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 친구들과 매월 첫번째 월요일에 서울 근교에서 가벼운 산책을 하기로 약속을 했는데, 7월과 8월에는 모두 비가 내리는 바람에 국립중앙박물관으로 갔었다.
그런데 9월 첫번째 월요일에도 비 예보가 있구나. 다행히도 12시부터 내린다고 해서 길지 않은 코스(창의문 출발~북악스카이웨이~팔각정~삼청각위 갈림길~성북동)를 택해 걷기로 했다.
친구들과는 열시에 자하문고개(버스정류장명: 윤동주문학관)에서 만나기로 하고, 난 한시간여 일찍 경복궁역부터 인왕산 자락길을 걸어서 합류할 생각이었다. 인왕산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한양도성 순성길도 있지만, 이미 두어번 다녀온 곳이고 해서 이번에는 차길 옆으로 난 산책로를 따라 가다가 수성동계곡을 들른 후 자하문고개까지 걸어보기로 했다.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 내려서, 1번 출구로 나간다.
그런데 웬걸, 사직단에 닿기도 전에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도대체 우리나라 기상청은 슈퍼컴퓨터를 사 줘도 정확한 예보는 커녕, 중계방송도 제대로 못하는 것 같은 인상을 주는데 이를 어쩌나? 그냥 '기상기록청'으로 개칭하고, 일기예보는 일본 것을 베끼도록 하면 어떨까?
참고로 네팔은 인도기상청 자료를 그대로 쓴다.
우산을 쓰고 사직단 담장을 따라 황학정으로 간다.
등과정을 지날 무렵 빗줄기가 거세졌다. 잠시 근처 화장실로 대피를 했는데, 평창동에 사는 친구가 '아니 벌써 12시가 된 거야?' 하는 문자를 보내온다. 이거 웃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다가, '오늘은 Plan B가 없는 데 어떻게 하지?' 하는 고민을 잠시 했다.
의정부에서 출발한 친구들은 이미 서울에 진입을 했을 터, '그냥 경복궁역에 모여서 막걸리나 한잔 하러 갈까?' 하는데 빗줄기가 조금 가늘어진다.
인왕산 자락길 말고 인왕산 숲길로 걷는 방법도 있었지만, 마침 비가 내리는지라 편한 길을 따라가기로 한다.
인왕산 호랑이가 무섭기는 무서웠다는 이야길 어려서 듣곤 했다.
'마침 비도 내렸으니 옥류동천 수성동계곡을 흐르는 물소리는 얼마나 우렁찰까?' 하고 내려갔는데, 그냥 졸졸졸 흐르는 수준이다.
수성동 계곡 상류(인왕산로 직전)에는 '청계천 발원지'를 알리는 표지판이 서 있다.
무무대에 들러 사진도 몇장 찍고(청와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도 된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바로 윤동주문학관이 나타난다. 나는 왼쪽 길을 택했다.
저 앞에 북악산(또는 백악산)이 우뚝 서 있다. 나는 자하문고개쪽으로 순성길을 따라간다.
산책로는 차도(북악스카이웨이 3교)로 이어지지 않고, 여기서 자하문고개길로 내려간 다음 길을 건너 창의문 밖으로 이어진다.
경복궁역을 나온 시각이 여덟시 반, 이 곳에 도착한 시각이 아홉시 오십분이니 얼추 한시간 이십분 걸렸다.
비를 흠뻑 머금은 무궁화와 1968년 1월 21일, 북괴가 청와대 공격을 위해 내려보낸 무장공비 김신조 일당과 맞닥뜨려 산화한 두 분의 순직비를 바라본다.
근처에는 '청계천 발원지' 표석이 보인다. 아까 본 것은 옥류동천 발원지이고, 여기는 백운동천 발원지인가?
10:13, 비가 내리는 바람에 모이는 장소에 잠시 혼선이 있었으나, 그리고 끝내 한 친구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나 우리는 개의치 않고 산책을 시작했다. 참고로 한양도성 순성길의 이 구간은 월요일에는 갈 수 없다.
창의문에서 팔각정까지는 3km 내외, 그리고 삼청각을 거쳐 성북동까지 또 그정도 거리니까 대충 3시간이면 점심 요기를 할 수 있는 곳에 도착하겠다.
그런데 여기서 길을 잘못 들었다. 전신주에 달린 화살표를 보고 오른쪽으로 급격히 방향을 틀었더니,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고, 우리는 하는 수 없이 '북악스카이웨이 2교'까지 인도가 확보되지 않은 차길(북악산로)을 따라 걸어가야 했다.
그래도 뒤돌아보니 인왕산 기차바위가 잘 보였고
북악스카이웨이 2교에 이르자 이런 모습도 나타났다.
북악스카이웨이 2교부터는 차길과 별도로 산책길이 있다.
그렇지만 이 근처에서 세워진 '북악산길 안내도'는 마치 우리가 걸었던 그 차길을 따라 와야 하는 것처럼 그려져 있다. 더군다나 팔각정에서 삼청각으로 내려가는 길은 물론, 성북경계라고 표시된 곳에서 '김신조 루트'와 형제봉으로 이어지는 길도 외면하고 있다.
왼쪽으로 보이는 집은 백사실계곡의 상류에 위치한 소위 '능금마을'의 일부로 보인다.
백사실계곡의 약수터로부터 올라오는 길과 만난다. 나는 백사실계곡을 방문했을 때 여기까지 두번 올라왔었다.
11:13, 북악스카이웨이 팔각정에 도착했다. 창의문에서 여기까지 한시간 걸렸다.
팔각정에서 30여분을 쉰 다음, 삼청각까지 가장 가까운 길(성북천발원지 경유)을 택해 내려가기로 했다.
아래 지도에는 김신조루트가 잘 나타나 있다. 아울러 창의문에서 팔각정까지 오는 산책길도 제대로 표시되어 있고.
중간중간에 남산이 잘 보이는 곳에서 사진도 찍고
성북천 발원지를 지나 숙정문 안내소까지 30분 걸렸다.
삼청각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노무현대통령이 2007년 4월 5일 이 산책로를 개방하면서 조림을 했다는 기념석을 볼 수 있다.
우리는 이 집에서 수육과 칼국수로 점심을 해결하고, 바로 옆에 있는 커피집 SOMA 소마에서 차를 한잔 마셨다. 참고로 소마는 이날 산책을 같이 한 강원대 교수의 친구가 운영하는 집인데, 얼마전 길 건너편에서 이 곳으로 업장을 옮겼다.
인근에 있는 대학생들은 학생증을 제시하면 공짜 안주가 있다는 선전판을 보며 우리는 삼선교역으로 내려와 헤어졌다.
아침에는 비가 내려서 좀 망설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맛깔난 산책을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같이 놀아준 친구들아,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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