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 이야기

번다와 도로확장 현장(201205)

무애행 2012. 6. 23. 10:09

여기 네팔 카트만두에 도착해서 받은 첫 인상은 지나다니는 차량과 사람에 비해 길이 너무 좁고, 서로 빨리 가려고 경적을 끊임없이 울려대고, 차량연식이 얼마나 되었는지 모를 낡은 차가 거리에 돌아다니고, 매연을 뿜어대는 차에 대해서도 무감각하고, 사람들이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인도가 없는 구간이 대부분이고, 도로포장 상태는 엉망이고, 조금 사람들이 꽨다 싶은 곳에는 차도를 부분적으로 점거한 노점상들이 들끓고, 도대체 뭘 하려는지 몰라도 돌아다니는 사람과 차가 항시 많고(출퇴근시간이 따로 없고, 도심과 외곽 방향도 구분이 없다), 거리의 전신주에 걸쳐진 전기.전화선은 하나도 정리가 되지 않은 것 같고 등등이다.

 

또 문화유적지에 가 보면 비둘기똥 항상 조심해야 하고, 그럴싸한 사진 한장 찍으려면 반드시 서너명의 현지인 얼굴이 포함되어야 하고, 사진 찍는다고 잠시 멈춰 서 있으면 대여섯번은 어깨를 부딪혀야 하고, 외국인을 봉으로 아는지 입장료는 턱없이 비싸고(내국인은 거의 다 무료, SAARC + 중국은 기타 외국인의 1/2~1/5 수준), 상점 주인이 부르는 가격은 초기에 너무 비싸고 나중에는 또 많이 싸지고(나처럼 흥정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터무니없는 가격에 물건을 살 확률이 높다) 등등도 두어달 살면서 느낀 인상중 일부분이다.

 

더군다나 택도 없는 이유로 택도 없는 요구를 하는 게 비일비재하다고 들었는데(카트만두가 아닌 시골 지역에서는 더 심하다고 들었다), 그중 하나가 오늘 이야기 하려는 '번다'다. 신왕궁의 동쪽은 도로확장공사가 한창이다. 20여년이 넘도록 공공용지를 점거해온 건물들을 철거함으로써 원래 계획된 도로넓이를 회복하는 일인데, 건물철거 대상에는 경찰청본부도 포함되어 있다. 

 

어느 금요일 오후 번다때문에 차가 다니지 못하고, 그래서 아주 한산한 거리 모습이다. 간혹 용감한(?) 택시가 지나다니기도 하지만, 여기 네팔리들은 이토록 무모한 번다요구에 쉽게 굴복하는 모습이다. 잘 살아보겠다는 이야기는 수없이 하지만, 스스로의 발목을 잡는 일에는 또 이처럼 속수무책인 상태다.   

 

 

 

집을 나와 멀지 않는 곳에 있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트레킹업체를 찾아 걸어가는 길이다. 집 근처의 대형 슈퍼마켓 주차장인데, 문은 열었지만 차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항상 사람들로 들끓던 곳이 이렇게 변하는 게 소위 번다효과다. 옷 수선집은 아예 문을 닫았다(아래 사진) 

 

 

 

차는 없고, 간혹 지나다니는 자전거야 우릴 어쩌겠어? 소판이다. 길 한가운데 어린 송아지가 자리하고 있다. 교통경찰도 배치되어 있지만 호루라기 불 기회도 없다. 길가에 연기가 나는 곳은 옥수수 구워 파는 상인의 장사터다(구운 옥수수 한개당 15~20루피 정도를 받는다).

 

 

 

최근 도로확장공사를 하면서 하수관로를 정비할 모양이다.

 

아이들에게는 또 다른 놀이터다. 술래잡기 놀이에서 술래를 하고 있는 어린 아이(날 처다보는 사이에 다른 아이들이 관 속으로 다 숨었다).

 

여기 카트만두에도 고층아파트 건설이 꽤 여럿 눈에 띈다. 불과 몇년전까지만 해도 5~7층 정도였던 것이 지금은 10층 이상으로 높아졌다. 분양광고판이다.

 

새로 짓는 것인지 아님 보수공사가 거의 마무리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비교적 깨끗해 보이는 길가의 힌두신전이다. 에로틱한 조각은 여기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영화관이 있어 젊은 사람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던 대형쇼핑몰도 번다때문에 문을 닫았다.

 

한창 공사중인 상업용 건물

 

쇼핑몰 바로 옆(서쪽)에 있는 러시아 문화관이다. 러시아불교를 주제로 전시가 진행중인데, 난 시간이 맞질 않아 들어가 보지 못했다. 국제사회에서 소위 '대국' 대열에 있는 나라들은 이처럼 문화원 건물을 별도로 갖고 있으며, 대사관 규모도 엄청나게 크다. 모두 자국의 이해를 주재국에 널리 알리려는 수단중 하나다.

 

지붕 모습이 독특한 힌두신전. 뒤에 보이는 건물은 학교로 쓰인다. 

 

최신(?) 건축양식으로 보이는 힌두신전. 바로 옆에 탁구대에서 젊은이들이 놀고 있다.

 

 

트레킹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업체 사장(뭐 특별히 다른 사무실을 갖고 있는게 아니라, 가정집에서 게스트하우스겸 운영하는 것 같다)을 만나 차 한잔을 마시면서 세상돌아가는 이야기를 하던중 포카라의 푼힐까지 트레킹을 마쳤다는 젊은이 둘이 도착했다. 번다때문에 간신히 카트만두로 돌아왔다며(공항에서 평상시보다 서너배는 더 주고 택시를 탔다 함), 포카라에서는 번다현상이 더 심해서 애당초 이들을 피컵해주기로 한 장소에 차를 보낼 수 없어 잠도 못자고 스무시간이 넘도록 걸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 모든 것이 결국 자기 살을 갉아먹는 게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 고생을 한 젊은이들은 '그래, 그래도 재미있었어. 또 가볼까?' 하는 생각을 가질런지 모르지만, 이런 이야기를 들은 다른 사람들은 '그런델 왜 가냐?' 하고 손사래를 치기 쉽다. 어느 쪽이 이득일까?  

 

러시아문화원앞 길가에 있는 힌두신전. 내부 계단옆의 물고기형상이 이채롭다. 

 

 

 

시내에서 꽤 큰 규모를 자랑하는 Kamal Pokhari. 왼쪽에 보이는 건물은 경찰이 사용하고 있다.

 

 

길 건너편 꽤나 웅장한 주택 모습

 

 

도로확장을 위해 건물을 철거한 다음 모습을 드러낸 아름다운 건물과 창밖을 내다보는 여인(내가 저 사람을 그려 넣은 것 절대 아니다). 

 

정부가 언제까지 스스로 철거해라 하고 통지를 하면, 이렇게 자진철거 하거나

 

 

아님 불도져로 밀어버린다(신문기사에서 사진을 가져왔더니 너무 작다). 물론 불도져 이용요금은 집주인에게 부담시킨다. 카말포카리 옆에서 천막을 치고 버티는 사람들.

 

그런데 이 구간에도 러시아문화원 건물이 모서리에 버티고 있어 도로확장이 저기가지 될런지 결말이 궁금하다.

 

번다때면, 우리의 영업구역이 카트만두 전역으로 확대됩니다요(손님을 찾고 있는 릭샤 - 평상시는 타멜지역내에서만 운행된다고 들었다).

 

각종 공사를 위해 준비한 자재들. 돌 안에 양동이 모양의 또 다른 돌이 들어가 있는 모습도 있다.

 

카말포카리 서쪽에 있는 건물(신전 포함). 무슨 용도인지는 모르겠지만(간판이 없음. 있었는데 내가 찾질 못했는지도 모름), 오른쪽은 신전이 분명한데 안에 들어가 보니 더 모르겠다.

 

 

 

 

 

조금 더 서쪽으로 걸어 내려오니 이른바 번화가를 만난다(Ram Shah Path).

 

신왕궁에서 남쪽으로는 싱하 두르바르까지 이어지는 이 길에는 금융기관 본점들이 여럿 있다.

 

 

번달라이징(번다를 요구한 측에서 고용한 일종의 깡패들이 자기들 말을 듣지 않는 차량이나 상점에 가하는 테러를 지칭)을 막기 위해 배치된 무장경찰들이 시내 곳곳에 보인다.

 

꽃들이야 번다랑 무슨 상관이 있겠노?

 

 

 

신왕궁 가까이에 자리잡은 중국 신화사통신 건물과 그 옆 구 대사관 자리(지금은 경제통상공사관으로 사용중)

 

 

 

근처에 있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여기 가까운 곳에 정원이란 식당도 있다)

 

지금은 여섯시가 좀 넘은 시각. 번다요구시간이 다 끝나지 않았는데, 차들이 슬금슬금 거리에 모습을 나타낸다.

 

지금이 한창 건기 끝물이라 자체적으로 수원을 갖고 있지 못한 곳은 다 이런 모습이다.

 

일전에 무슨 건물일까 궁금했었는데, 오늘 들어가 봤다.

 

'낙살 청소년회관' 등의 간판이 보인다. 입구 주위로는 사람들이 사는데 행색이 초라하다. 

 

마당 안에는 이렇게 신전이 하나 있고

 

우산을 쓴 하누만상도 있다.

 

 

내가 사진기를 들고 여기까지 다가오자 아이들이 신났다. 나를 따라다니면서 돈 달라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고

 

 

지네들끼리 포즈를 취한 후 렌즈를 들여다 본다. 너희들 지금은 어렵지만, 나중엔 좋아질거야!

카메라를 돌리자 또 그 곳으로 자리를 옮기는 어린이들.

 

 

다른 한쪽에서는 권투훈련이 한창이다.

 

 

 

 

건물은 다 낡았으되, 아직 관리하는 사람도 있고, 시설을 이용하는 사람도 있고, 여기 사는 사람도 있다.

 

 

아름다움이 점차 사라지는 현장

 

 

 

 

 

 

 

 

 

다시 최신식 건물들의 모습이다. 은행과 보험사 간판이 보인다.

 

 

 

경찰청 본부 서쪽 방면 도로확장 공사현장이다.

 

유치원 앞 담장도 한창 공사중

 

대문 멋지게 만들었으면 뭐하냐? 부수고 다시 지어야 하는데...

 

 

 

요즘은 이렇게 페인트칠 하는 게 유행이라고

 

여기도 무슨 은행본점인데, 간판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 이유는?

 

경찰청 본부, 4미터나 안쪽으로 들아가야 한다.

 

 

어둠이 살짝 깃들무렵, 버스도 지나다니고(번다요구시간 마감무렵부터 거리에 차량들이 부척 늘었다).

여기 머리 염색하고 짧은 치마 입은 처자들은 뭐하는 사람들인지?

 

 

짐 근처에 새로 생긴 냉장고기 유통 전문점. 전기를 24시간 확보할 수 있으려나? 주인은 인도에서 근로자 생활을 했다고 한다.

 

다시 슈퍼마켓 주차장이다. 꽤 많은 사람들이 차를 몰고 왔다.