진도 찍고, 개별적으로도 찍고.
참고로 이 곳에 세워져 있는 것은 좀 엉성하게 만든 모조품이다.
비봉에서 가장 높은 바위(사람들이 심심찮게 올라간다). 여기도 그 옛날 누군가가 주제넘게 부끄러운 이름을 새기고 내려갔구나. 저만치에 사모바위가 보이고, 그 오른쪽 아래로 승가사가 보인다.
비봉에서 바라본 주변. 일설에는 개성의 송악산이 보인다고 하나, 내 눈으로는 확인 불가!
대신 인천앞바다는 지척인양!
우리는 사모바위 아래 그늘에 터를 잡고 점심을 먹었다.
하산길 결정권을 여후배에게 줬더니, 내가 처음 제시했던 루트인 대남문을 거쳐 정릉으로 내려가자고 한다. 후배야, 그 루트는 좀 길어!
승가봉에서 또 시원한 조망을 즐긴다.
승가봉을 지나치면, 대남문까지 가야 한다(중간에 오른쪽으로 하산하는 길이 없음).
이 이정표가 있는 곳부터 청수동 암문까지는 경사도 급하다.
여기서 한숨 돌리고, 대남문에 가서 다리를 쭉 뻗고 쉬었다.
보국문으로 가기 전에 성 밖으로 나와 대남문 사진을 한장 남긴다. 여기서 보국문까지는 25~30분 걸린다(대성문을 거치는 성곽길을 따라 가면 몇분 더 걸릴게다).
이제 내려가자구. 내려갈 때는 무릎에 가는 충격을 조심해야 한다.
이렇게 멋진 계곡을 구경하면서 내려오는데, 국립공원관리사무소에서 멀지 않은 곳(계곡 출입금지 구역으로 설정된 곳)에 어떤 남자가 알탕을 하고 있는 게 보였다. 누군가가 신고를 했는지, 우리가 내려가서 막걸리 한잔을 다 마시기도 전에 사법경찰이 그 남자를 끌고 내려왔다.술 기운에 그랬을까?
우리는 정릉(청수장) 관리사무소 앞에서 시원한 막걸리를 마시며, 비봉에 오른 무용담을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아침 아홉시에 구기터널 앞을 출발해서, 오후 네시에 정릉으로 내려왔으니 무려 일곱시간을 산속에 있었네. 오늘 많이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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